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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B. It (Paperback)
사라 윅스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5년 10월
평점 :
책의 결말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는 아마 이 창래의 The Surrendered 이후로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제목이 특이해서 들춰 보게 된 책. 환타지 소설을 주로 읽어대는 아이가 빌려왔길래 물어보았다.
"이번엔 어떻게 이런 책을 다 빌렸어?"
"제목이 맘에 들어서요."
그러고는 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엔 손이 가지 않았다.
정신 지체 엄마와 함께 사는 열 두 살 아이. 그 아이가 기억도 못하는 갓난 아기였던 어느 날, 엄마는 스스로 아기를 돌볼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옆집 문을 두드려 몸짓, 손짓으로 자기를, 자기 아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 날 이후로 이웃 집 여자 Bernie는 두 모녀의 손과 발이 되어 가족처럼 보살피며 살아간다. Bernie는 아이에게 Heidi란 이름을 붙여 주고 먹여 주고, 씻겨 주고, 책을 읽어주고, 정신 지체 엄마까지 아이처럼 보살피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Heidi가 열 두 살이 될 때까지 그렇게 살아간다. 함께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스스로 Agoraphobia (광장공포증)에 걸려 집 밖으로는 한 발 자욱도 나가지 않는, 그녀 스스로도 상처를 지니고 사는 Bernie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eidi모녀에게 Bernie는 또다른 엄마였고 친구였고 집이었고, 사랑이었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말은 Heidi, Dette (Bernie를 부르는 엄마의 발음), Hello, Tea, Go, Good, Blue, Now 등 오직 스물 세 단어. 이 스물 세 단어는 대부분 흔히 쓰는 쉬운 단어인데 그중 두개는 예외이다. 하나는 So B. It 이라는 말. 엄마가 어린 Heidi를 데리고 처음 Bernie에게 왔던 날 이름을 묻자 엄마는 "So B. It" 이라고 대답한다. 도저히 이름으로 들리진 않기에 Bernie는 재차 묻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So B. It.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성경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말로 Amen과도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어째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이해가 안된다고 Bernie는 Heidi에게 설명하지만 아무튼 엄마의 이름은 그래서 So B.It. ( 이 말은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그 뿐이다.'란 의미의, 어떤 일의 시작보다는 마지막에 어울리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이 이름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된다.
엄마가 아무리 어린 아이같은 지능을 가지고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딸인 자기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Heidi가 그런 엄마를 보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나는 안다. 우리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을 하지 못해도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할 줄 아는 스물 세 가지 말 중 또 하나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으로
soof 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봐도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그 말의 뜻을 찾아가다가 Heidi는 우연히 서랍에서 오래 된 사진들을 찾아내는데 그 중에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 엄마가 다른 여러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있었고 찍은 장소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자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며 열 두 살까지 커온 Heidi는 이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하던 중이었는데 그 사진이 계기가 되어 Heidi는 사진에 적힌 이름을 보고 Nevada에서 New York 주의 Liberty라는 조그만 마을까지 이틀 넘게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모험을 단행한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그렇게 먼 여행을 한다는 것, 알아내서 별로 득이 될 것도 없는 자기의 출신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을 말리던 Bernie는 결국 Heidi를 보내게 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는 Heidi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그것이 엄마와 Heidi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도 모르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도착한 그곳. Heidi가 힘들게 찾아간 그곳은 정신지체인들의 요양소 같은 곳이었으며 거기엔 아직도 Heidi의 아버지 격인 사람이 Heidi를 알아보지 못한 채 살고 있었고, 차츰 엄마의 미스테리 같은 단어 So B It과 soof 에 대한 의문도 풀린다. 자기가 알고 싶었던 것을 알아낸 Heidi가 제일 먼저 그 소식을 알리고 싶었던 사람은 집에 있는 Bernie였다. 그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를 걸었을 때 반갑게 소식을 들어주던 평소와는 달리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Bernie. 그 때까지만 해도 Heidi는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했다.
엄마를 고향 땅에 묻기로 한 후, 장례식에서 엄마를 전혀 모르는 목사님에게 설교를 부탁하는 대신 Heidi는 자기가 직접 말을 하겠다고 나선다. 비록 Heidi자신도 엄마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그녀가 수첩에 적어놓은 몇가지 사실 뿐이긴 하지만 그것만이라도 장례식에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날이 되자 Heidi는 갑자기 마음이 움직여 길게 말을 하게 된다.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단지 그것을 말로 표현을 못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내고 보니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단어였을 뿐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엄마를 무척 사랑하는 누군가가 엄마를 Soof라고 불렀고, 엄마에게 그 말은 '사랑'이란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Heidi는 엄마와 함께 했던 마지막 시간을 회상한다. 창문에 기대어 먼 버스 여행을 떠나는 Heidi에게 손을 흔들며 "Tea, Heidi?" 라고 말하던 엄마, 그리고 "Yes, Mama. Tea,"라고 대답하던 Heidi. "Back soon, Heidi? (하이디, 금방 돌아올거지?)" 라는 엄마의 마지막 말.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가 없는 집으로 돌아온 Heidi는 기운을 차리고 Bernie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엄마의 사랑을 알고 믿기에 Heidi는 슬픔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의 몇 페이지을 남기고 있을 때부터 눈물이 차오르더니 마지막 장을 읽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글자가 흐려져서 손으로 한번 훔쳐내고 계속 읽어야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인데 소재도 독특하고 구성도 좋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뛰어나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여 있어 우리 나라 학생이라면 중,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 나라에선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