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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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레지스탕스는 저항이다. 호모레지스탕스라고 하니 저항하는 인간쯤이면 될 것 같다. 부제에서도 저항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보이는데 굳이 왜 호모레지스탕스라고 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만큼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제목을 보면서 왠만한 것에는 눈길도 주지않는다는 이 사회의 풍속이 떠올라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에 대한 저항일까? 그 대답도 이미 부제에서 보여주고 있다. -법체계를 전복하다-라는 말로.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은 많다. 일단은 귀찮아서라고 말 할수도 있겠지만 무언가에 대항하기에는 우리 시대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복잡하다. 희생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서 또다른 것을 다시 희생시켜야만 하는 것이 이 현실의 고리일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발된 것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해 강남의 한 귀퉁이에 있다는 구룡마을의 판자촌이 등장한다. 대기업의 시스템이 하청에 하청을 주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비정규직이라는 낱말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울부짖기도 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그런 그들에게 저항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셀 수 없이 많은 집회들. 그 현장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싶어하는가보다는 우선 불편함을 먼저 떠올려야 할 정도로 우리사회속에는 무수히 많은 집회가 있다. 그런 그들을 공무집행방해라는 이유로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집회를 하기 위해 도시로 올라와야 했던 농민들을 사전에 저지했던 경찰들에게 들이댈 수 있는 법은 없는 것일까? 그런 부당함이나 불편함에 당당하게 맞선 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다시말해 그들의 곁에서 도움이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보자면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고 당당히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삶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말한다. 그러니 당신도 참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생각의 차이는 때로 극명하게 다가온다. 한 때 세상을 시끄럽게 달구었던 다툼중에 출가한 딸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법정싸움이 있었다. 이미 우리에게 관습법이라는 굴레의 테두리가 희미해져가고 있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 일을 전후로 하여 바뀌게 된 법체계가 있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습관처럼 몸에 밴 것들을 새롭게 바꾸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 하나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한 다가서기 힘든 것도 오래되어 생활처럼 굳어져버린 관습법에 대한 거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가족끼리? 라는 생각은 이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옛날의 그것이 아니기에... 그만큼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했고, 또한 변해가는 세상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서 보았던 강의석군의 승리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었다. 단 한명의 학생이 시위를 했었던 까닭에 일인시위라고 명명지워졌던 그 이야기.. 그때의 고등학생은 이미 교복을 벗고 대학생이 되어 있었지만 부당함을 알리기 우해 혹은 그 부당함을 자신처럼 당하는 학생이 없게 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했다. 그래서 이겼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법에도 어느정도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심사가 적용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뻔히 보이는 답인데도 불구하고 판례가 없다는 이유로 답이 아닌 길을 가야하는 법의 엉뚱함을  경험했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세상에는 맞지도 않는 이미 오래전의 법체제에 매달린 채 변하기를 거부하는 저들의 안일함이 싫은 까닭이기도 하다.

하긴 귀여운 딸의 재롱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 동영상을 올렸다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야했던 젊은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까지 법이 알아주어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목에 집이 있으니 당연히 시끄러운 거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살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말고도 우리주변은 이미 소음천국이니... 혼자가 아니라면 같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끼리 집단으로라도 맞서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게해서라도 당신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 거라고. 불편함과 마주하고 사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싸워서 이긴 일부의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가슴속에 부여잡고 살아가야할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도 있게 마련일테니 말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저마다의 권리를 찾겠다고 아우성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항을 통해 변화가 온다는 말에도 공감은 한다. 하지만 저항하고 싸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꼭 찾아야 할 것이라면 물론 그렇게 해야겠지만 모든 것을 자신만의 틀에 맞추며 살아가는 현대의 각박함보다는 슬기롭게 대처했던 옛사람들의 작은 여유와 사람냄새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법조인이 외치는 법의 이야기, 그리하여 법체계를 전복했다는 말은 왠지 서글프게 다가온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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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현 2011-01-0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글을 쓴 사람중에 한넘이 제 아들입니다.[한마디로 골때리는 너...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