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버는 법 (8) - 나 못했어?
“물을 세 번씩이나 묻히는 이유가 대체 뭐에요?”
“나름대로 철학이 있어서야”
“무슨 철학이요?”
“나름대로…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뭔데요?”
“그러니까… 그게… 나름대로 있다고!”
“그러니까 이유가 뭐냐고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말을 해 주셔야 알죠?”
“그래?”
“그럼, 말로 할게. 대신, 이거 좀 도와줘!”
“어떻게요?”
“구름을 잡아봐!”
“구름을요? 구름은 왜요?”
“잘 잡아봐.”
“구름 못 잡아요.”
“어, 왜?”
“구름은 잡는 게 아니에요.”
“그럼?”
“구름은 닦기만 해야 돼요. 잡으면 안 돼요!”
“정말 닦기만 해야 돼?”
“네, 구름은 닦기만 해야 돼요!”
“그래?”
“네, 그런데요, 이름 아저씨!”
“왜 그래?”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는데요?”
“우린 안 맞잖아!”
“그래도 밑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맞을 텐데요?”
“그래서, 어쩌라구?”
“청소를 빨리 해주세요.”
“아 잠깐만!”
나는 물 묻힌 손으로 구름을 싹싹 닦아내었다.
“이제 되었지?”
“청소 잘하시네요?”
“실컷 구박할 땐 언제고!”
“제가 언제요?”
“구박한 적 없다고?”
“이름 아저씨는 제가 구박한 걸로 들리세요?”
“응 그래!”
“그래요?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뭘 말하려고?”
“제가 구박해서 이름아저씨께서 청소를 못 하셨다구요!”
“청소를 못했다고?”
“네!”
“네가 구박한 거랑, 청소를 못한 거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야?”
“반짓고리를 더 받고 싶으세요?”
“아니다… 내가 말을 말아…아니지… 말을 안 하면 안 되지…”
“이름아저씨, 무슨 말을 하시려고요?”
“그러니까 말이다.”
“네, 아저씨!”
“내가 말이다…”
“네에…”
“그러니까 말이다…”
“네에…”
“청소를 잘 한 거냐고, 못한 거냐고?”
“청소요?”
“응, 청소!”
“이름아저씨, 처음치고는 잘 하신 거에요!”
“뭐야, 너도 처음 온 거 아니야?”
“맞아요”
“근데, 네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떻게 알아?”
“알 수 있어요. 전, 청소작업반장이니까요!”
“그러냐?”
“네!”
1. 나 버는 법 (9) - 나, 드디어 반장 되다!
“작업반장이 되면 그런 거 알 수 있는 거냐?”
“아니요, 작업반장이 되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이 많아야죠!”
“그럼, 경험이 많이 쌓이면, 작업반장이 될 수 있는 거냐? 그럼, 나 반장해도 되겠네!”
“경험 많으세요?”
“내가 이래뵈도 지구에서는 청소를 매일 했어.”
“그러세요? 어디어디 하셨는데요?”
“어디어디 했냐면…”
“혹시요!”
“응?”
“비 내릴 때도 청소해 보셨어요?”
“아, 그건…”
“그건 해 보신 적 없으시죠?”
“아니야, 해 봤어!”
“어떻게 하셨는데요?”
“비 올 때는… 비 올 때는…”
“아저씨, 비 올 때는 비 맞고 하면 돼요. 뭐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세요?”
“어려워!”
“뭐가 어려워요?”
“비 맞고 하는 거 너무 어려워!”
“아저씨, 비 올 때는 청소 한 번도 해 보신 적 없으세요?”
“그래, 없다, 어쩔래! 나 청소란 걸 싫어한다고!”
“싫어하세요?”
“그래, 싫어해!”
“근데, 왜 여기서 일하세요?”
“그럼, 먹고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하냐?”
“사장님한테 말씀드려 보세요. 다른 곳에 배치해 주실지도 모르잖아요.”
“다른 곳?”
“네!”
“어떤 곳이 있는데?”
“청소 말고요?”
“응!”
“사장님께 물어보셔야죠!”
“아니, 아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아니, 제가 알 리가요! 그냥 사장님한테 말씀드려 보라구요. 그럼, 뭔가 애기해 주시지 않을까요?”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돼요?”
