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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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수퍼돼지다. 느닷없이 왠 수퍼돼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수퍼돼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우리의 육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끝도없는 인간의 탐식은 유전자변형을 불러왔고 그 양을 늘리기 위해 '수퍼'라는 수식어를 앞에 단 음식물의 재료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가 식욕이라고는 하나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너무 과한 듯 하다. 요즘의 대중매체를 보면 누가 더 맛있는 걸 먹는지 보여줘야만 한다는 듯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다닌다. 그러고는 누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나 경쟁하듯이 먹어댄다. 얼마전부터 '집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집밥'이라 함은 가족을 위해 엄마가 지어주시던 그 일상적인 한끼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에 굶주린 현대인들의 감성적인 면을 건드리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 식품의 끝모를 행렬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충분히 시선을 끌 만했다. 우리가 자주 먹는 것에 대해 한번쯤은 짚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저자 신재근은 현재 조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양요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1994년 셰프의 길에 들어서서 그랜드 앰배서더, 호주 코즈모폴리턴,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등에서 근무하였다고 나온다. 사실 나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 먹기 보다는 그냥 한 끼를 때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편식을 하지는 않는다.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한다. 먹방이니 맛집이니 하는 말에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음식은 그야말로 각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어디의 뭐가 맛있다고 하더라, 라는 말에도 그다지 솔깃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들어가 본 식당에서 정말 입맛에 맛는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가기도 하니 먹는 걸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기에 책을 펼치기 전 약간의 설레임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얼만큼의 깊이로 알려줄까?

 

우리의 밥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놀라기 시작했다. 고추가루가 들어오기 전에는 빨간색 맨드라미꽃으로 꽃물을 우려 김치를 물들였다고 전해진다는 말은 정말 이채롭게 다가왔다. 항아리와 기후에 따라 김치가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알았지만 버드나무를 이용한 통나무 김칫독을 옹기 대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고기가 일반적으로 소비되었다는데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스럽다는 말까지 들어야했던 건 조금 억울해 보인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개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며, 개고기를 먹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는 베트남이 그 다음이라고 한다. 일본 역시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데 왜 우리만 야만스럽다는 말을 들었던 건지. 푸아그라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거위의 간을 보다 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강제로 사료를 주입하여 5~10배정도 부은 지방간을 만들어낸다는 말에는 경악했다. 사실 거위의 간뿐만은 아니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혹은 옷을 만들기 위해 학대를 당하는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산림지역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말미에서도 차세대 먹거리를 대체할 만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탐욕스러움으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의 개체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그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하게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겨먹는 돈가츠나 카레, 소세지나 피자, 햄버거나 핫도그등에 관한 유래 또는 역사를 알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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