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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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이 개그맨을 형사고소하자 진중권이 날린 한마디는 "누가 개그맨인지 모르겠네 ."라며 트윗을 날렸다. 거침없는 발언과 개념없는 이들에게 가하는 비판은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의 다양성을 수용하게 된 사회는 확실한 개념이 불명확하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확산은 현대인들을 현실의 삶보다 허구라는 가상의 세계를 선사하게 됨으로 그나마 있던 개념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들이 현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대중에게 익숙하고 독설가로도 잘 알려진 문화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진중권이다.

 

'문화비평'이라는 이름의 글쓰기는 결국  말 없는 사물을 읽는 작업이다.

그것은 말없는 사물에 인간의 목소리를 주어

그것들이 스스로 자신을 말함에 이르게 해야 한다.

 

내가 진중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독설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는 말을 잘 못한다. 항상 속으로는 그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소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팔랑귀다. 그러나 진중권은 언제나 아닌 것에 대해 명확하다. 그리고 시원하다. 개념의 확립이란 그런 것이다. 스스로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니라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사회현상의 흐름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무관심들은 우리나라 사회 소위 엘리트층에서 많이 보여지는데 그 이유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니라고 말했을 경우 일어나는 파장으로 인해 생기는 귀찮은 문제들 때문이다. 누가 봐도 "NO" 임에도 아무도 'NO"를 외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바로 그런 점에서 난 진중권을 응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위에서 내가 말한 현상들이 진중권의 <아이콘>에 들어있는 사회현상의 시각이란 것이다. 누구나 허구인줄 알고 있지만 실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파타피지컬' 이라고 말한다. 허경영이 공중부양을 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도 그가 공중부양을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그들에게 열광한다. 이런 현상들에 관한 그의 시각은 무척 냉철하다. 이런 현상들은 심형래의 영화에 관해서도 보여지는 것들인데 영화흥행을 위해서 거짓으로 포장하기 바뻣던 당시 언론과 진중권의 논쟁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진중권이 심형래를 그렇게 깟어도 언론은 진중권을 까느라 바뻣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그러나 최근 심형래의 파행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이것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냉소의 시대에 철학은 장바닥으로 내려와, 무례함과 뻔뻔함을 가지고 냉소를 냉소해야 한다.

 

이 책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개념들은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평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과 연결하여 이해하기 쉽게 진중권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함으로 쉽게 이해가 되는 개념들이다. 타블로의 해명과 관련하여 생긴 ' 범주오류' , 가끔가다 사회의 톱뉴스를 차지하는 연예인들의 대마초에 관한 현상으로 철학적 개념의  '엑스터시' , 현대인의 조건이 되어버린 니할리스트 (어떤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주위에서 존경받는 원칙이라고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라는 개념은 모든 절대성을 부인하며 허무의 상태를 끌어안는 현대사회의 종교개념의 현상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 철학개념들이 아이콘이 복잡한 명령어의 시각적 압축이듯, 복잡하고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현사회에서 개념이 상실되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불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철학적 은유의 개념들인 아이콘이라 볼수 있다. 사회현상을 그저 방관하거나 무관심하게 일관하기보다는 현사회가 흐르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관심의 표명으로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념있는 철학자이자 사회의 아닌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NO'를 외치는 문화비평가 진중권을 늘 응원하며 ^^

 

(그러나 이런 좋은 책이 오타가 작렬이라니 ^^;;) 너무해요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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