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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세계문학의 숲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태동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평점 :
"작은 자유와 큰 자유의 차이 아닐까 싶다. 클라리사의 자유는 작은 자유다. 온전하고 안전한 삶에서도 작은 자유를 갈구한다. 꽃, 산책, 아이, 그리고 추억의 남자. 이 모든 것이 모아지는 파티. 그는 작은 자유가 흔들리는 두려움에 싸여있다. 든든한 남편이지만 같이 잠들지 못하고, 사랑했던 남자이지만, 자신을 타박한다. 오지 않을 사람들이 파티에 오고, 그 공간으로 죽음이 공격적으로 침투한다. 작은 자유를 갈구하는 클라리사에게 미세한 떨림은 감지되고 거기에 억지로의 행복을 찾는다.
큰 자유는 파동이 크다. 꺾여진 사랑은 피터를 멀리 던져버렸고, 많은 여인들 속에서 작은 자유를 갈구하지만 허락되지 않는다. 칼을 붙잡고 울어내는 사내는 결국 사랑은 다시 거기 있음을 깨닫는다. 아니, 그는 끝까지 큰 자유로 현실을 거부하고, 그 사랑을 견디어내고 그곳에 있게 한다.
전쟁은 죽음의 장소이며, 작은 것들은 무시된다. 여기선 죽음도 작은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인간은 무엇이 큰 것인지 알아낼 수 없다. 거대한 전쟁의 그릇에 갇힌 그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유와 죽음이 얼마나 사소해지는지를 지켜보거나, 보는 순간 소멸된다.
큰 억압의 출구는 없다. 최소한의 저항도 허락되지 않는다. 스스로 소멸시킬 수 있는단 한 장의 사직서만 그 앞에 있을 뿐이다.
큰 자유는 미세함을 견디지 못한다. 큰 자유는 작은 떨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갑각류의 삶이지만, 스스로 그걸 깰 수 없다. 사랑도 그걸 깰 수 없다. 깨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그의 삶.
작은 자유는 큰 자유의 그 무엇을 동경하지만, 동경은 두려움이다. 언제든 삶으로 침투해서 분쇄해버릴 것 같은. 작은 자유는 지켜내는 것이 버겁다. 하지만, 그 버거움만이 살아있음을, 살아가려 하고 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