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빠와 승모근
얼마전 친한 형과 술을 마시다가 요즘도 운동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늦은 봄부터 한창 더워지기 전까지 바짝 했었다가, 더워진 이후로는 안 했다고 말했다. 사실 가끔 잊을만하면 잠깐씩 하긴 하는데, 그 전처럼 제대로 하는 건 아니다. 암튼 그 형은 여전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참을 내 몸을 훑어봤다. 그러더니 갑빠와 승모근이 제일 부럽다고 했다. (사실 갑빠는 그 형의 표현이었고, 승모근이란 단어를 몰라서 내가 가르쳐 줬다)
갑빠는 흔히 흉근 전체(흉근은 상부, 중앙, 하부, 내측, 외측으로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를 말하는 것으로 대개 흉근 외측과 흉근 하부가 발달하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승모근은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쇄골 위쪽 부위다.
나는 국민학교 5학년 즈음부터 약수터에서 돌로 된 역기를 들었다. 흔히 사람들이 주로 하는 벤치프레스만 한 것이 아니라 스내치(인상)과 클린 앤 저크(용상)를 제대로 배웠다. 그래서인지 흉근과 승모근은 10대 후반부터 발달했다. 그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도중에 제법 오랫동안 운동을 안 했지만, 여전히 이 두 근육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형에게 말했더니, 운동을 오래 안 했으면 근육이 줄어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공평하다고 했다.
약 한 달 전쯤 동네에서 열린 작은 축제에 몸쓰는 일을 하러 갔다. 더운 날씨였고, 땀을 많이 흘릴 것을 예상해 소매없는 셔츠를 입고 갔다. 땀을 흘리며 짐을 날랐더니, 셔츠는 곧 땀에 젖었고, 근육은 팽창했다. 평소 동네에서 자주 마주쳤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특히 50대 언니들이 그랬다. "그렇게 입고 있으니 달라보인다."라는 의미를 약간씩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분들이 서너분 계셨다.
그리고 마주친 형님 한 분은 나를 보자마자 "가슴을 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거 여성에게 했으면 심각한 성희롱일텐데. 마침 근처에 있던 친한 형(아까 저 위에서 갑빠와 승모근이 부럽다고 했던)이 "쟤는 예전부터 갑빠가 장난 아니었다"고 한 마디 거들었다.
글쎄 운동 전후로 거울을 보면 난 아직 멀었다. 약 4년 전쯤 다시 20대 때의 몸매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하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아직 돌아가지 못했다.
저탄수화물 식단
한 두어달 전에 [내 몸에 독이 되는 탄수화물]이란 책을 읽고, 이후 탄수화물을 적게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아보면 그 전의 나는 밥만 많이 먹는 편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반찬은 적게 먹고 밥만 많이 먹었다. 도시락을 싸가면 친구들보다 1.5배는 큰 밥통 때문에 다들 놀랐는데, 그 밥통은 깨끗이 비웠지만, 친구들에 비해 종류도 양도 적은 반찬은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에서 엠티를 갔을 때, 밥솥을 끌어안고 밥을 먹었던 나를 보고 동기들은 다들 놀랐다. 지금도 가끔 혼자 사는 대학 동기네 집에 놀러가는데, 그때 그 친구가 늘 하는 말이 "밥만 많이 해놓으면 돼지?" 였다. 그랬던 내가 밥 먹는 양을 확 줄였던 건 30대 후반이었다. 아마 활동량이 확 줄어들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는데, 한번 양을 줄이고 나니, 다시 늘어나지 않았다. 물론 어쩌다 과식을 하게 되는 날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예전의 반도 못 먹고 있다.
거기서 이젠 아예 밥이나 면 종류를 안 먹거나, 아주 조금만 먹는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먹으려면 일단 돈이 많이 든다. 게다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다행히 4년 전쯤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대개 하루에 한번, 많으면 두번 식사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바꿨다. (물론 그래놓고 밤에 술을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만) 요즘은 저녁에는 아예 밥이나 면 종류를 안 먹고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효과가 있느냐?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 두 달동안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운동을 아주 열심히 했던 그 전 두 달에 비해 아랫배의 군살이 더 많이 빠졌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골반 위쪽 아랫배와 옆구리의 군살은 어쩔수가 없었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군살에 덮혀 잘 보이지 않던 아랫쪽 복근도 윤곽이 보이기 시작해서 놀랐다. (위쪽 복근은 운동 시작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정도 선명해졌는데, 아랫쪽은 군살에 덮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두 달동안 술을 거의 매일 마셨던 걸 생각하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요즘은 술과 안주 때문에 다시 아랫배에 군살이 붙고 있는 느낌인데, 날이 서늘해졌으니 슬슬 다시 운동을 병행해야 겟다.
독서대가 왔다!
저번에 알라디너 유레카님의 글을 보고 저 독서대를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그 뒤로 계속 잊어버리고 있었다. 집에서 책상도 없이 밥상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불편해서 독서대라도 사면 조금 더 낫겟지 생각했는데, 그것도 계속 생각만 하고, 주문은 계속 잊어버리다가, 지난 연휴에 책을 주문하면서 함께 구매했고, 어제 도착했다. 덕분에 지금 이 글은 노트북을 독서대에 올려두고 편하게 쓰고 있다.
어제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에서 콘돔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무슨 알약인가 싶었다가 자세히 보니 그것이길래 좀 놀랐다. 이게 왜 이런 골목길에 떨어져있지 하고 궁금해했는데, 주위를 보니 여러 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 흘리고 간 걸까? 아님 일부러 뿌리고 간 걸까? 아이들은 별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버렸고, 난 잠시 뒤에 서서 이걸 주울까 말까 생각했다. 아니 본능적으로 이걸 주워가려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지금 이걸 굳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거나 아님 쓰레기 봉투에 버려지는 것이 너희들의 운명일 것 같다고 여기고 돌아섰다.
어제 저녁 큰 아이는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나서 갑자기 흔들리던 이에서 피가 난다고 말하더니, 곧 혼자 이를 뽑아버렸다. 그 전에는 이를 뽑아주려면 난리도 아니었는데, 저렇게 쉽게 혼자 이를 뽑다니! 워낙 이를 늦게 갈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제 밤에는 꼭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명확한 일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미련이 남는 어떤 생각 때문에 취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올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재워놓고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불을 끄고 아이들을 재우려다 함께 잠들고 말았다. 뭐 이런 경우가 한 두번도 아니지만, 어제는 정말 술 한 잔과 함께 고민이 필요했기에 아쉽다. 그 고민은 오늘 밤 다시 이어가는 걸로 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잠든 덕분에 일찍 깨서 중국어 공부도 좀 하고, 음악도 듣고,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금방 바쁜 아침이 되어버렸다. 큰 아이는 조금 전에 무거운 가방에 배드민턴 채를 꽂고, 커다란 바이올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작은 아이는 오늘 소풍이 있어서 일찍 가야 하건만, 아직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짓고 작은 아이를 일으켜 준비시켜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