“사장님은 나한테 일 시킬라고 안달이 난 사람인데, 나를 다른 데 배치한다고? 내가 원하는 일을 시킨다고?”
“그럴 리가요!”
“무슨 소리야?”
“제가 언제 사장님께서 이름아저씨가 원하는 일을 시킨다고 말씀드렸나요?”
“그럼?”
“그냥 말씀드려 보라구요!”
“아니, 그러니까, 그 얘기인즉슨, 내가 원하는 걸 해주실 거라는 의미 아니냐고?”
“아니라고요!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상담 받으시라고요!”
“아, 그 얘기야?”
“네!”
“싫어!”
“왜요?”
“사장님이 나한테 뭘 해 줄 리가 없으니까!”
“그래요?”
“그럼요…”
“응, 왜?”
“사장님을 부를까요?”
“응? 여기로?”
“네!”
“여기로 어떻게 불러? 여기도 핸드폰이라는 게 있나?”
“그게 뭐에요?”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어떻게 부르려고?”
“잠시만요”
경량이 녀석은 밑을 향해 팔을 흔들더니,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녀석, 뭐하는 거지?
“경량씨, 지금 뭐하는 거야? 밑에서 이게 보여?”
“우리 사장님은…”
“응, 보여?”
“저기 있어요! 밑에서 보라고 한 게 아니에요!”
“응?”
“어디?”
“저쪽에”
“어디어디?”
“안 보이세요?”
“어디에? 어디에 사장님이 있어?”
“사장님 안 보이세요?”
“안 보이는데.”
“사장님, 사장님이 안 보인대요!”
“그래, 성공했구만!”
경량이 뒤에 있던 사장님이 내 앞으로 나타나더니, 나를 향해 너무도 환하게 웃으면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 아저씨, 청소 정말 열심히 하시는 거 봤어요! 이름 아저씨는 참 훌륭한 사람이 되실 거에요!”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요!”
“그래서 먼데?”
“내일은 구름 두 개를 청소하시는 거에요!”
“그래, 알았다, 사장아!”
“네, 반짓고리 반찬이 필요하세요?”
“그거 먹는 거야?”
“말씀드렸다시피~”
“반찬을 먹지 않는다고?”
“네.”
“난 먹어야 된다고 이 사람아!”
“그러세요?”
“그래!”
“먹는 거면 뭘 드려야 할까요?”
“여기는 나물이나 고추장 같은 거 없어?”
“고추장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나물은 있어요!”
“그걸로 줘!”
그때 경량이가 나서서 나를 만류했다.
“이름아저씨, 나물 드시면 후회하실 텐데요?”
“왜?”
“왜냐하면요…”
사장이 끼어들었다.
1. 나 버는 법 (10) - 나물의 눈물
“경량씨, 뭐 아는 거 있어? 이름 아저씨가 나물을 먹어야 한다는데?”
“그래서, 지금 말씀드리려고요!”
“뭔데?”
“나물이요, 지구에서 말하는 그 나물이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가 지구를 가본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말하는 나물은 아주 부드럽잖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경량씨, 이름아저씨가 말한 나물은 그 나물이야?”
“네, 사장님.”
“안 되겠네!”
“안 되겠죠, 사장님?”
“맞아!”
“대체 여기 나물은 뭐길래?”
“여기 나물은 몹시도 딱딱하고요, 보기만 해도 배부른 거예요.”
“그래?”
“네!”
“그럼 말이지!”
“네!
“나물 줘”
“진짜 드려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싶어”
“그래요? 그럼, 내일부터 구름 두 개 청소요?”
“그래! 그렇게 하지!”
“청소는 다 하셨나요?”
“그래, 다 했어!”
“그럼, 내려갈까요?”
“나, 드디어 퇴근인 거야?”
“퇴근이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
“응, 나 퇴근이 무척 하고 싶어!”
“그래요?”
“응, 퇴근이 무척 그리워.”
“그럼, 바로 퇴근하시죠.”
“여기서?”
“네.”
“나더러 혼자 가라고? 이 높은 곳에서?”
“네, 이름 아저씨는 충분히 하실 수 있으세요!”
“그래요,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이름 아저씨는 충분히 하실 수 있으세요!”
“이 빗자루는 누가 타고 갈 건데?”
“당연히, 저희들이 타고 가야죠!”
“그럼, 나는?”
