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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ㅣ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리사 랜달(Risa Randal), 사이언스북스, 2016. 1.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부제에 꽂혀 이 책을 추천했다. 서문에서 “이 책은 현재의 이론 및 실험 물리학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 건전한 과학적 사고의 원칙 및 현대 과학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것(10쪽)” 이라고 언급한다. 리사 랜달이 대중 강연을 열심히 하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서를 쓰는 것을 보면, 독자와의 대화가 과학을 발전시킨다고 보는 듯하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논쟁은 불가피하다. 과학의 놀라운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 또한 엿보인다.
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오랜 시간을 견뎌대는 잠정적 진실이다. 절대적 진실을 찾기 때문에 훨씬 더 불확실설과 대면한다. 앎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과학은 진화한다. 귀납적으로 사유한다면, 과학은 예외가 나타나면 기각되는 잠정적 진실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셜록 홈즈에게 그가 사용하는 수사 방법이 연역적인 것이 아니라, 귀납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저자의 농담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 리사 랜달은 기본 입자에서 우주론까지 연구 범위가 따로 없다. 미시와 거시가 교차하며 우주를 알고자 노력한다. 극미의 스케일에서 우주 전체라는 광대한 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어떻게 서로 맞물리고 결합되는지 큰 그림(12쪽)을 그린다. 리사 랜들은 1962년 생으로, 뉴욕 과학 영재를 위한 스투이버슨트 고등학교,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엘리트 과학자다. 2006년 대중을 위한 『숨겨진 우주』을 출판하면서 스타 물리학자가 되었다. 이후 2011년 이 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가 출판되었다. 입자물리학 연구를 질적으로 바꿔 놓은 LHC의 성과에 집중하면서 과학 연구를 전 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입자물리학의 기초에서부터 우주까지 시공간을 막힘없이 넘나든다.
이 책은 크게 여섯 장으로 구성된다.
1부. 지식에 접근하는 몇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의 비교
2부. 물질세계를 이루는 물리적 구조
3부. LHC의 작동 원리 및 실제 가동
4부. 힉스 보손 탐색과 이 입자와 관련된 각종 모형
5부. 우주, 정체불명의 존재인 암흑 물질,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의 연관성
책을 읽다 보면, 굳이 각각의 장에 연연하며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사라진다. 동일한 주제가 중복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한다. 과학 문외한 또한 항상 궁금했던 주제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물론 이 책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개념을 복기하며 보면 훨씬 편안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스케일(scale)이다. 스케일은 규모 또는 척도다. LHC(Large Hadron Collider)은 대형 하드론 충돌기 또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의미한다. 이 정도는 과학에 관심 없는 대중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무엇보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onkin’s on heaven’s door)’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이 제목을 밥 딜런과 락 그룹 그레이트풀 데드가 함께 한 콘서트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왠지 성경의 뉘앙스가 풍기는 문구다. 이 책의 표지와 제목만 접한 독자는 우선 이 책이 종교 서적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과학자가 정한 제목 치고는 참으로 역설적이다 싶었다. 역시나 리사 랜들은 철학, 종교와 달리 과학은 수동적이거나 맹목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제목을 선택했다.
“과학이 다루는 것은 수동적으로 얻은 지식이나 믿음이 아니다. 우주의 진리 그 자체가 목적이다. 과학자는 적극적으로 지식의 문을 두드린다. 이 문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역의 경계에 해당한다. 우리는 묻고 탐구하고, 사실과 논리에 따라 우리의 견해를 바꾼다. 우리는 오로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나 실험적으로 확인된 가설로부터 추로한 것들만을 믿는다(104쪽).”
- 스케일과 ‘재다’
과학은 불확정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조직적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길이와 스케일이 다양해지면, 이론은 진화한다. 현상을 보다 근본적으로 설명하고,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 바로 과학의 진보이다. ‘생각하다’의 라틴어 어원에는 ‘무게를 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어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고찰하는 것을 ‘재다(weigh ideas)’(57쪽)라고 한다.
