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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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25개 선진국의 2005년과 2014년 가계소득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한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가구가 65~70%에 달했다.(참고:김창환의통계인사이트)  10년간 경제가 성장하였지만 가계소득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이런 그래프로 가다보면 청년 세대에는 더 빈곤해질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10.7%
2017년 2월 한국의 청년실업률이다. 이 가운데 청년주거 빈곤율은 36퍼센트에 이른다. 미국보다 더 악화한 수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부터 3년 연속 청년실업률이 상승한 나라는 한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 터키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의 공식 청년실업률이 미국을 추월한 것은 우리나라의 청년 일자리 형편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고용과 해고가 유연한 데다 취업과 연계한 직업훈련,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창업 지원 등의 정책으로 2010년 18%대까지 치솟았던 청년실업률을 6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췄다.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하면서 비정규직 보호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OECD 권고가 작년 5월에 나왔지만 노동개혁법안의 국회 처리만 기다리며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지 못한 정부 책임이 무겁다.

 

우리나라가 유난히 청년실업률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젊은이 망령은 몽둥이로 고치고 늙은이 망령은 고기로 고친다.’ 이런 속담을 봐도 알겠지만 유독 젊은이들에 대해 박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 역시도 그렇다. 신조어를 보면 젊은이들에 대한 평은 더욱 가혹해진다. 일 시켜줬으니 열정이 곧 페이다라며 적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 떠돌던 ‘열정페이’라든지, 졸업생 90%가 논다는 뜻의 '인구론‘, 20대에 다시 백수가 되었다 해서 ’돌취생‘ , 이와 같은 신조어들은 젊은 세대들의 사회적 조건이 얼마나 가혹하고 불안한 것인지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이 책은 희망을 잃은 일본 청년들에 대한 보고서다.
이 책의 저자는 사회복지사로서 빈곤의 리얼미터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표현이다. 그는 비정규직 고용의 확대, 블랙 아르바이트나 블랙기업(청년들을 혹사시키는 기업), 학자금 상환 연체, 국민연금 보험료나 국민건강 보험료의 체납, 부모와의 동거, 높은 청년 자살률, 저출산까지 청년들의 삶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사하며 대안까지 책에 소개하고 있다. 지금의 청년들의 빈곤은 일시적인 취업난이나 해결할 수 있는 빈곤이 아니라 급격히 변해버린 고용환경으로 인해 ‘평생 빈곤’이라는 굴레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정책이나 지원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워킹푸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 청년세대를 일컬어 ‘빈곤세대’라고 부르기로 했다.(-p11)

하지만 비단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청년들을 빈곤세대라해도 누가 잘못된 표현이라 하겠는가. 이미 청년들의 실업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그 빈곤을 탈출할 비상구는 한국사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장
방치되어 상처 입은 빈곤세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유흥업소를 다니는 여대생, 생활보호대상자로 근근히 생계를 연명하는 스무 살의 청년들,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빚이 점점 불어나 파산신청을 한 청년,어디서가 본 듯한 , 현대를 사는 우리 젊은이들의 초상과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가혹한 기대와 능력지상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청년들 뿐만아니라 우리들은 노력이 아닌 자신의 힘을 쥐어짜여 초과시켜여만 하는 ‘노오력’이라는 말에 모두 지쳐있는 상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노오력의 사회가 된 것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 또한 우리는 모르지 않다. 그 가운데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금수저와 흙수저의 빈부격차에서 오는 갈등이다.

 

청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가장 먼저 청소년을 향한 잘못된 인식을 꼽는다. 실제로 청년들이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자살률 또한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에 내몰리고 있고, 가난 때문에 부모로부터 독립과 결혼은 꿈도  못 꾸는 일이고, 이로 인해 자연히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청년들을 사회복지정책에서 제외시키는 것자체가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청년지원의 부실함이 저출산이 인구감소를 적극적으로 감소시켰으며 사회전반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타성에 젖은 전통적인 사회 시스템이나 교육 시스템이 급속히 변화한 노동시장과 어긋나게 되면서 청년 실업자들을 배출하는 원인이 되었다.’-p127

 

#결론
지금의 청년들이 매우 불행하다는 것은 기성세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허나 이제 6.25 세대이후 가장 가난한 세대를 맞이하게 될 아이들의 미래는 기성세대인 바로 우리들의 탓이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적어도 빈곤이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가치를 세금과 부의 재분배에 관해 머리를 싸매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 빈곤이 발생하는 본질적인 원인과 계층과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돌이켜보며 청년들은 자기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마지막은 저자의 말로 대신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예산도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빈곤세대를 위해 분배되지 않을 것이다. 큰소리로 변화를 요구하는 힘이 강해지면 정치도 결코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정치에서 본격적으로 빈곤세대를 향해 움직이려는 징조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시종일관 자기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청년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무슨 정책을 내세워도 아무 저항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는다. 결국 힘든 상황은 더더욱 가속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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