“날아가셔야죠!”
“내가?”
“네!”
“내가 어떻게 날아?”
“날아갈 수 있어요!”
“내가 어떻게 나냐고!”
“충분히 가능해요!”
“어떻게 날아?”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 아저씨 충분히 가능해요!”
“그러니까, 어떻게 나냐고?”
“양말을 벗어보세요!”
“양말을 또 벗어야 돼?”
“네, 충분히 양말 벗으실 수 있으세요!”
“여기서?”
“네! 충분히 가능해요!”
“그럼, 여기서 양말 벗으면 내가 날아서 퇴근할 수 있다는 거야?”
“네, 충분히 가능해요!”
“그래? 그럼.”
“네에, 벗으실 거죠?”
“나물부터”
“나물부터요?”
“그래, 나물을 줘야, 집에 가서 배가 안 고프지.”
“배가 안 고픈 게 뭐에요?”
“아, 먹고 싶지 않아진다고!”
“아, 그거요!”
“그래!”
“그럼, 나물부터 구해야겠네요.”
“뭐야, 지금 있는 거 아니었어?”
“구해야 돼요!”
“구해야 된다고? 그럼, 나 또 연장근무 해야 돼?”
“근무시간에 포함 안 돼요!”
“아니, 사장이 직원들 월급 준비도 안 해 놓고 나물 구하러 다니면, 그게 연장근무 아니고 뭐야?”
“이름 아저씨?”
“응?”
“월급이 뭐예요?”
“여태까지 주던 거… 아참…여긴 돈이란 게 없지…”
“돈이요? 그런 것도 있어요, 지구엔?”
“아, 제가 지구에 갔을 때는 돈이란 거 없었는데?”
“경량씨, 몇 살이야?”
“나이는 왜 물어요?”
“나보다 많은 거 같아서”
“글쎄요, 제가 몇 살인지는…”
“그럼”
“네”
“지구에 가서 뭘 봤는지를 말해 봐”
“지구에 가서요?”
“네”
“지구에 가서 돌도끼 같은 걸 봤는데…”
“그때 갔어?”
“네”
“나는 그때 있지도 않았는데?”
“그래요? 그럼 그때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있어요?”
“그러게, 난 지금 왜 있지?”
“이름아저씨, 경량씨랑 나물 찾으러 안 가실 거에요?”
“찾으러 가야 돼?”
“네, 찾아야 돼요!”
“뭐야, 있는 거 아니었어?”
“경량씨?”
“네, 저는 좋아요. 이름아저씨랑 나물 찾으러 간다니까 신나는데요.”
얜 또 왜 신나고 그래? 미치겠네.
“이름아저씨, 나물 찾으러 같이 가요. 찾으면, 그거 다 드릴게요.”
“다? 얼마나 되는데?”
“글쎄요. 아마 한 개 이상은 될 거에요.”
“한개 이상이면, 두 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두개면, 두 개 다 드릴게요!”
“아, 두 개면… 근데…”
“네에?”
“두 개여도 배부른 건 똑같잖아? 한 개나 마찬가지잖아.”
“네, 맞아요.”
“근데, 한 개만 있으면 되는데, 두 개나 가져가서 뭐해?”
“두개 가져가면요. 저희 같은 경우는요.”
“응, 두 개 가져가면?”
“한개는 보고 있고요.”
“또 한 개는?”
“또 한 개는 그냥 놔둬요.”
“왜 그래?”
“왜 그러냐고요?”
“응, 왜 그래?”
“그냥 놔두면 좋아요.”
“그냥 좋아?”
“네, 좋아요.”
“그냥 놔두면요. 아주 마음이 편해지고 그래요.”
“나물을?”
“네!”
“딱딱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네!”
“딱딱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놔두면 마음 편해진다고?”
“네!”
“이유는 알아?”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래?”
“네”
“그럼”
“네”
“나물 찾으러 가자.”
“가시게요? 정말로요? 근무가 아닌데도요?”
“그래, 가자고!”
“네, 그럼 가요! 나물 캐러요”
“경량씨?”
“네!”
“잘 갔다 와!”
“네!”
“사장은 안 가?”
“네,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사장은 그러면서, 양말을 벗더니, 양말을 나풀나풀 날리면서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경량이 녀석이 말했다.
