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가족. 내게 가족이라는 말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항상 곁에 있지만 그 생각까지는 알 수 없는 존재. 그러나 그건 딱히 가족이 아니라해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에게만큼은 왠지 무한한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곤 한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가족이니까!  요즈음의 세상에서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도 많이 들린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시선을 끌었던 것도 바로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부터가 서글프다. 그들이 서로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일까? 왜 그들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생겼을까? 말하지 않아서, 혹은 말하지 못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엄마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남자에게 사랑받으며 가정을 꾸리는 것만이 여자로서의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만큼 뛰어난 실력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변수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사랑, 그 달콤함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으며 달콤했으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녀의 엄마는 물론 결혼을 반대했다. 그리고 남들도 말했지. 그 결혼은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있었다. 왜? 그 남자를 사랑했으니까.

 

아빠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부모를 따라 와 낯선 곳에서 살아야했기에 남들보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말이 달랐고 피부색이 달랐으며 생김새도 달랐다. 그러나 자신의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으며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러다가 만난 한 여자로 인해 세상은 달라보였고 그 여자와의 삶은 행복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런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때문에 아들과 딸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불현듯 자신의 꿈을 이뤄보겠다고 훌쩍 떠나가버린 엄마의 존재를 이해하기에 아들과 딸은 너무 어렸다. 아직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한 때였기에. 그래서 생각했지.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엄마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줄거야.... 파란눈의 딸은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었고,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어버린 딸때문에 아들과 또하나의 작은 아이는 관심밖으로 밀려났다. 아들은 생각했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균형이 맞지않는 시소처럼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다고. 그리고 딸은 말했지. 사람들은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해. 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곤 전혀 다른데 말이야....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 뭐지? 싶었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조바심이 났다. 책장을 너무 쉽게 넘길 수가 없었던 거다. 이 가족의 구성원들이 겪어내고 있는 아픔이 너무나도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스스로 그 힘겨움과 싸워야했다. 그 힘겨운 짐을 덜어내주고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들은 끝내 그렇게 했고, 숨막힐 것 같은 현실을 오빠에게 의지했던 딸은 자신만을 남겨둔채 집을 떠나려고 하는 오빠를 원망했다. 결국 그들은 모두가 제 말만 했다. 이것은 오직 너를 위한 거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만을 강조했으며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 유일하게 이 가족을 멀리서 바라보던 눈길이 있었으니 가장 어린 막내였다. 언니가 그렇게 세상을 버렸던 그 날의 진실도 결국 막내만이 알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만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울타리안에서 아무것도 원해서는 안된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그 어린 동생에게 언니는 말했었지. 잘 들어. 네가 할 일을 생각해. 네가 하지않을 일이 아니라.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않는 거야. 꼭 기억해야 해, 라고.

 

우리는 왜 항상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가족은 항상 그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나를 위해 항상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항상 내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가 되어서, 아빠가 되어서, 아들이 되어서, 딸이 되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단 한번만, 정말 단 한번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따지고보면 엄마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건 아니다. 서로의 마음, 서로의 상처를 외면했던 결과였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끝내는 싸우게 된다하더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그리하여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물어도봐야 하는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당연하다는 듯 외면당하고 있는 말! 가슴이 아리다.../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