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시청에 나온 카페 회원과 나눈 잡담들...
"오랜만이네... 그래도 잊어버리진 않고 나오는구나...."
"그럼요 작년 처럼 하진 못해도 큰 일이 있으면 나와야지요. 사실 작년에는 거의 미친거죠. 몇 달 촛불들었더니 생활이 안되서...지금도 먹고 사느라 큰 일 아니면 나오기 힘들어요..."
생활이 운동인 사람들...활동가 정도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비 벌지 않고 줄구장창 나와서 싸우기란 힘들기 마련이다. 월급 받으며 무장된 공권력에 비해 일반인들이 불리한 건 먹고도 살고 이 정권과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싸움에 올인하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고, 먹고 사는데만 연연하다보면 사실 집회 한 번 참석하는 것도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좀 쉬어야 재충전해서 일이라도 하는데 주말에 허구헌날 견찰과 씨름하다 출근하는 월요일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집회 끝나고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을 때
"작년에는 보이지도 않더니 생존이 벼랑 끝으로 몰리니까 싸울 수 밖에 없는게 슬프네요, 아마 저렇게 되리라고 작년에는 생각도 못했을거야...지금봐요 쌍용이 저렇게 싸워도 나머지 자동차 회사 노동자들이 연대나 하나? 그나저나 나머지 사람들도 당하면 저 맘을 알려나? 지금은 머 아쉬운거 없다 이거지...대우도 연대 안하는데, 현대나 기아가 뭐 아쉽다고...."
"그러게 왜 노동자들은 자본의 야만적 공격 앞에서만 단결하나... 아직은 여유롭다 이거지 머. 바로 앞이 절벽인 것도 잘 모르고 ..."
이런 얘길 하면서 우린 힘내시라고 고함쳤다. 이길거라고...힘 내서 싸우리고... 외치면서 우린 스스로 확신할 수 있었나? 단지 서명란에 한 줄 서명하면서 마음속으로 정말 이 분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소망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권력은 자비롭지 못하다. 공권력 투입은 여론의 눈치만 볼 뿐 이미 정해져 있고 단지 시간을 벌 뿐인것을...어쩌면 억울한 죽음을 다시 목격해야 할 지 모르는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가끔 집회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더 당해야 더 피눈물을 흘려야 정신차린다고 하는데...그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연대를 구하고 고립되지 않고 단결해서 싸워나가기엔 조직력이나 결속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 많던 촛불들도 1년이 지난 지금 성과 없이 산산히 흩어지고 자체 내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정권의 탄압이 집요한 면도 있고, 자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면도 있다. 어쩌면 거기까지가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시위때 구호는 '독재타도' '명박퇴진' 이다. 타도는 두들겨 넘어뜨린다는 것이고, 퇴진은 물러나란 얘기다. 우리는 타도를 원하는가 퇴진을 원하는가? 20년 전에는 타도가 명확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호하다. 타도하자는 얘긴지 물러나란 얘긴지...아님 우리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 조용히 살겠다는 얘긴지....우리의 상상력은 의외로 왜소하고 빈곤하며... 우리의 힘은 약하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강하지 못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