“이름아저씨, 이 빗자루 타고 가면 돼요! 출발해요! 꽉 잡아요!”
“알았다, 이 녀석아, 조심해라!”
“네에~”
2. 나 버는 법 (11) - 너도 벌자!
하늘을 날아가서 어딘가에 닿는다는 느낌이 이렇게 황홀한 것인지 몰랐다. 경량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계속해서 웃어댔다.
“경량씨, 뭐가 그렇게 신나?”
“이름 아저씨는 안 신나요?”
“지금 내가 신나게 생겼어?”
“안 신나는데 왜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아니, 나물 찾으러 가자며?”
“그러니까, 왜 안 신나는데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냐고요?”
“아니, 찾으러 가자며!”
“아니, 신나지 않으면 거절하셨어야죠?”
“아니, 이것봐 경량씨!”
“왜요?”
“신나서 찾으러 가자고 할 땐 언제고!”
“그러니까, 제가 신난 거지, 이름아저씨가 신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안 가겠다고 한 거 같은데?”
“아저씨!”
“이름자는 왜 빼?”
“아저씨, 안 간다고 한 적 없어요!”
“아니야, 분명 안 간다고 했다고!”
“아니에요, 그런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 있어!”
“아니, 그런 적 없다니까요!”
“경량씨!”
“네?”
“지금 나하고 싸우자는 거야?”
“싸우자는 게 아니라!”
“아님, 뭐야?”
“정확히 말을 짚고 넘어가자는 거예요!”
“아니, 정확히라니?”
“분명히, 안 가겠다고 말씀하신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히 안 가겠다고 했다고!”
“사장님께 확인해 볼까요?”
“아니, 여기서 사장이 왜 튀어나와?”
“저기, 튀어나오네요!”
“아니, 또 어디?”
“여기 있어요, 이름아저씨!”
“아니, 사장, 넌 또 어디 있다 나타난 거야?”
“아직 근무가 안 끝났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을 해요?”
“아니, 이거 근무 아니라며?”
“아니, 이름아저씨 말구요! 제가 근무 중이라고요!”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
“연장근무 하시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은 다 퇴근했는데, 사장이 퇴근 안 하는 경우가 어딨어?”
“저는 자주 그러는데요?”
“뭔가 잘못됐어! 이럴 리가 없다고!”
“아니에요, 잘못되지 않았어요!”
“뭐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야?”
“사장님, 이름 아저씨가 여기 오겠다고 한 적 없대요? 사실이에요?”
“경량씨!”
“네에,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그렇게 얘기했어?”
“네에!”
“이름아저씨!”
“사장, 나 나물 찾겠다고 한 적 없다니까!”
“알아요!”
“그럼 내 말이 맞는 거지?”
“아니요!”
“아, 그런 말 한 적 없다니까!”
“이름아저씨, 나물 벌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여기에 나물이 어딨어?”
“여기 오겠다고 하신 적 없으세요?”
“그래, 나물 찾으러 가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하신 적 있는 거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사장님!”
“경량씨, 왜?”
“그러니까, 제 말이 맞는 거죠?”
“아, 맞아! 경량씨 말이 맞아!”
“아니, 이것 봐, 사장! 도대체 나한테 왜이래?”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충분히 할 수 있으세요!”
나 원 참. 빗자루가 점점 더 땅에 가까워졌다. 허공에서 날라 다니고 있는 사장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이름아저씨?”
“응?”
“이름아저씨는 뭐든지 할 수 있으세요!”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물도 찾으실 수 있으세요!”
“나, 나물 찾으러 간다고 한 적 없다고!”
“그래서 제가 따라왔잖아요!”
“아니, 다른 볼 일 있다고 할 땐 언제고?”
“다른 볼 일 끝났어요!”
“끝났어?”
“네!”
“그럼”
“네!”
“이제부터 나물을 찾는 거야?”
“네, 맞아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다른 볼 일이 뭐야?”
“아저씨 뒤에서 쫓아가는 일이요!”
“아니 그게 뭔 경우야?”
“이름아저씨!”
“응?”
“제가 봐 드릴께요!”
“뭘?”
“앞으로 계속 봐 드릴께요!”
“사장아, 뭘 보겠다는 거야?”
“청소 잘하는지요!”
“경량씨가 보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사장님이 보셔야 맞는 거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뭐가 그럴 리 없다는 거에요?”
