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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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거꾸로된 페이지가 나온다. 첨엔 일부러 이렇게 편집을 한건가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것이 아무래도 파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미 그 20여 페이지를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본으로 인한 교환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 책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냥 폐기처분하는건가. 싶은것이.. 

어차피 다 읽었고, 복잡한 책도 아니고 그냥 슬쩍 책을 거꾸로 잡는 일을 두번만 하면 내용에 하나 지장받지 않고 읽는데 굳이 새책으로 받는 의미는 무엇이냐 싶고.  

사실.. 이 "사랑스러운" 책을 제대로 제본된 것으로 갖고 싶다는 욕망이 왜 없었겠냐마는 순전히 종이 및 기타 등등..의 절약 차원에서 접기로 했다.  

이 책 어디선가에서... 매년 봄이면 (물론 다시 안 읽을 책들이라곤 했지만) 책들을 쓰레기통으로 버리거나 친구들에게 줘버린다는 작자의 모습이 왠지 멋져보였다. 맘에 드는 책이라면 차라리 사서 선물할지언정 내 책은 안 빌려주고, (애기들 땜에 사실 이 부분은 조금 포기햇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책표지든 뭐든 더럽혀지는게 싫은 결벽증, 뭐 이런 나의 하수다운 책사랑에 반발하기 위해 그냥 참고 책장에 넣어두기로 한다. 게다가 밑줄도 쳤잖아! 음.. 짝짝. 잘한거야.  


뭐...조금은 연관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니깐, 파본은 나올 수도 있다. 고 이해하련다. 고의적이지도 않고 물론, 당연히, 악의적인것두 아니니. 내 불편과 불쾌함까지 참으면서 하는 일은 아니니, 사실 뭐 그닥 손해날 것두 아니다.   

이 책의 사랑스러움이 전염된 것인가? 성탄에 읽기에 더더욱 따뜻해지는 책이 아닐까 싶다.
adorable이 딱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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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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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달전쯤 읽은책인데.. 임시저정이 되어있네.

사실은 [군인은...]의 사샤와 같은 느낌의 글일거라고 생각했다. 분량이 많아도 금세 읽힌다거나 재밌다거나 이런 후기들 때문에. 그런데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사실 당연한데..) 첫장에서부터 확 휘어잡는 느낌은 없지만 이상하게 책에서 손을 못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자동차 놀이하는 옆에서도,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옆에서도, 뉴스를 틀어놓고도 전혀 방해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남편말마따나 "이런 데서 책이 읽어'진다. 

처음에는 '낙태'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 (꼭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아픈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불편했지만 조심스럽게 극복하면서 읽었다. 이상하게 난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번도 운 적이 없고 그렇다고 소리내서 피식거리며 즐거이 웃은 적도 없다. 오히려 내내 사람들에 대한 안스러운 마음으로 전전긍긍했다. 윌버라치, 간호사들 그리고 멜로니나 자살?하는 로즈 씨나. 호머 웰즈를 찾았을 때의 멜로니의 반응은 조금은 예상밖이었고 그래서 가슴 아팠고 또 묵직하게 남았다.   

묵직한 세월들.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근간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세월.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런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충분한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들이 과거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햇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들 건 한 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사람이 괄호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 

표지 뒷면에서 성석제는 이렇게 말한다.'들소처럼 튼튼한 몸, 활기찬 걸음으로 산을 넘고 들판 강을 건너 멀 길을 가는 소설이다' 읽고나면 참 맞는 말이다 싶을거다. 앞표지는 빨간 사과 하나. 참 이쁘다. 19개월짜리 딸아이가 '사과가 쿵'을 들고 와서 '이건 해원이 사과, 이거는 엄마 사과'한다. 사과 때문인지 이 책 두 권을 끌고다니며 두 아이가 좋아한다. 앞날개에서 존 어빙은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나는 이야기를 짓는 목수다." 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분위기와 그의 인상에 딱 맞는 멘트가 아닐까한다. 그 말이 참 좋다. 그의 얼굴은 괴팍하면서 끈기있고 인간애있고 천재적이지만 자신의 감정엔 충실하지 못한 미드의 주인공 의사...(역시 이름이 생각안나네_검색해서 빈칸을 채우기엔 난 그냥 너무 게으를뿐이고~)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우리 윌버라치와 닮았다.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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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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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츠라고는 정말 관심도 없으니 어떤 스포츠에 대해서건 전혀 팬이지도 않다, 하지만,   

 ... 우리는 그를 대신할 선수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른 재능을 지닌 다른 선수들을 발굴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1980년 한 해 동안 리암 그래이디가 다른 구단으로 이직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며 지냈다. 끝내는 그렇게 되고 말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매일 그 문제를 놓고 끙끙거렸다. 혹시 그가 계약을 연장한다는 암시가 있는지 신문마다 샅샅히 뒤졌고, 행여 아스날의 다른 선수들과의 사이가 아주 돈독해서 헤어질 수 없지는 않은지 선수들 간의 관계를 유심히 살폈다..... 

