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잊혀진 것들의 도시 ㅣ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평점 :
동화책인데 이해하려고 하면 안되고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책이다. 그것도 어른들의 상상력 말고 아이들의 상상력. 픽사의 '소울' 느낌이 좀 나기도 하는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더 비슷할지도) 소울보다는 쌉쌀한 뭉클함이 애잔하게 남는 그런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이 도시, 샤에는 잊혀진 것들이 산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날마다 새로운 잊혀진 존재들이 도착한다. 별의 별게 다 있다. 각종 물건들(잊혀진 장난감이나 오래된 물건 같은)도 있고 그림이나 사진도 있고 유령도 있고 사람도 있다. 이곳에 온 사람들에겐 색이 없다. 즉 자신의 원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오로지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고 자신들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처입고 떨어진 행성도 있다. 독자는 날마다 이 곳에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사람들에게 거울을 보여주고 상처입은 행성을 치유하고 하는 일들을 하는 샤의 관리자이자 주인인 까마귀의 뒤를 따라다니게 된다. 실제 화자는 까마귀가 아니라 샤로 가서 샤의 주인을 찾아 그를 도와주라는 요청을 받은 존재인데 결국 그가 나중에 까마귀의 뒤를 이어 샤의 주인이 되어 그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잊혀진 것들을 돌보게 된다. 잊혀진 존재들은 달팽이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바다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치유가 되어 도시를 떠나기도 한다.
사실 이야기는 좀 뒤죽박죽이다. 하나하나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이해하는 곳이 아니라 상상하고 느끼고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 곳이다. 나도 언젠가는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잊힌 채 우물 속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르니,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영화에서 사람의 뇌는 '디스카운팅 메카니즘'이 끊임없이 작동한다고 했다. 알고보니 심리학 용어였는데, 누구이던지 간에 아무리 좋은 일이 일어나도 그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나 행복한 마음은 점점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애정의 대상이던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무심해지는 것이다. 뇌의 그런 생존 전략 때문에 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생겨났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