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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탈러는 행동 경제학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그가 캐스 선스타인과 함께 쓴 <넛지>로 널리 소개되었다. '넛지'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다. 풀어쓰자면 '(개인의) 선택권을 제약하지 않는 (똑똑한) 선택의 방향'이라고 하겠다.
그는 2015년 미국경제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는 행동 경제학이 전통 경제학과 대등한 위치에 격상되었음을 상징한다. 물론 그 혼자만의 작업이라기보다 수많은 동료 학자들의 교류 덕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에 관한 것이다.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행동 경제학과 함께 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행동 경제학이 무엇인지, 어떤 관점으로 나와 타인의 선택을 조율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넛지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제시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동 경제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간의 주요 연구 성과는 무엇인지 등을 일람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어떻게 수많은 동료 학자와 교류하고 심리학 등 타 분야와의 연대를 형성해 왔는지도 잘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은 각별했다. 대니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락 연설에서 공을 탈러에게 돌리기도 했다.
탈러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넛지>에 보내준 뜨거운 성원(한국에서만 40만 부가 팔렸다!)을 보내준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다른 서문에서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이 책을 덮으라”고 호언한다. 물론 책은 그의 말마따나 흥미진진하면서 유익하기도 하다.
전통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직인 이기적 존재다. 탈러는 이를 ‘이콘’(econ)으로 명명했다. 이에 반해 행동 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이요 때로 멍청하다고 가정한다. 가령 카지노나 거액이 경품으로 걸린 TV쇼에서 볼 수 있는 하우스 머니 효과라든지, 주식투자자들이 주가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보다는 배당금에 더 의존하는 경향 등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납득이 간다.
이 책을 읽다보면 탈러의 다른 저서 <승자의 저주>가 어떤 경로로 써졌는지도 알 수 있다. <승자의 저주>는 그가 1987년 미국경제학회에서 출간한 경제전망저널 창간호부터 매년 4차례 총 14회 게재했던 칼럼을 편집한 것이다. 그는 칼럼에서 예외적인 현상들에 대한 것을 주로 다루면서 경제학 분야의 전통 모형들과 모순되는 다양한 현상들에 통찰을 제시한다.
가령 창간호에 연재한 칼럼을 보면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글을 인용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네 장의 카드 놀이를 통해 우리의 확증 편향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이렇듯 탈러는 행동 경제학 분야의 주요 이론은 물론이고, 우버 택시, 부동산 거품, 금융 시장과 주식, NFL(미국미식축구리그) 드래프트 지명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대가다운 전문성과 학자로서의 성실성이 겸비된 이번 책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어내기에 무리가 없다. 마지막 장을 덮게 되면 행동 경제학에 관한 거의 모든 스펙트럼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가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