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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김경욱이라는 작가는 처음이다. 뒤에 실린 해설에 보면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와 <베티를 만나러 가다>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난 이 작가를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어느해 4월 1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장국영의 죽음을 만우절의 장난쯤으로 생각했었다. 일부러 그 날 자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야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는 만우절에 세상을 등졌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총 아홉편의 단편은 저마다 제목도 독특하다. 표제작인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시작으로 당신의 수상한 근황, 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양,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타인의 취향, 장미정원의 아름다운 원주민, 나가사키여 안녕. 제목들은 직설적으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인 <장국영이 죽었다고?>에서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채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한 신용불량자. 그는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활한다. 만우절. 그는 채팅방에서 한 이혼녀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녀와 같은 시간 같은 극장에서 영화를 봤었고, 같은 날 결혼하여, 같은 신혼여행지에서,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후 각자의 삶에 골몰했고, 그들의 삶도 계속된다. 다음 이야기인 <당신의 수상한 근황>에서는 한 보험 사기를 밝혀내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사고를 당한 뒤 아무도 믿지 않게 되고 그의 그런 성격때문에 그의 실적은 최고라 할만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그의 앞에 우연히 첫사랑의 그녀가 피보험자로 등장한다. 그녀가 등장을 해도, 그가 뒤집힌 차에 갇혀있어도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이후의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뭔가 정상인의 삶에서 약간 벗어나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장국영이 죽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첫사랑의 그녀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어쨌거나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생의 허망함, 고단함, 괴로움,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그 단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있다. 괜찮다. 싶다가도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은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