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四寸)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개비외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

술, 마시면 취(醉)케 하는 다정한 술,
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도
매듭진 맘을 풀어주는 시원스러운 술,
나의 혈관(血管)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

되어가는 일에 부채질하고
안 되어가는 일에도 부채질합니다.
그대여, 그러면 우리 한잔 듭세, 우리 이 일에
일이 되어가도록만 마시니 괜찮을 걸세.

술은 물이외다, 돈이 물이외다.
술은 돈이외다, 술도 물도 돈이외다.
물도 쓰면 줄고 없어집니다.
술을 마시면 돈을 마시는 게요, 물을 마시는 거외다.

 

 

김소월 '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보지 못한 길


 

R. 프로스트(1875∼1963)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 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 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슷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 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햇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 "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햇빛과 함께

H. 하이네(1797∼1856)


 

햇빛과 함께 봄이 오면

봉오리를 열고 꽃은 핀다.

달이 비치고

뒤이어 별들이 반짝거린다.

황홀한 눈으로 시인이 바라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노래가 솟는다.

그러나 별도 꽃도 노래도

눈빛도 달빛도 찬란한 햇빛도

그것들이 아무리 탐스러울지라도

우리들은 그것들을 가질 수 없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생의 감각

 

김광섭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 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인생찬가


H.W. 롱펠로우(1807∼1882)

 

 


나에게 슬픈 곡조로 인생은 한낱 공허한

꿈이라고 말하지 마라 !

잠자는 영혼은 죽은 영혼

만물은 겉보기와는 다른 것
삶은 진지한 것 ! 삶은 엄숙한 것 !

결코 무덤이 그의 목표는 아닌 것

본시 흙으로 된 존재이니, 그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만

된다는 그 말은

우리의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다.
예술은 길다지만 세월은 덧없이 흐르는 것

오늘 우리의 가슴은 튼튼하고 용감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을 향하여

소리 없이 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하리.
인생의 광대한 싸움위에서

인생의 야영장(野營長)에서

말없이 쫓기는 가축의 무리는 되지 말자 !

이 투쟁에 앞장 서는 영웅이 되자 !
미래는 믿지 말자, 그것이 제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돌리자 !

활동하자, 살아 있는 이 현재를 위하여 활동하자 !

가슴 속엔 용기를 품고, 하늘 위엔 하나님이 계시다는 신념

을 가지고 !
위대한 우리의 선조들은 우리도 노력하면

우리의 삶이 거룩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모범을 남겨 주었다.

이들은 또, 이 삶을 뒤에 두고 떠나면서

인생의 모래밭 위에 발자국을 남겨 주었다.
수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이 험난한 인생의 항로를 달리다가

풍랑을 만나 구조는 끊어지고 절망 속에 허덕일 때

이들이 남긴 발자국은 절망에서 우리를 구해 주는 등불이

되리 !
자, 우리 모두 일어나 활동하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이루고 또 추구하면서

일하는 것을 배우고 기다리는 것도 배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