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류 - 도덕은 진화의 산물인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오준호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의 혼란은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식만이 필요할 뿐이라는 환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42쪽)

과학은 인간 중심적 경향을 보인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진화의 나무만 보더라도 인간이 얼마나 자기편향적인가를 알 수 있다. 오직 인간만이 무슨 대단한 존재인양 그려져 있는 그림보다 DNA에 기초한 나무에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와 같은 유인원과 같이 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인간의 모습이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유인원과 인간을 같은 가지에 매달아 놓은 진화의 그림에서 보이듯 그들을 여러방면에서 연구해본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도덕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흐름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바로 유인원, 보노보인 까딹이다.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인간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유인원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윤리나 도덕을 말하고자 하면서 굳이 유인원의 행태를 보여주고자 했던 이유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재미없는 주제인데다 장황하게 느껴지는 문구들로 인해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도덕법칙은 하늘에서부터 또는 탁월한 이성적 원칙으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다. 고대부터 몸에 뿌리 깊게 밴 가치들로부터 솟아났다. 그것의 근본에는 집단생활에서의 생존이라는 가치가 있다. (-329쪽)

도덕성은 두 개의 H와 관련된 규칙 체계다. '타인을 돕는 것Helping' 과 적어도 동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not Hurting' 이다. 이 체계는 타인의 행복과 집단을 개인보다 앞세우라고 요구한다. 물론 개인의 이익이 부정되지는 않지만 협력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이익 추구를 억제한다. ( -232쪽)

도덕성이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하여간 인간의 틀로 정의되어지는 것들은 참 복잡하다. 칸트가 이러니 저러니...그래놓고는 인간이기때문에 이런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학문적인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양심' 이라는 말로 정의되는 것이 도덕성이다. 한마디로 말해 제 마음에 꺼리낌이 없어야 하고 사회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자율적인 마음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왜 이런 도덕성이 필요한 것일까? 인간은 언제부터 그렇게 도덕성을 갖추며 살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오직 인간만이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뭐 이런 궁금증을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인간만이 그런 도덕성을 가졌을 거라는 편협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생인류에 와서 새롭게 생긴것도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집단을 이루는 사회적인 개체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유인원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했다는 것은 유인원이든 인간이든 별다를 게 없어 보이니.

 

"신이 없다면 인간은 신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 볼테르

종교가 나타나기 전의 인간의 삶도 반드시 '약육강식'은 아니었다.(-144쪽)

사회적 위계질서는 거대한 금지 시스템이다. 사회적 위계질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의 도덕성을 진화시킨 배경이다. 인간의 도덕 역시 일종의 금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 224쪽)

처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종교문제가 계속 따라 붙었다. 종교와 과학의 대립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교를 통해 우리에게 도덕성이 생겨났다는 말인지 영 껄끄러웠다. 그러면서 옮긴이의 말에서 보았던 이 책의 원제에 대한 말이 생각났다. 'The Bonobo And The Atheist(보노보와 무신론자)'...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성이라는 것은 종교와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는데 인류가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회적 본성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종교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는 종교의 공백을 대체할 그 무엇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말이 섬뜩(?)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는 존재가 유인원인 까닭인지 책을 보는 내내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들이 책속의 내용과 겹쳐졌다. 영화속에서 보여졌던 유인원의 모습이 단지 영화속의 모습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인간처럼 아픈 동료를 보살펴주고, 싸운 뒤에는 화해를 요청하며, 혼자만 이익을 독차지하려드는 것을 응징하며 그들만의 위계질서를 잡아가는 모습, 어린 새끼를 향한 사랑, 같은 동족을 향한 따스한 동질감... 영장류에서부터 진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던 그들만의 속성이라니! 좀 따분하긴 했지만 읽고 난 뒤의 공감대는 컸다. 다시 또 생각하게 된다. 만들어진 모든 것으로부터 놓여나 자연스러움에 동화되어지는 그날은 언제 올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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