이런 부분 키득키득 + 공감 120% (읽을 때 연필이 없었던지 밑줄을 찾기가 힘들다...)

축구와 함께 성장해가는 소(청)년의 이야기이기에 축구를 사랑하지 않아도, 스포츠에 조애가 깊지 않더라도, 읽는 동안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가족에 대한 이야기, 자아에 대한 이야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힌다. 이런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 재치있는 말쏨씨이긴 하지만, 유쾌하기만한 책이라고는 못하겠다.

* About a Boy를 20여페이지 읽고 있었는데,  어린시절의 혼비 아저씨와 마커스의 이미지가 겹쳐 진다.  혼비 아저씨, 마커스 같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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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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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소설이 그러하듯 따뜻하면서도 아리고 또 기특하면서도 아련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안네의 일기'가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라고 말하면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책의 첫장부터 몰입하게 만드는, 문장마다 숨어 있는 따뜻함과 익살스러움과, 단어 하나, 마침표.로 남기는 여운들은 분명 이 소설에 엄지손가락를 치켜들게 만드는 부분이고.  

요즘 펼쳐두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 사실은 5권이나 된다. 욕심나서 책들은 사버렸고, 조금씩 읽다가 그 책이 지루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닌데 다른 책에 대한 호기심을 견딜 수 없어서 또 다른 책에 조금씩 손대고 하다보니 그렇게 앞부분만 몇 장 넘겨본 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 이 책만은 두 아이들이 뽀로로를 보는 순간에, 아침에 밥하기 전에, 점심시간 그 달콤한 낮잠도 반납한 ㅌ체 짬짬히 읽고 있다.   

전쟁. 세상 무엇으로부터도 지켜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들켜버린 전쟁.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똑같이 알지 못하는 어른들.  

그리고 전쟁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우유를 12분 동안 데워주시는 할머니, 계단 위로 올라서면 휴전이던 전쟁놀이, 늘 사소한 일에 내기를 걸고 싸우던 이웃동네 아저씨들. 그런 소중한 유년의 일상에 관한 기억들을 완성하고자하는 목록. 이다. 결코 완성되지 못하는. 깨어진 유년.   

생일 선물로는 적절치 않을지 몰라도.. 마침 이 즈음해서 생일을 맞은 소중한 친구/동생이 있어서 주저없이 알라딘 주문을 넣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주고 싶은 동지들이 있다는 건 참, 행복이다!  가끔씩은 너무 좋은 책은 아까워서 남들에게 알리기가 꺼려지기도 하는데,(참 이상한 심리 =.=;;^^)  그런 맘 하나없이 무조건 뿌려주고 싶은 후배동생이 있다는 것도 참, 행복이다!  

*리뷰?보고 결제에 이르게 하신 몽님께 감사.  지금은 닉혼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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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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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정착해서 글을 쓰고 있는 그의 이력이 내게는 참으로 독특하게 느껴졌는데…, 어쨌거나 그는 대단히 가벼운 문체로 결코 어렵지 않게 언어에 대한 우리 사고의 오류(물론 언어학적인 접근은 아니다)와 그 역사적 왜곡 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로써는 굉장치 수확이 많은 책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이 오랜 역사에 걸쳐 만들어져 온 것임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발전’이니 ‘성장’이니 ‘개발’이니 하는 것들이 정치용어라는 그의 식견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이 이러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돈 받고 일하는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개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희생된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화 회화의 이데올로기’라는 짧은 에세이 글에서 그 일본과 너무나 닮아 있는 우리나라를 읽고 또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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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환경문제에 대해서 걱정하는 척하고, 관심 있는 척하고 책들을 읽으려 하곤 하지만, 정작 내 생활에선 여전히 세제를 퐁퐁 쓰고 있고, 일회용 컵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동료에게도 뭐라 말 한마디 못한다. 일회용 비닐을 쓰고는 깨끗이 물에 헹궈서 다시 쓰시고, 콩나물도 직접 기르자 하시고, 상추도 심어보자 하시는 시어머니를 귀찮고 구질구질하다 속으로 짜증내고, 먹은 밥그릇에 물을 부어서 남은 밥 한 톨까지 헹궈서 드시는 걸 지저분하다 생각하는 나다. 불편한 생활이 싫고, 자동차가 편하고, 돈 벌어서 낭비하고 소비하고 손에 들린 쇼핑백에 신나고… 왜 나는 이렇게 ‘오늘날’에 딱 맞는 나인가. 결국 나는 그런 것들에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정도의 실천!밖에 못하고 산다.

 

녹색평론사의 책들을 더 읽으면서 얼마나 더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인가. 얼마나 더 지나면 가책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이 ‘빼기’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실천하지 않는 자는 어차피 똑같다.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지 않는가. 요즘 들어 한 치 생각 달리 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하긴 한다. 자, 나도 서서히 변하려는가…

 

덧붙여, 녹색평론사의 작고도 가볍고도 알뜰한 편집에 감사했다. 낭비하지 않는 모습을 책 스스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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