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 & 패멀라 하츠밴드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꽤나 건강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병에 대하여 인지가 좀 늦은 편이다. 그나마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여러 가지의 병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큰 아이가 병치레가 잦았는데 그 중, 가장 심하게 앓았던 병이 중이염이었다. 고열이 일주일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만 더 심하게 오르고 아이는 더 괴로워했다. 밤마다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딸을 업고 며칠이 지나서야 처방받은 약이 전혀 효능이 없음을 알았다. 아이가 병이 깊어지자, 다니던 소아과 선생님은 유명한 대학의 소아과 선생님을 추천하며 친절하게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 세 시간을 운전하고 두 시간을 대기한 후에야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은 겨우 십분, 처방전을 받아들고 집에 오는 동안 아이가 나을 거라는 희망과 바꾼 시간이기에 가슴 한 켠으로는 허무했지만, 그래도 참을만 했다. 그러나, 아이는 약을 먹고 상태가 더 나빠졌다. 열은 더 올랐고 아이는 울 기운도 없는지 기력이 없어보였다. 일주일 후, 다시 세 시간을 운전하여 세 시간을 대기한 후 의사선생님께 아이가 병이 더 심해져 약을 안 먹였다고 하였더니, 선생님은 그 약이 몸에 안 맞았나보네 , 하며 이번에는 다른 약을 처방해드릴게요. 하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약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게다가 아이의 체질이나 기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처방만 해 준 것도 화가 났지만, 아파하는 아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무심함에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가 낫기만을 바라며 달려 온 수천 키로 위에 버린 시간들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남편과 나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쓰레기통에 버린 후,혹시나하여 근처 유명한 아동병원에 들렸는데 아동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아픈 아이를 너무 거칠게 대하고 다른 의사들과 다를 것 없이 처방만 해주었다. 부모로서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치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하나같이 약만 처방해주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였다. 우리는 결국 이에게 약이 아닌 자연치유책을 찾아보기로 하였고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수집하며 부모들이 권하는, 경험담에 근거한 민간 치료로 아이의 병을 치료하였다.  이때의 경험은 의사라면 무조건 옳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깨주었고, 병원에 가게 될때는 일단 증상과 상태를 검색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많은 과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은, 많은 치료약이 여전히 회색 지대 안에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백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치료에도 여러 가지 다른 접근 방식이 있으며 치료법마다 위험성과 효과도 다르다, 아마도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는 간단하거나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한 때 TV광고에서 ‘유병장수’시대라는 말을 듣고는 혼자 박장대소했다. 유병장수란 말이 듣기에나 좋지  골골골하며 100세 까지 사는 시대라니 ^^;;....죽을 때까지 병을 달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슬픈 운명은 결국 과학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싶어 웃음 끝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하는 과학의 범주의 의학은 너무도 불확실하며 효과나 부작용이 증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의 약이 누군가에게는 만병통치약이 되는 확률게임에서 가장 최선의 치료를 찾는 것은 의사의 몫이나, 환자의 몫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아닌, 의사와 환자 모두가 치료라는 교집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실제 사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 의사에게 ‘스타틴’을 처방받은 수전이 스타틴 복용으로 인해 고생하는 많은 이웃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발에 심각한 통증으로 고생하던 리사가 치료에 대한 확실한 신념없이 수술한 뒤 , 수술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게 된 이야기에서도  전립선암 수술이후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의사에게 상태를 좋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맷의 이야기에서도, 쉽게  환자와 의사가 생각하는 치료에 대한 선명한 가치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한 인지가 없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결국 선택은 항상 당신 자신이 해야 한다. 당신은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각각 자신의 삶의 가치와 목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치료 효과를 보거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제롬 그루프먼과 패멀라 하츠밴드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며 이스라엘 디커너스 의료 센터의 교수진들이다. 이들은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에서 각각 유형의 사람들을 20명가량 선정해 인터뷰하고, 그들의 성향별 치료 결정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며 의사에게는 환자의 입장을, 환자에게는 의사의 입장을 통하여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짚어주며 분석하여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지혜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들은 치료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신념이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개인의 태도및 가치관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신념은 자신이 의사에 대한 믿음의 수치에 따라 치료결과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의 경계, 나에게 맞는 치료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후회 없는 치료뿐 아니라 각종 질병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안하며 병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에 대한 새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환자들은 저절로 의사에게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들은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옳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환자는 '여러 질병 치료'에 대한 생각이 전문가 사이에서조차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야흐로 유병장수시대,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는 단언컨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

 

 가장 최고의 치료 선택 과정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선택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치료법 가각의 위험과 효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치료에 대한 환자의 생각과 경향을 존중하면, 의사와 호나자가 함께 가장 적절한 티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선호도를 이해하는 의사와 치료 선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선택의 부담을 덜고 그 결과를 후회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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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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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1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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