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둥글다 미행의 이런 그림책
거트루드 스타인 지음, 클레먼트 허드 그림, 신혜빈 옮김 / 미행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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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거트루드 스타인이 맞다.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의 창조자로, 수많은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유명한 거트루드 스타인! 그녀의 글은 난해하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감히 읽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녀가 동화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됨. 바로 이 책 <세상은 둥글다>. 미행에서 출간된 호크니를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이 책도 급 호기심이 생겨 구입했다.


   어렸을 때 불렀던 말도 안되는 노래들을 기억하시는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숟가락에 밥풀때긴가...' 처럼 사람 얼굴 모양을 그리면서 불렀던 노래랄지 글로 써보려고 해도 이 세상 어느 나라 말이냐 싶은 말도 안되는 발음의 노래들이 입에 붙어서 그냥 막 불러댔던 것 같다. 어찌나 입에 착 달라붙었는지 지금 부르라고 해도 다 부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노래같은 이야기다. 줄거리나 논리나 맥락 같은 걸 찾으려 하지 말고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불렀던 말도 안되는 노래들을 떠올리며 읽어야 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그런 노래들을 부르며 깔깔대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발음이 꼬여도 부르고 또 부르고 했는지.. (갑자기 뜬금..고려시대 가요 '쌍화점'이 생각난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표지 안쪽에 '독자에게 전'하는 이런 말이 있다 (1939년 초판본 표지 앞날개 글인데 원전으로 삼은 판본에는 없었던 부분을 찾아내서 수록했다고 한다 - 미행은 편집자의 이런 노고가 돋보인다)


이 책은 즐기기 위한 책입니다.

한 번에 조금씩 소리 내 읽어보세요.

스스로 읽을 수 없는 아이들도 있을 거에요.

그러면 대신 소리 내 읽어주세요.

존재하지 않는 쉽표는 신경 쓰지 말고 단어들을 읽으세요.

존재하지 않는 의미도 걱정하지 말고

단어들을 더 빨리 읽으세요.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그러지 않을 때까지 빨리,

더욱더 빨리 읽으세요.

이 책은 즐기기 위한 책입니다.

<세상은 둥글다> 1939년 초판본 표지 앞날개 글



   편집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못 찾았으면 어쩔'이다. 이런 친절한 안내없이 그냥 읽기 시작했다면 아마도 뭐냐..이 책..이럼서 덮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이런 책은 진짜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 다시 발견하기는 어렵지 싶다. 그림도 좋다. 새로 삽입된 그림이 아니라 원본에 있던 그림들이란다.책의 초반에는 로즈와 사촌 윌리, 그리고 로즈의 개 러브와 이웃집 개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어린시절 이야기처럼 생각된다. 다음은 윌리의 사자 빌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윌리는 뭔가 부쩍 커버린 듯한 느낌이다. 책의 절반 이상은 로즈가 파란색 의자를 들고 산에 올라가면서 겪는 이런 저런 모험에 관한 내용인데 로즈의 성장소설같은 부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갑자기 '끝'으로 이어진다. 구전동화의 결말 같은 그런 느낌이라 아..그래 이게 동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독특하고 세상에 둘은 없을 그런 동화인지라 한번만 읽고 두기에는 아쉽다. 침대 곁에 두고 한 페이지씩 소리내어 읽다보면 잠이 스르르 올 것 같다. 파란색 의자를 들고 산을 올라가는 로즈 꿈을 꾸면서. 아니면 윌리의 사자 빌리의 섹시한 뒷태가 나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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