“사장이 그런 거 보고 그러는 거 아니라구!”
“이름아저씨?”
“왜?”
“정신 차리세요!”
“내가 뭘 어쨌길래?”
“지금 근무시간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보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장이 그걸 왜 보냐고!”
“사장이 그걸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청소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니야, 사장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그럼, 사장님은 뭐해야 돼요?”
“그러게, 저는 뭐해야 돼요?”
“그냥 나물이나 찾자고!”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빨리 찾자고!”
“네, 알았어요!”
2. 나 버는 법 (12) - 사장아, 나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사장님!”
“응?”
“여기 나물이 있어요!”
“드디어 찾았구나, 경량씨!”
“이름아저씨, 이리 좀 와 보세요!”
“어디 있는데?”
“여기요!”
“이게 나물이야?”
거기에는 갈색으로 되어 있는 잎 같은 게 보였다.
“만져 보세요!”
“왜 이리 딱딱해!”
“딱딱하니까, 나물이죠!”
“나물이 딱딱해야 돼?”
“네, 저희 나물은 딱딱해야 돼요!”
“왜?”
“보관하기 좋아서요!”
“보관하기 좋아?”
“딱딱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져서 폐기처분하기 힘들어져요!”
“여기서도 폐기물이 있나?”
“있어요! 폐기물이 뭔지는 아시는 거죠?”
“그래, 알지! 근데, 여기서는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하지?”
“쓰레기차가 와서 담아가요!”
“쓰레기차가 있어?”
“한번 보실래요?”
“쓰레기차를?”
“혹시 모르잖아요. 거기서 일하고 싶어질지!”
“아니야, 됐어. 안 봐도 돼.”
“한번 보세요!”
“아니야, 됐다니까!”
“정말로 안 보실 거에요?”
“응, 안 봐!”
“그래요?”
“경량씨, 왜?”
“그럼, 이름아저씨, 쓰레기차가 뭔지는 아시는 거죠?”
“당연히 알지, 쓰레기 담아가는 차.”
“맞긴 맞는데, 아니에요!”
“아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담아가긴 하는데요!”
“그런데?”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아요!”
“지구에서도 그런 거 모아두는 데 따로 있거든!”
“이름아저씨!”
“왜?”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는데요!”
“근데?”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왜왜? 나 같은 사람도 담아가나?”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라 뭐야?”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말을 건다고요!”
“아니, 일은 안 하고 나 같은 사람하고 노닥거리고 있다고?”
“노닥거리는 게 뭐예요?”
“그거 지구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얘기 나눈다고!”
“이름아저씨!”
“왜?”
“어려운 말 쓰지 마요!”
“어려운 말이었어?”
“네! 쓰지 마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하고 왜 대화를 하고 그러냐고!”
“그것도 쓰레기차의 일이니까요!”
“그게 일이라고?”
“네!”
“근데!”
“네!”
“나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저씨 같은 사람이요?”
“그래, 어떤 사람이야?”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이요!”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가 아니라요!”
“그래, 무슨 헛소린데?”
“아저씨는 우리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시고 있어요!”
“대체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야?”
“아주 좋은 사람이요!”
“내가?”
“네,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언제부터?”
“아저씨! 나물 안 캐요?”
“말 돌리지 말고!”
“사장님, 나물은 캐는 거예요? 찾는 거 아니에요?”
“지금부터 나물을 캐자고!”
“아, 그래요?”
“이름아저씨!”
“왜, 사장!”
“우리 나물 캐요!”
“내가 언제부터 좋은 사람이냐고 묻잖아!”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될 거에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좋은 사람이라며!”
“그러니까요!”
“아니, 그게!”
“이름아저씨, 좋은 사람 맞아요 앞으로 좋은 사람 될 거니까요!”
“아, 놔, 정말!”
“아저씨, 같이 나물 캐요!”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갑자기 나를 놀래켰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니. 구름이 웃겠네.
“이름아저씨!”
“왜?”
“얼른 와요!”
“나도 캐야 돼?”
“같이 캐야죠!”
“도대체 나물은 어디 있는 거야?”
“사장님! 어떡하죠?”
“찾으면 나올 거야, 찾아 보자!”
“이름아저씨, 얼른요!”
“알았어, 알았다구!”
