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① <에일리언 유니버스> - 돈 링컨 지음, 김지선 옮김


    영화 <E.T.>, <스타 트렉>, <스타 워즈>, <우주전쟁>, 미드 <X-파일> 등을 하나하나 챙겨볼 정도로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외계 생명체가 무엇인가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지구의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어떻게 그려왔는가에 집중하며 출발하고, '가능한 외계 생명체'의 형태를 추정해보기 위해 지구의 생명 방식을 알아본다. 4장까지 술술 읽히던 독서가 5~6장에서는 다소 전문적인 내용 탓에 느려질 수도 있지만 어려운 용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저자 돈 링컨이 문화과 과학 사이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다. 칼 세이건, 미치오 카쿠, 닐 투록, 크리스 임피 등 과학 명저들을 두루 읽어 왔지만 근래에는 <에일리언 유니버스>만큼 흥미롭고 풍성한 '과학 이야기' 책을 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루 이틀 정도에 다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은 그리 많지 않다.





















 <중세의 길거리의 문화사> - 양태자 지음


    내가 읽은 양태자 교수의 첫 책은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15년 1월 신간)>이었다. 평소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기 때문에 '중세'와 '마녀사냥'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은 아마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내게 더 클 것이다. 그런 내게 양태자 교수의 쉬운 글은 언어의 장벽을 두드리며 공부하는 일상에 단비와도 같았다. 확실히 양 교수의 글은 움베르토 에코와 다른 이들이 쓴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중세>라는 책과는 달리 읽기 쉽다. 그런 그녀가 <중세의 길거리의 문화사>를 신간으로 냈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마음 편히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세의 길거리의 문화사>는 (우리 가족의 일상어로 표현하자면) '화장실 책'으로 삼기 좋았다. 길거리 장사꾼, 이동 변소, 노상 음식, 책장수, 고철 수집가 등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그렇지 않은 수많은 부류의 직업들이 소개되니 챕터별로 읽어도 좋고 몰아서 읽기에도 좋다. 흡사 피터르 브뤼헐의 풍속화 속에 들어가는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12장부터는 약 60여 페이지에 걸쳐 삽화들이 나오는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세 유럽의 자세한 삶을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풍부하게 소개해주는 국내 저자는 드물다. 유럽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로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③ <고장난 저울> - 김경집 지음


    아무래도 인문학 분야의 책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독자들이라면 '어? 이 저자의 예전 책 괜찮던데...' 라는 반가움과 설렘으로 한 저자의 책을 (우리끼리 은어로) '파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게 김경집은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으로 큰 충격을 준 저자였다. 대학 시절, 비교종교학 강의를 듣고 몇 권 종교 관련 인문학 책들을 찾아 있었는데, 김근수의 <슬픈 예수>와 함께 김경집의 그 책이 단연 기억에 남았다. 그의 <인문학은 밥이다>도 생각날 때마다 챕터별로 골라 읽곤 한다. 그런 김경집의 신간 <고장난 저울>이 나왔으니, 안 살 수가 없었다. 에필로그에 그는 이렇게 썼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거짓이 참을 능멸하고 탐욕이 정직한 노동을 우롱하며 불의가 정의를 조롱한다. 저울은 이미 완전히 망가졌다. 이 고장난 저울을 누가 고칠 것인가."(197쪽) 기울어버린 저울은 그가 말하는 '수평사회'가 아니며, 우리는 우리를 얽매고 우리를 우롱하는 각종 사건과 현상들을 뉴스로 목격한다. 김경집은 그런 우리가 포기와 체념의 일상을 산다며 안타까워한다. 경제, 교육, 수평사회를 테마로 한 3장의 일침이 이 책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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