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 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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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물만두 2004-05-2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갑자기 눈물이...

잉크냄새 2004-05-2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글프게도 둘다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치는 그 천년을 또 기다려야하나 봅니다.

비로그인 2004-05-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연이라..인연은 우연인가요, 필연인가요? -.-a

잉크냄새 2004-05-2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년을 기다린 인연이 우연이라 하면 너무 측은하잖아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요...어깨 한번 툭~

잉크냄새 2004-05-2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우연치고는 대단하네요. 서로 2000이라니...
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icaru 2004-05-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에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이천번째 방문자는 어떤 아무개였을까?? 문득 궁금함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