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여자아이를 키우는 아는 언니가 책 추천 좀 하라고 한다. 자신이 읽을 책.
내가 자발적으로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을 하고, 제풀에 살짝 절망한 경험이 많아서, 이런 제안 지금은 주저한다. 십중에 팔구는 책 선택에 실패를 하곤 했으니까. ㅎ
상대방의 취향과 관심사를 내 깜냥에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미묘하게 어긋나는 상황 같은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 혹은 추천할 때는 취향의 베이스가 나와 비슷하다거나 해서 호기롭게 던져보는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어긋나면, 그럼 뭐 단순히 "나는 좋았는데, 너에게는 아니었구나"로 끝나면 좋은데... 그렇게 되지 않고...
아무튼 이 언니 하고는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깔깔깔 하며 수다를 떨어봤지만, 어떤 책을 주제로 해서 얘기를 해 봤던 적도 한번 없고, 내가 뭐라고 책을 추천해...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한번은 아이들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가는 길에 언니가 동행하는 바람에, 종합대출실 서가를 함께 둘러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 말해보라 하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책장에 빼곡하게 꽂힌 실물들을 대하면서 고르니까, 쉬웠다.
그래서 골라 준 (내 대출증으로 대출해 줌) 책이
책의 표지만 보고 언니 하는 말이, 여덟살 딸이 과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관심 간다고, 고맙다고,,,
일주일 만에 이 언니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이 책 권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한아이의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느껴지는 바가 컸다고 말해 준다.
어머나, 이런 경험 감동이구나... 처음이다. 어떤 책을 추천해줘서 권해줘서 고맙다는 말.
이 세상에는 책이 많다. 읽고자 하는 책을 고르노라면, 어떨 때는 누가(아무나는 아니고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 사람들에게, '이러이러한 책은 읽지 마세요, 이러이러한 책이거든요. 시간 낭비예요'라고 직언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넘쳐나는 홍보성 리뷰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사실은 쉽지 않다. 뭐 꼭 그 말대로 책을 취사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런 말은 적어도 진정성이 있어서 흘려 들어지지도 않고.
몇년 전에 알랭드 보통의 내한 강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미국 출판계에는 자기 계발에 관한 두 가지 성격의 책이 판을 친다고. 하나는 당신도 지금부터 노력하면 유명인사 워렌 버핏, 빌 게이츠가 될 수 있습니다,(읽고나서는 아침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제안한 대로 했는데, 왜 빌 게이츠처럼 되지 않는 거예요!) 이론적인 평등과 현실적인 불평등.. 어쩔...
그러면서, 딱 꼬집어서 앤서니 라빈스 '당신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을 읽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둘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낮아진 자존감을 다스리게 하는 책들..
십수년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으로 출판계를 들썩들썩하게 했던 기요사키가 요런 책으로 또 자꾸 서점 간판에 등장해 주신다. 약장사의 재림.. ?? 이 사람의 책은 아주 잘(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일전에 김영하의 에세이(?) '보다'에서도 그런 행간을 읽었고..
아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라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 바로 위의 책보다는 대접을 받는 것이다.
분야는 달라도 책을 쓰는 동종업계 종사자 들끼리, 그의 책은 읽지 마세요, 헛소리입니다. 정말 별로라고요.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구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적은 쌓이기 마련이니까, 말은 조심하고 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