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2. 에티켓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2
윤태호 지음, 김현경 교양 글, 더미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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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나의 거리 멀어지는 버스처럼 



당신과 나는 가깝고 멀다

나는 당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당신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나는 당신과 멀어지기 위해 나와 나의 거리를 좁힌다


당신은 이미 잊었겠지만

나는 꿈 속에서 당신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연습을 한다 


당신과의 의사소통 

당신과의 친밀 

당신과의 공사구분



체면과 어루만짐은 손바닥과 손등과의 거리와 같아서

나는 민망하다가

나는 태연하다가 

나는 화제를 돌리고

나는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마음을 홀딱 벗으면 

실패한 농담이 진심어린 고백이 될까

분위기를 띄운다고 기분이 좋아질까



당신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보내고

변기 위에 발을 딛고 올라가 볼일을 보며



당신과 나의 거리에 관해

당신과 당신의 거리에 관해

나와 나의 거리에 관해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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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춘문예 당선시집
강지이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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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사람에게 겨울은

단축되거나 연장된다


눈이 펑펑 오는 날 새끼를

낳은 어미 개는 혀로 

갓 태어난 새끼들을 핥아주며

죽은 새끼를 생각한다


신춘, 

새로울 것 없는 겨울과

새로운 겨울 사이에 

놓인 


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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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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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 



네모들이 어깨를 겯고 선 오래된 공책에

뭉툭한 연필로 노래를 흘립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볕을 공책에 담아

보이지 않는 가슴의 문을 열고 쏟아붓습니다


햇볕이 부족한 곳에서 발병한다는 흑색종암

20년 20일 동안 그것은 숙주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노래를 부르며 

죽지 않고 감옥을 견뎌냈을 것입니다


사형이 무기형으로

독재가 민주로

군부가 문민으로

자유가 신자유로 변하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았던 양심,

두글자는 영원히 가슴 속에서 

죽지 않고 죽은 듯

죽어서도 

모두의 가슴으로

모두의 발끝으로

가장 먼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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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 - 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 스타워즈 노블 시리즈 4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안종설 옮김, 랄프 맥쿼리.조 존스톤 그림, 박상준 감수, 조지 / 문학수첩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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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새해가 밝았습니다. 서서히 밝아오는 밝음 대신 스위치를 켜면 딱, 한 번에 다가오는 그런 빛

그런 행운이 오면 좋겠습니다. 빵집에서 산 롤 케익을 하얀 플라스틱 칼로 6등분 해서 두 달에 한 번씩

달콤한 소식이 찾아와 주면 좋겠습니다. 행운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행운이 아니기에.



생각해보니, 새해라는 것은 없는 거잖아요. 인간이 필요와 편리에 의해 도마에서 채를 썰듯 잘게 쪼갠 단위일 뿐이잖아요. 그래도 새해라는 말에는 희망의 가루들이 듬뿍 묻어 있어서 새해, 입을 살짝 벌려 발음해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태양은 '포스'입니다. 포스의 밝은 면에 반란군이 있고 포스의 어두운 면이 집약된 곳에 제국과 '다스 베이더'가 있다고들 하지만

태양에도 흑점이 있짆아요. 상이 맺히지 않는 맹점 같은 것



오늘은 '희망'에 찍힌 어두운 점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천 원에 하나씩 흰 머리카락이나 까만 점을 뽑듯 그렇게 집중집중, 그러면 어느새 새벽이 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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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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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 글 사진, 아바나의 시민들, 작가정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육지와 해변을 달궜던
기억 속에서 보온된 태양의 열기

헤밍웨이처럼
다이키리 10잔을 연속으로 마셔도
취하지 않는 당신은

빨간 벽돌이 벗겨진
건물 앞을 서성인다

그곳은 당신이 살았던 곳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싶었던 곳일 수도 있다

아바나,
짧은 세 글자 속에 커다란 파도를 품은
그곳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조금씩 흘리며
건너간다








- 당신은 아바나에서 지겹도록 〈관타나메라(Guantanamera〉를 듣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갈라 쇼에서도 들었고, 암보스 문도스 호텔 앞에서도 들었고, 숙소 맞은편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밤 열 시 그 구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한국에서도 샌드파이퍼스의 버전으로 언젠가 들었던 노래. 노랫말은 호세 마르티의 작품이고 ‘쿠바의 아리랑’이라고도 한다. 212쪽


-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낙네여,
나는 종려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랍니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내 시구절들은 연둣빛이지만/ 늘 정열에 활활 타고 있는 진홍색이랍니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를 찾는/ 새끼 사슴과 같습니다. 213쪽 재인용, 이규봉,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 푸른역사, 2014,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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