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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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도시에서 새소리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휘파람 소리 같은 새소리를 어렸을 때는 제법 들은 것 같은데 비둘기나 까마귀, 까치 말고 볼 수 있는 새도 거의 없다. 하다 못해 옛날에는 흔하디 흔했던 참새도 보기 어려우니까. 가끔 수목원이나 산에 갔을 때 들을 수 있는 그 청아한 음색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뭐랄까 그 새소리가 지닌 주파수가 사람의 귀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나 할까.


   이 책은 세계 다섯대륙(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아프라키,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분포되어 있는 200종의 새를 담았다. 새 한마리가 한 페이지의 설명과 한 페이지의 새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에 큼지막하게 새의 세밀화가 그려져 있어 세상 신기한 새들의 장관이 펼쳐진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새의 노래'에 걸맞게 QR 코드로 새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놓았는데, 해당 소리가 어떤 종류의 소리인지도 적어놓았다. 그러니까 이건 짝을 유혹하고 구애하는 소리, 이건 위험에 처했을 때 내는 소리, 이건 흔한 울음소리(설명이 재미있다) 이런 식으로. 이렇게 (대체적으로) 작은 새들이 상황에 맞는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크게 분류해보자면 노랫소리와 신호소리로 나뉜다고 한다. QR 코드를 인식하면 새소리를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몇 번 반복되다가 자동으로 멈춘다. 계속 반복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해당 새에 대한 설명을 다 읽을 때까지 반복되었다면 계속 플레이를 누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보고 듣고 읽는 세 가지의 재미가 있는 책이라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반복적인 새소리는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플레이를 하게 된다. 세밀화를 보면서도 계속 감탄하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다 다를 수 있을까. 게다가 색도 다 화려해서 세밀화로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대부분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새들이기도 해서(이름이 진짜 어렵다, 학명은 말할 것도 없고) 오! 세상에 이런 새가! 막 이렇게 감탄하면서 읽게 된다. 역시 난 동물의 왕국/내셔널 지오그래픽파라는 걸 다시 한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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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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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케 디카페인이나 하프 카페인 나오는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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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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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책인데 이해하려고 하면 안되고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책이다. 그것도 어른들의 상상력 말고 아이들의 상상력. 픽사의 '소울' 느낌이 좀 나기도 하는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더 비슷할지도) 소울보다는 쌉쌀한 뭉클함이 애잔하게 남는 그런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이 도시, 샤에는 잊혀진 것들이 산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날마다 새로운 잊혀진 존재들이 도착한다. 별의 별게 다 있다. 각종 물건들(잊혀진 장난감이나 오래된 물건 같은)도 있고 그림이나 사진도 있고 유령도 있고 사람도 있다. 이곳에 온 사람들에겐 색이 없다. 즉 자신의 원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오로지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고 자신들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처입고 떨어진 행성도 있다. 독자는 날마다 이 곳에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사람들에게 거울을 보여주고 상처입은 행성을 치유하고 하는 일들을 하는 샤의 관리자이자 주인인 까마귀의 뒤를 따라다니게 된다. 실제 화자는 까마귀가 아니라 샤로 가서 샤의 주인을 찾아 그를 도와주라는 요청을 받은 존재인데 결국 그가 나중에 까마귀의 뒤를 이어 샤의 주인이 되어 그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잊혀진 것들을 돌보게 된다. 잊혀진 존재들은 달팽이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바다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치유가 되어 도시를 떠나기도 한다.


   사실 이야기는 좀 뒤죽박죽이다. 하나하나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이해하는 곳이 아니라 상상하고 느끼고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 곳이다. 나도 언젠가는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잊힌 채 우물 속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르니,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영화에서 사람의 뇌는 '디스카운팅 메카니즘'이 끊임없이 작동한다고 했다. 알고보니 심리학 용어였는데, 누구이던지 간에 아무리 좋은 일이 일어나도 그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나 행복한 마음은 점점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애정의 대상이던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무심해지는 것이다. 뇌의 그런 생존 전략 때문에 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생겨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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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알라딘 블렌드 다이어리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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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도 괜찮네요. 알라딘 커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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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둥글다 미행의 이런 그림책
거트루드 스타인 지음, 클레먼트 허드 그림, 신혜빈 옮김 / 미행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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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거트루드 스타인이 맞다.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의 창조자로, 수많은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유명한 거트루드 스타인! 그녀의 글은 난해하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감히 읽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녀가 동화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됨. 바로 이 책 <세상은 둥글다>. 미행에서 출간된 호크니를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이 책도 급 호기심이 생겨 구입했다.


   어렸을 때 불렀던 말도 안되는 노래들을 기억하시는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숟가락에 밥풀때긴가...' 처럼 사람 얼굴 모양을 그리면서 불렀던 노래랄지 글로 써보려고 해도 이 세상 어느 나라 말이냐 싶은 말도 안되는 발음의 노래들이 입에 붙어서 그냥 막 불러댔던 것 같다. 어찌나 입에 착 달라붙었는지 지금 부르라고 해도 다 부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노래같은 이야기다. 줄거리나 논리나 맥락 같은 걸 찾으려 하지 말고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불렀던 말도 안되는 노래들을 떠올리며 읽어야 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그런 노래들을 부르며 깔깔대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발음이 꼬여도 부르고 또 부르고 했는지.. (갑자기 뜬금..고려시대 가요 '쌍화점'이 생각난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표지 안쪽에 '독자에게 전'하는 이런 말이 있다 (1939년 초판본 표지 앞날개 글인데 원전으로 삼은 판본에는 없었던 부분을 찾아내서 수록했다고 한다 - 미행은 편집자의 이런 노고가 돋보인다)


이 책은 즐기기 위한 책입니다.

한 번에 조금씩 소리 내 읽어보세요.

스스로 읽을 수 없는 아이들도 있을 거에요.

그러면 대신 소리 내 읽어주세요.

존재하지 않는 쉽표는 신경 쓰지 말고 단어들을 읽으세요.

존재하지 않는 의미도 걱정하지 말고

단어들을 더 빨리 읽으세요.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그러지 않을 때까지 빨리,

더욱더 빨리 읽으세요.

이 책은 즐기기 위한 책입니다.

<세상은 둥글다> 1939년 초판본 표지 앞날개 글



   편집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못 찾았으면 어쩔'이다. 이런 친절한 안내없이 그냥 읽기 시작했다면 아마도 뭐냐..이 책..이럼서 덮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이런 책은 진짜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 다시 발견하기는 어렵지 싶다. 그림도 좋다. 새로 삽입된 그림이 아니라 원본에 있던 그림들이란다.책의 초반에는 로즈와 사촌 윌리, 그리고 로즈의 개 러브와 이웃집 개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어린시절 이야기처럼 생각된다. 다음은 윌리의 사자 빌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윌리는 뭔가 부쩍 커버린 듯한 느낌이다. 책의 절반 이상은 로즈가 파란색 의자를 들고 산에 올라가면서 겪는 이런 저런 모험에 관한 내용인데 로즈의 성장소설같은 부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갑자기 '끝'으로 이어진다. 구전동화의 결말 같은 그런 느낌이라 아..그래 이게 동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독특하고 세상에 둘은 없을 그런 동화인지라 한번만 읽고 두기에는 아쉽다. 침대 곁에 두고 한 페이지씩 소리내어 읽다보면 잠이 스르르 올 것 같다. 파란색 의자를 들고 산을 올라가는 로즈 꿈을 꾸면서. 아니면 윌리의 사자 빌리의 섹시한 뒷태가 나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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