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 김언 시인의 한 줄 일기
김언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정 -



경기가 끝난 뒤 젖은 유니폼을 교환하며 타인을 흡수하는 것









* 메모

- 상징 17쪽

빨강 하나가 십 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 현대시 40쪽

흐르는 물보다는 정지한 물을 좋아한다. 정지한 물보다는 고여서 진화하는 물을 좋아한다.

- 작가 65쪽

작가는 모서리를 가진다. 침묵을 마구 찌른다.

- 시 75쪽

지금 나타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나타날 수 없는 말이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쉰전 - 기꺼이 아이들의 소가 되리라, 개정판
왕스징 지음, 신영복.유세종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무쇠로 지은 방-





'전진하는 것은 여전히 전진한다'는 말을 믿지만

무쇠로 지은 방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대한 생각이 가라앉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은 원래부터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없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 후

희망의 풍선을 크게 붑니다

물론 헛된 망상으로 그 풍선이 터져 가라앉지 않게



무쇠로 지은 방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나는 아큐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속이고

나를 업신여기는 정신승리자가 대신

패배의 늪에 영원히 침잠할 것입니다



무쇠로 지은 방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아니

애초에 바닥이 존재할 수 없는

희망의 심연 속으로

우리는 영원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보이지 않는 친구에게 -





당신이 사는 곳은 덥고 습한 나라입니까

당신은 그것을 견디기 위해 혼잣말을 합니다

중심을 잃고

중심을 잃었으니 당신에겐 타자가 없고

중심이라 생각하는 당신도 없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도 당신은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며

당신 자신에게 말하면서 눈은 남을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깥에서 바깥을 찾고 있습니다



빛이 중심을 향해 모이는 곳, 중앙정원

빛은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빛은 시침과 초침이 사라진 시계처럼

세상의 모든 중심을 향해 전력질주합니다



글을 씁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빛을 사랑하기에

사랑에 빛을 더하고 이해를 더하고 욕심을 빼고

결심으로 이쁜 매듭을 묶으려 합니다.

영혼의 상자에 담아 문 앞에 두어야겠습니다.



중심은 보이지 않기에 당신처럼 흐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보이지만 금방 평평을 유지합니다

중심 속에는 중심이 너무 많아

중심은 파고 파고 또 파도 새로운 중심들이 솟아나옵니다



당신의 말 속에 감춰진 중심을 찾지 못하고

나는 당신의 비명과 당신의 메아리만 찾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친구여,

당신은 스퀄처럼 나를 덥치네요

비가 내게 온다는 말은 어쩐지 너무 폭력적인 것 같아서

오늘은 비가 땅의 심장을 두드린다고 쓰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글자 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신 -



신을 밟아줄 사람이 없어

나는 신을 밟아줄 사람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두 팔로 규칙적인 획을 그으며

왼 앞발과 왼 뒷발을

오른 앞발과 오른 뒷발을

동시에 뻗는 잘 길들여진

말처럼



어지러운 골목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며

신에 창문을 낸다



허정허정 걸어와 코를 밟고

지나가는 바람



얼룩과 얼룩이 오랜만에 만나는 순간

그림자는 뒤꿈치를 깎으러

신을 바짝 뒤쫓는다



그림자야,

신은 자라지 않아 뒤꿈치를 깎을 수 없단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지난 자리마다

신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검은 바탕에 흰,



얼룩말의 얼룩은 지문처럼 다 다른데

왜 신을 묶는 매듭은 항상 똑같을까



매듭은 앞으로도 소리없이 풀어질 것이고

밑창에는 끈끈한 어둠이 달라붙겠지



신 앞에서 신을 구기며

한쪽 무릎만 꿇고

질끈, 끈을 묶고 나면



식당에서 바뀐 신을 신고 나온 기분에서

새 신을 만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신을 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발을 신에 맞추는 것이라는 것을

바로 그 신이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연의 예술적 형상 클래식그림씨리즈 2
에른스트 헤켈 지음, 엄양선 옮김, 이정모 해설 / 그림씨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나방이 누워 있다

예수처럼  


몸은 누워 있고

영은 떠오르고


시간은 날개를 펴고

대칭적인 책장에서 나와

눈 속으로 뛰어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