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투자 잘하려면 운동을! 권성희 기자 | 11/05
[머니투데이]건망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옷을 바꾸러 백화점에 가겠다며 옷을 챙겨 놓은 뒤 정작 백화점에는 빈 손으로 간다. 백화점에 도착해서 "어, 내가 여기 왜 왔지?"하는 생각이 든 다음에야 목적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집 문을 잠그고 외출해야 할 때는 입고 있는 바지 주머니 속에 있는 열쇠를 한 참이나 찾아 헤매곤 한다. "아, 심각해"하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무슨 대단한 일에 집중하기 때문인 양(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기에서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혹은 베토벤 등은 위대한 업적에 열중하느라 일상의 사사로운 일은 자주 깜박 잊어버리곤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버린다.
그러다 나의 이 안일함에 경종을 울리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건망증은 대뇌 피질 축소라는 노화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 주말 섹션인 '퍼스널 저널'에 따르면 30세부터 90세까지 대뇌 피질은 평균 15% 감소한다. 결국 30을 넘어서부터 나타나는 건망증은 대단한 일에 골몰한 결과가 아니라 단순한 노화 증상의 뚜렷한 징조인 뿐인 것이다.
결국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나 존 템플턴처럼 늙어서도 '노망 들었다'는 소리 듣지 않고 샤프한 판단력을 자랑하고 싶다면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결정에 도달했다.
AWSJ에 따르면 대뇌 피질 축소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두뇌에 신선한 산소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며 두뇌에 가장 효과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은 에어로빅이나 달리기, 혹은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아트 크레이머 박사가 55~79세까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산소 운동은 두뇌 세포의 자연 감소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러닝 머신에서 잘 달리는 사람들의 두뇌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세포가 더 조밀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이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두뇌 세포의 감소가 지연돼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크레이머 박사가 3년전에 실시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그는 55~79세의 무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6개월간 일주일에 세번, 하루에 한시간씩 걷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일주일에 세번, 하루에 한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 등 무산소 운동을 하게 했다. 이 결과 걷는 그룹은 기억력이나 의사 결정력 등이 25%가량 개선됐으나 무산소 운동을 한 그룹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최고경영자(CEO)나 유명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운동이 많이 걷는 골프나 뛰어다녀야 하는 테니스 등 유산소 운동이라는 사실은 시사점이 있다. 버핏은 골프광은 아니나 '오거스타'란 친목 골프 그룹에 참여하고 있고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는 9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골프 마니아다.
올 3월에 76세를 맞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아직도 테니스를 일주일에 수차례씩 즐기는 체력의 소유자며 '효율적 시장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유진 파머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도 테니스 실력이 수준급이다.
따라서 경영을 잘 하고, 투자를 잘 하려면 서류뭉치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일주일에 두어번씩은 필드에 나가거나 산에 오르거나 수영을 하거나 아니면 뛰기라도 할 일이다. 진부하긴 하지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인 듯 싶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