2. 나 버는 법 (13) - 나물이 있다
“사장님!”
“왜, 경량씨?”
“나물 또 찾았어요!”
“그래? 그럼 캐서 이름아저씨 드리면 되겠네!”
“잠깐 잠깐!”
“왜 그러세요?”
“도대체 나물을 몇 개를 찾은 거야?”
“이름아저씨 다 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니까!”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아니야, 아니야, 필요 없다고!”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사장아, 경량씨! 도대체 왜들 이래?”
“네?”
“도대체 나한테 왜들 이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
“저희가 못 되게 굴었어요?”
“그래, 필요 없다니까! 정말 필요 없다니까! 하나면 된다고! 배부르면 된다고!”
“이름아저씨!”
“응?”
“저희도 알아요!”
“아니, 아는 사람들이 왜들 그러는 거야?”
“왜들 그러다니요?”
“왜 필요 없다는데, 자꾸 주려고 하는 거야?”
“아, 그거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경량씨, 말해 봐.”
“아저씨가 필요 없다고 하면요!”
“그래, 필요 없다고 하면?”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거에요!”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뚱딴지가 뭐에요?”
“왜 헛소리냐고!”
“아, 그 소리요?”
“그래!”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소리네요!”
“아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아, 아저씨, 화나셨어요?”
“그래, 화났다!”
“아저씨, 드디어 화를 내시네요?”
“정말로 화났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화났다니까! 나 좋은 사람 안 한다고!”
“정말로 나물이 한 개만 필요하세요?”
“그래, 한 개만 필요하다고!”
“그럼, 경량씨!”
“네, 사장님?”
“한개만 드리고 나머지는 경량씨가 가져갈래?”
“저야 좋죠!”
“잠깐 잠깐!”
“왜요, 이름아저씨?”
“나한테 한 개만 주고 경량씨를 다 준다고? 이 많은 걸?”
“네, 왜요?”
“정말로 경량씨가 다 가져갈 거야?”
“네, 정말로 가져갈 건데요?”
“이름아저씨!”
“왜?”
“혹시 마음 바뀌면 말씀해 주세요. 경량씨가 좀 드릴 거에요!”
“아니아니, 그러니까, 이게 원래 내꺼 아니야?”
“경량씨 꺼에요. 하나만 빼고!”
“아니, 왜 갑자기 경량씨꺼가 됐어?”
“이름아저씨, 사장님께서 저 가지리고 하셔서 제꺼가 된 거잖아요?”
“원래 내꺼잖아?”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이름아저씨!”
“왜, 사장?”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건 나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경량씨가 가져가면 되는 거죠?”
“이미 줘놓고 왜 물어봐?”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경량씨까지 왜 이래?”
“아저씨, 그럼, 저, 다 가져도 돼요?”
“내꺼까지?”
“아니요, 아저씨꺼 하나는 빼고요!”
“아니야, 다 가지면 안 돼!”
“왜요?”
“필요해졌어.”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필요해졌어!”
“어디에 쓰시게요?”
“나도 그냥 놓아두려고!”
“안 드실 거에요?”
“딱딱하다며?”
“저희는 이름아저씨가 먹으시는 줄 알고 다 드리겠다고 한 건데요?”
“잠깐잠깐! 이건 또 무슨 얘기야?”
“이름아저씨!”
“경량씨까지 대체 왜 그래?”
“사장님, 그런 거 아니에요?”
“아, 경량씨,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응,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럼 왜 다 드리겠다고 한 거에요?”
“경량씨!”
“네,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라서 다 드리려고 한 거야!”
“아, 그래서에요?”
“응, 그래서야!”
“이보게 사장!”
“네, 이름아저씨!”
“그게 이유라면, 내 받지!”
2. 나 버는 법 (14) - 방법도 있다
“아, 받으시게요?”
“경량씨, 이름아저씨가 다 받겠다는데?”
“아, 그럼 다 드리면 돼요?”
“그래! 다 받지!”
“먹으려고 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 거 아니야. 내 받지!”
“받아서 뭐하시려고요?”
“그냥 놓아둔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지!”
“아저씨, 그럼 이거 어떻게 들고 가실 거에요?”
“안 도와줄 거야?”
“제가요?”
“경량씨가 도와주면 되잖아!”
“아저씨, 제가 왜 도와드려야 돼요?”