리사 랜들은 대표적인 과학자로 갈릴레오를 언급한다. 그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했다. 관측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했기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 스스로 망원경을 만들고 이용해서 더 작은 세계와 우주를 관찰했다.
과학에 대해 과학자마다 무수히 많은 자기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넘어 서서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은 독자의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과학의 엄밀한 규칙의 지배를 받으며 작용하는 물체를 기술하고, 그러기 우해 정량적 예언 능력을 갖춘 개념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72~73쪽). 과학은 언제나 온갖 관측을 설명할 수 있고 온갖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가장 단순하며, 다른 변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해석을 찾는다(73쪽) 사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무수히 많은 변인들이 배제된다는 과학의 한계에 대한 오명을 벗기도 어려울 것이다.
- ‘무관심한 우주’
우주는 우리에게 무관심하다. 좋은 나쁨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객관적 과학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우주를 무관심한 것으로 다루는 것(84쪽)이다. 이 지점에서 과학과 신학의 차이가 발생한다. 궁극적인 목적이 다르다. 종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를 함의한다. 종교인들이 하나님께서 인간의 물질세계에 관여한다고 말하는 것의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성찰하게 된다. 그것이 일상에서 나를 매우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통쾌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논리 중심의 과학과, 계시를 바탕으로 한 신앙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102쪽).”
- 입자의 성질, 질량을 이해하는 열쇠
‘내부 세계로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자 물리학은 근본적인 구성 요소와 그들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데(123쪽) 있다. 입자를 밝히는 기술적 한계 너머에는 물리학 이론이 존재한다. 실험적인 결과를 바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이론들이 측정 가능한 스케일에 적용되는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고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148쪽)고 한다. 대표적인 이론이 끈 이론으로, 기본 입자 대신 기본 끈을 채용해 물질의 기원을 설명(147쪽)한다.
입자 충돌과 검출을 하는 LHC는 입자의 성질, 질량을 이해하는 열쇠다. 힉스 메커니즘은 힉스 장이 아닌 곳에서 입자들의 질량이 0이었다가 0이 아닌 값이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질량을 갖지 않고 날아다니는 입자들이 힉스 장과 관련하여 상전이가 일어나면 질량을 가지게 된다. 반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것이 점점 느리게 움직이다. 암흑 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빛을 흡수하지도 방출하지도 않는 물질(183쪽)이다. 암흑물질을 포함해도 지구상의 물질 중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27%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73%는 암흑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옳고 그름의 판단은 믿음이 아니라 실험(190쪽)일 것이다. 과학의 힘은 거기에 있다.
저자는 LHC가 발명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자의 내부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LHC가 처음 구상된 것은 1984년, 최초 충돌 성공은 2009년이다. 걸린 기간만큼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여했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었다.(LHC의 가격 90억 달러, 실험에 참가한 과학자가 약 1만명이라고 한다.)
위험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스케일’이다. 이 입자의 척도를 사회에 적용하여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데 활용한다. 기후, 금융과 같은 세계에도 스케일이 적용된다. 100%는 아니지만, 확률로 재앙을 예측하고 대비한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범위를 정하는(304쪽) 것이지 완벽한 측정을 할 수는 없다.
- 영감과 상상력, 그리고 무한한 노력
저자 리사 랜들은 과학자이기 전에 작가인 듯하다. 예술적, 문학적 감수성 없이 쓸 수 없는 대단한 필력을 자랑한다. 또한 수도자의 자세와 별로 다르지 않은 그녀의 삶을 태도를 알 수 있다. 몰입과 집중, 더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강렬한 지적 욕구를 지닌 한 과학자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과학도 철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아에 대한 탐색이다. 인간의 탐구 정신은 지구의 가장 작은 입자에서 시작하여 무한의 우주 끝에 존재하는 물질까지 탐구한다. 이러한 성과를 추동한 것은 인간의 영감과 상상력이고, 그 과정에는 인간의 엄청난 노력이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는 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