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인문 #벤야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아우라’라는 단어가 지닌 힘을 이렇게 묘사했다. 옛날 옛적, 모든 것을 다 갖추었으나 전혀 행복하지 않은 왕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산딸기 오믈렛이 먹고 싶어졌다. 오래전 전쟁 중에 쫓기며 산골짜기의 한 노파에게서 얻어먹은 산딸기 오믈렛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면, 깊은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왕은 궁정 요리사를 불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전쟁에서 참패하고 길을 잃어 기직맥진한 채 한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였네. 한 노파가 뛰쳐나와 반기며 산딸기 오믈렛을 먹여주었지. 오믈렛을 먹자마자 난 기적처럼 기력을 회복했고 희망이 샘솟았지. 자네가 그 오믈렛을 만든다면 짐의 사위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음뿐이네.” 뛰어난 솜씨를 지닌 궁정 요리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폐하,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오믈렛의 레시피를 훤히 알지만, 폐하가 드신 오믈렛의 재료는 구하지 못합니다.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절박함, 부엌의 따스한 온기, 뛰어나오며 반겨주는 온정,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어두운 미래, 이 모든 분위기는 제가 도저히 마려하지 못하겠습니다.” 베냐민의 「산딸기 오믈렛」이라는 글에 나오는 명장면이다.
-『까르륵까르륵』

타인에게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나 빛을 느낄 때, 아우라라는 말을 쓴다. 아우라는 외래어로 원래 독일말의 ‘아우라’(aura)는 원래 ‘미묘한 분위기’ 또는 의학용어인 몸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을 뜻하는 ‘전조’(前兆)라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후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작품의 고고한 분위기’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요즘 접하는 아우라의 뜻이 되었다.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로서의 아우라는 산딸기 오믈렛이란 글에서 ‘아우라’의 힘을 말한다. 다른 존재로 대체 불가능한 반짝이는 순간의 힘으로서 아우라를 표현한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우라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나에게 대체 불가능한 아우라 같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연애의 발견』 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서서히 식어가는 아우라를 발견한 연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의 아우라에 빠져 있을 때, 모든 것이 아름답고 이쁘기만 했던 행동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더 이상 아우라의 빛이 느껴지지 않자, 헤어짐을 선택한다. 아우라는 이렇게 대체 불가능한 빛이기도 하며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빛나는 순간을 느끼게 하는 마음 스위치이다. 눈빛만 봐도, 말로 하지 않아도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마음 안에 누구나 이런 아우라를 감지하는 감정스위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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