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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무엇일까.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우리에게 느껴지는 예술이란 모두에게 같을 수는 없으나 더 대중적인 예술과 반대의 예술로 나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상업예술이니 비상업예술이니 그런 나눔과 상관없이 대중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처럼 시간을 보내는 용도도 될 수도 있고 영화 자체에 열광하거나 혹은 영화 쪽 일을 하는 이들은 깊이 있게 영화를 조명할 것이란 건 말하지 않아도 자명이다. 거기다 또 하나 비평가나 이 책처럼 이론 선집일 경우도 존재한다.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다른 각도에서 보는 순수비평이론가가 있게 마련이듯 다를 게 없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신간으로 주목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서평단의 책으로 선택될지는 몰랐다. 왜냐하면, 이 책은 영화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으로 그것도 당시 시대의 지성들이 쓴 영화 이론 선집이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후다닥 읽어치울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튼, 책은 선택되었고 그러기에 읽어야해서 꾸역꾸역 소화되지 않은 텍스트를 마주하려니 씁쓸했다. 책은 글자만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물론 에외도 있겠지만) 되새김의 시간이 걸리는데 특히나 이 책은 되새김의 시간이 길게 요구된다. 

 엮은이가 서문에서 말했듯 '영화와 함께하는 입체적인 독서는 분명 일면적인 독서와는 다른 체험을 줄 것이다. 단편적이라고 할지라도 이 글들 군데군데 스며 있는 날카로운 사유가 이런 영화 세계 속으로 독자를 이끄는 인도자passeur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15쪽, 서문.) 영화를 입체적인 독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황홀한 인인가. 그럼에도 이거 원 맥빠지게 하는 문제란 책 자체의 깊이 있는 사유감보다 한정된 시간에 책과 마주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였다. 좀 느긋하게 읽고 글을 끼적였다면 지금과는 당연히 다를 텐데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책은 읽을만하다. 일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히 아니었지만, 영화관계자나 영화학도라면 환영할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영화 이론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일반 독자에게 더 많은 호응을 받을 영화책이어야 한다면 영화 속 감성을 끌어내는 공감이 필요하겠지만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 책은 이/론/선/집이므로 영화 자체를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나간 시대를 품은 그 시대 지성의 글은 당시만큼 생생하진 않지만 유효하기는 하다는 걸 인정한다. 이 시대의 영화에 대한 특히나 우리 영화에 대한 이론 선집도 나올만한 데 말이다. 기대해도 될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질 텐데. 질 들뢰즈의 글에서 영화와 철학 이야기할 때(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록.)나 크리스티앙 메츠가 영화기호학에 대해 말한 글 등에서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급히 읽으면 필시 소화불량(아니 사유의 불량으로 말미암은 자체 리셋에 들어갈지도 모른다.)에 걸릴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기필코 천천히 읽을 것! 


 영화, 오로지 영화만이 우리가 좋든 싫든 세계에 대한 유물론적 해석ㅡ이것이 동시대의 문명에 설득력이 있다ㅡ을 정당하게 취급한다. 만화영화 같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영화는 중립적 매체가 아닌 물질적 세계와 사람을 조직해서 여기에 양식을 부여할 구성을 이루어내고, 심지어 환상적인 것도 심오하게 상징적인 것도 될 수 있다.

 

(101쪽, 3장 영화에서 양식과 매체(1934/1947),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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