“아니, 왜 안 도와줘?”
“아저씨, 저한테 하나도 안 주실 거잖아요?”
“그래서?”
“그럼, 저도 안 도와드릴 건데요!”
“아니, 그럼 하나 주면 도와줄 거야?”
“아니요!”
“그럼?”
“하나 빼고 다 주셔야 도와드리죠!”
“아니, 그럼 그게 도와주는 거야?”
“그게 도와주는 게 아니고 뭐에요?”
“그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그럼 뭐가 도와주는 거에요?”
“내가 이걸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줘야지!”
“왜요”
“왜라니?”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왜 도와줘요?”
“아니, 나 도와주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이걸 제가 날라드려야 돼요? 왜 그래야 돼요?”
“나 혼자 가져가기 힘드니까!”
“전 혼자 다 가져갈 수 있는데요?”
“아니, 어떻게?”
“알려드려요?”
“사장아, 방법이 있어?”
“네, 방법이 있어요!”
“그래?”
“네! 있어요!”
“어떤 방법이 있는데?”
“양말을 벗어보세요!”
“양말?”
“네!”
“양말을 또 벗어야 돼?”
“네, 양말 벗어보세요!”
“그래, 양말 벗고!”
“나물, 저 안 주실 거에요?”
“기다려 봐, 경량씨”
“네, 사장님!”
“양말을 이렇게 펼치시고…”
나는 양말을 벗어서 사장이 시킨 대로 양손으로 양말의 양쪽을 쫘악 당겼다. 양말은 대책 없이 늘어났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으나, 양말은 마치 보자기처럼 아주 커졌다.
“양말이 왜 이렇게 커졌어?”
“양말을 이용하면 참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이름아저씨!”
“그래, 그럼 여기다 싸 가면 되겠네!”
“이름아저씨!”
“왜?”
“정말로 다 가져가시게요?”
“그럼, 다 가져가야지!”
“이름아저씨, 정말로 다 필요하세요? 아까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필요할 거라며!”
“제가 필요할 거라고 한 건…”
“응 또 뭐야?”
“누군가 줄 사람이 있을 거 같아서에요.”
“내가 쓰는 게 아니고?”
“네.”
“그럼, 이거 경량씨 주면 되는 거야?”
“하나만 빼고요!”
“이름아저씨, 정말 저 주실 거에요?”
“잠깐 잠깐”
“왜요?”
“아직 주겠다는 말은 안 했어. 생각 좀 해보고!”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생각 좀 해보자고!”
“뭘 생각해요?”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내가 경량씨한테 이 나물을 주는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요! 이름아저씨께서 저를 주시면요!”
“그래, 뭐지?”
“제가 정말 기뻐하니까요!”
“그게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야?”
“이름아저씨!”
“사장아, 왜?”
“아저씨는요!”
“왜?”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왜 좋은 사람이냐고?”
“아저씨가 경량씨한테 나물을 주실 테니까요!”
“아, 진짜!”
“아저씨, 또 화나셨어요?”
“아니야, 화난 거 아니야…”
“그럼 이번엔 뭐에요?”
“이번에?”
“아까는 화난 거고, 이번에는 화난 게 아니고 뭐에요?”
“화난 거 아니고… 그러니까…”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았다! 경량씨, 가져가라!”
“정말이죠, 이름아저씨?”
“그래, 정말이다.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는데 줘야지!”
“아저씨 하나는 가져가실 거죠!”
“그래, 나도 배부르고 싶다!”
“그럼, 여기!”
“나보고 들고 가라고?”
“네!”
“여기 같이 싸서, 하나 우리 집에 갖다 주면 안돼?”
“안돼요!”
“왜?”
“집이 다르잖아요!”
“우리 집에 들렀다 가면 되잖아?”
“이름아저씨?”
“왜?”
“정말 그래도 돼요?”
“응?”
“이름아저씨 집에 들렀다 가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 참.”
“그럼, 아저씨 집에서 아저씨 먹는 것도 보고 화장실 가는 것도 보고 그래도 돼요?”
“안 돼!”
“그럼 어떻게 집에까지 가져가요?”
“싸가지고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집에 가도 되냐구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왜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넌 또 언제 왔어?”
“우리 출근했어요!”
“뭐야?”
“출근시간인데 퇴근 안 하셨어요?”
“아,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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