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아플 때 말고 아프지 않은 날 한번 병원에 가볼 일이다.
그동안 나의 불평과 불만이 쏙 들어간다.
환자는 물론이고 그 환자를 돌보는 이들의 얼굴을 보라. 지금 내가 내 발로, 누구 도움 없이 이렇게 걷고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차라리 아이 때에는 그 또래 아이들에 비해 병원이란 곳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다 (치과 제외).
약도 별로 도망 안다니고 먹었고, 주사도 잘 맞았다. 주사 바늘이 들어오는 동안 고개를 돌리기는 커녕 오히려 주사 바늘이 내 살 속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 큰 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원 치료 며칠 이면 나을 수 있는 병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장기 입원, 매일 주사 바늘 꽂을 곳 찾아가며 맞아야 하는 주사, 견디기 힘든 통증, 이런 일을 겪었더라도 내가 감히 그럴 수 있었을까?
이 맘때쯤 꼭 한번 몸살을 심하게 앓는다.
'또 왔구나 너. 잊을만하면 오는구나.'
이러면서 의연한척 까불다가, 결국 병원에 갔다. 증세를 보더니 너무 힘들겠다면서 주사를 두대나 놔주신다.
누워서 자다, 깨다, 책 읽다 를 반복했다. 읽은 책 리뷰는 곧 올리겠지만 참 할 말이 많은 책이다. 얕게 든 잠. 자면서 꽁치를 몇 번이나 구웠는지. 자고 일어나서 저녁 상에 꽁치를 구워올려야지 생각하고 누웠더니 그게 계속 자면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책들 소개를 보면서 나는 이번 2012년 겨울 몸살을 아주 조용하게, 수선떨지 않고 맞대면 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마음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바람 앞의 등불 같은 건강이라면 어쩔 것인가. 이제 몇 달 안 남았다는 선고를 받고서 꿋꿋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좀더 겸손하고, 겸허하게, 오늘의 삶을 감사하게 받고 꾸릴 수 있기 위해 나에게는 어떤 철학서나 교양서보다 이런 생생한 현장성 있는 책들이 더 좋더라.
더구나 저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보이는 '낯선 땅 콜로라도'. 나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콜로라도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 눈물 바람 콧물 바람 다 뿌리고 온 땅.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땅.
이런 책만 눈에 들어오는 시기인가보다.
내가 주말마다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 책의 저자가 초대손님으로 나왔을때 그 목소리와 억양으로 나는 무슨 웃음치료사, 혹은 연극인, 예능인을 직업으로 갖고 계신 분인줄 알았다. 어린 아이 처럼 흥분과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
아, 그런데 이분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자니 참......
그야말로 아무것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삶이 이렇게 실제로 있구나 싶었다.
그래, 난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머리로 하는 이야기, 머리로 쓰는 글보다, 몸으로 겪어서 토해내는 이런 글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