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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평점 :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들에도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당연시 되던 놀이나 활동이 이제는 부모 세대의 추억어린 기억에 지나지 않을 뿐, 지금의 아이들의 관심사는 컴퓨터와 게임기들에 훨씬 더 쏠려 있는 것도 그렇고, 어른들이 사무실에서나 집에서 일을 하고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도 그런 측면의 하나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이고 상상과 꿈을 담을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우주가 그렇고, 좀 진부한 주제인 듯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인체가 그러하고, 또한 우리 뇌의 세계가 그러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것이 밝혀졌고, 많은 지식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아직까지 모르는 것들이 더 많고, 알고 있는 것들도 우리가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훨씬 더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 (인체)'에 대해서 살펴보자고 하면,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 몸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우쭐대며 나서지 않을까 합니다. 눈, 코, 귀, 입에 대해서, 몸을 싸고 있는 피부에 대해서, 그리고 심장과 폐, 콩팥과 내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그동안 배운 지식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을 사용하며 이모저모로 다루어본 경험도 있으니, 그런대로 쓸만한 지식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편적인 지식에 '왜?' 또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차례로 들이대면 이내 많은 부분에 대해 자신감보다는 머뭇거림과 머리를 긁적임이 앞서게 되고, 그리 망설이게 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는 잊고 지냈던 우리 몸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포에서 시작하여 우리 몸의 여러 감각기관과 폐, 심장(염통), 소화기관, 혈액과 순환계, 호르몬계, 신경계 등의 우리 몸의 각 구성 기관에 대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야기, 그리고 노화와 죽음, 유전과 진화, 약물과 중독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한 인체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한 생물학자가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대한 풍부한 생물학적인 정보를 담은 것입니다. 머리말에 언급되었듯이 부가적으로 여러 용어에 대한 한자와 영어의 사용을 통한 배려가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읽도록 내용을 다듬은 것도 있고, 전문적인 내용에 식상해하지 않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관련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사이사이에 첨가한 것도 있지만,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기관들에 대해서 세밀한 생물학적인 내용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그러한 면이 한편으로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과 내용들로 인해서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읽어가다 보면, 분명 우리 몸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비함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라는 존재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보며, 아직도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곤 합니다. 아마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끝을 가늠하지 못한 광활함에 대한 경외로움, 그 안에 숨겨져 있을 많은 비밀스런 사실들에 대한 신비로움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의 몸 -또는 세포-를 작은 우주라고 표현합니다. 과학적으로 많은 것들이 밝혀진 듯 하지만, 그러한 사실들에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면, 여전히 그 안에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면 느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우리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산책하기 위해 그려진 지도라고 표현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강 그린 지도가 아니라 상당히 세밀하고 꼼꼼히 그린 지도요, 중간중간에 심심해지지 않도록 산책로 여기저기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들려주는 그런 알찬 안내서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이 지도를 통해 많은 이들 -특히 청소년들이-이 그럴듯한 말장난이나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을 과학적인 듯 포장하여 현혹하곤 하는 사이비 정보들을 걸러낼 수 있는 기초가 되고, 우리 몸에 대해서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이 안에 담긴 지식과 정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책로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키워가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