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포스터를 찾아보니 참 많기도 하다. 배우 하나하나를 클로즈업 시켜서 보여주는 포스터도 있고, 배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전체적인 설정만 보여주는 포스터도 있고.. 그런데 나는 이렇게 환하게 웃는 포스터를 선택한다. 왜일까? 포스터 하나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비록 배우였을 뿐이지만 그들에게도 나는 포스터와 같은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당신도 국가대표입니다!' 이런 영화에 함께 동참하게 된 배우들 당신도 국가대표입니다!.. 정말 멋진 영화였다. 아웃사이더들의 서글픈 승리였다. 없는 자들의, 사회의 구석진 곳을 채워주던 자들의 애끓는 절규였다. 우리 사회의 모진 부분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던 설정이 참으로 좋았다. 친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입양아 차헌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약간 모자란 동생을 두고서 군대에 갈 수 없었던 강칠구, 한때는 그래도 꿈이 있었으나 이제는 꿈을 버린 채 되는데로 살아가는 일회성 인생의 최흥철이, 그리고 아버지의 그늘밑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삭혀야 했던 마재복... 이들에게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던 방코치조차도, 피라미드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하는 삶을 살아내던 방코치의 딸 수연이도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였다. 그랬던 그들에게 단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잠깐의 국가대표 제안은 정말이지 떨쳐버릴 수 없었던 악마와의 거래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계산하지 못하는, 아니 아무것도 계산할 수 없었던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절박한 현실이 있었기에.

삶의 굴곡과 현실의 바퀴는 정말 모질었다. 모질고 모질어 내 어머니를 찾았으나 부르지 못하게 하였고, 모질고 모질어 눈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모자란 동생을 위해 곁에 있어줄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파트는, 군입대 면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실함이었을 게다. 그들처럼 그들에게 다가서야 했던 방코치의 새로운 삶의 도약조차도 어쩌면 허상이었을게다.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는 꿈에 대한 허상.. 우리가 매일처럼 바라보고 쫓아가야만 하는 것도 어쩌면 허상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부분부분마다 나는 크게 박수쳐주지 못한 것을 지금에야 후회한다. 관객의 눈치를 보면서 내 가슴속의 열기같았던 성원의 박수를 한두번으로 만족해야 했던 그 순간이 나는 너무도 미웠다. 

눈물을 짜내자고 만든 영화도 아니었고, 이런 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그런 영화도 아니었다. 단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묻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내게 속삭여 주었다. 그 영화 괜찮다고, 그 영화 볼 만하다고..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정말 볼 만했다. 크게 떠들지 않아도 이렇게 가슴 한켠을 싸아하게 만드는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지만 허울과 형식에만 치우치는 우리의 사회를 보는 것만 같아 떨떠름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뒷모습만큼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면에 충실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 이 영화속에 압축되어져 있는것만 같아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전반적으로 골고루 스토리라인이 잘 설정되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제작과정속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노고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실제 선수들과 합숙훈련을 했다는 배우들의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칠구의 모자란 동생으로 나왔던 봉구가 실제로도 그렇게 선수명단에 올랐었는지는 모르겠다. 극의 흐름을 위해서 설정된 거였다면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다. 꼴찌를 하고도 애국가를 부르던 그들의 모습이, 애국가가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 서로 묻던 그들의 가슴속 열정이, 영화였지만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들이 진정 국가대표였다고... 스치는 재미와 일상의 가벼움만을 느끼고 싶어하는 세대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벼움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 가끔씩은 이렇게 가슴 밑바닥까지 젖어드는 영화를 만나보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스크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한 줄의 글귀가 참으로 아팠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키선수로 등록되어져 있는 사람은 5명뿐이다... 골프붐이 일고 있는 스포츠계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유행어를 빌어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제는 하나를 진행시키더라도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는 그 무엇인가가를 가슴속에 키워야 한다고. 내가 살고 있는 안양시에는 세계대회를 치루었던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있다. 덕분에 궉채이라는 선수의 이름도 우리가 알게 되었던.. 그리하여 한때는 인라인 스케이트 붐이 일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스케이트장에는 바람만이 머물고 있다. 단 한번을 위해서 그렇게해야 했던 것일까? 힘겹게 시작했으나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일들을 많이 보게 된다. 뒷심부족이 너무 허탈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일면이기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달라지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을텐데...

어찌되었든 이 영화는 나도 지금 전달중이다. 아주 조용히. 그 영화 괜찮아, 그 영화 볼 만 해..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도 정말 잘하더라.. 영화를 보다가 혹시라도 박수를 치고 싶은 생각이 들면 크게 박수를 쳐주고 와.. 나처럼 눈치보지 말고.. 아주 쬐끔 슬픈 장면도 있긴 한데 그렇다고 그들을 동정하지는 마.. 측은지심만으로 마무리하기엔 좀 그렇거든.. 마음을 열고 보면 더 좋을거야..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네이버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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