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욕망을 개입시키지 말고 미래가 오게 놔두라. 미래는 저절로 올 것이다. 미래는 그대의 욕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오게 놔두라. 미래에 관해 아무 것도 요구하지 말라. 이것이 무욕의 의미다. 무욕은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버리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저 지켜본다는 자세로 기다려라. 이렇게 아무 욕망 없이 기다릴 수 있다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이 일은 우주 전체, 신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러나 바라고 욕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건 모두 그대를 통해 일어난 일이 될 것이다. 이때 그대는 자기 자신 안에 갇혀 버린다. 존재계가 그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대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쇼, 서양의 붓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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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계획하는 삶.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이 어때서?라고 할지 모르나 난 그 헤아림이 싫었다. 이곳을 벗어나면 그런 삶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여러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해 봄, 산에 갔다. 산에서는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이 없으리라. 그러나 내가 닿기도 전에 그 삶은 이미 산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 삶이란 본래 이런 거구나, 이런 게 삶이었구나....이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삶이 문제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었을까. 장소를 떠나면 삶을 떠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장소는 그저 이 방과 저 방 같은 것이었다. 안방에는 침대가 있고, 이 방에는 책상이 있다. 그런다고 삶이 바뀌진 않는다.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여겼던 그해 봄...
옛 어른이 마음이 맑은 사람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며, 현재를 깊이 근심하지 않으며, 미래를 헤아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음이 흐렸던 게다. 삶이 준비와 계획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미래를 헤아리는 마음이, 욕망이 그것을 필요로 했던 게다.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은, 순간을 무시한 삶은 나를 통해 일어난 일이다. 그리하여 갇혔구나, 그리하여 그토록 답답했구나.
습관은 얼마나 놀라운 것이냐. 이렇게 드러난 진실 앞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누아, 계절을 혹은 자연을 따르게. 무엇이나 제철이 있지 않은가. 혹여 아직도 그해 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