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카이투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


꿈꾸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
지금도 야누쉬 코르착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1942년 8월 5일, 유대계 폴란드인 코르착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유 의지로, 자신이 돌보던 2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서 가스실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부모 잃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내내 그는 아이들의 자치공화국을 꿈꾸고 실천했습니다. 그의 철학과 실천은 결국 유엔아동인권협약으로 구체화됩니다. 그는 유엔아동인권협약의 정신적 아버지입니다.


『카이투스』는 코르착이 56세 되던 1934년에 발표한 동화책입니다. 코르착은 이 동화책을 “불안한 아이들, 더 나은 모습이 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아이들”에게 바쳤습니다. 저자의 헌사가 따로 붙은 동화책도 드물지만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라는 선언으로 헌사를 시작하는 동화책은 『카이투스』가 유일할 것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코르착의 꿈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코르착이 이 동화책을 왜 어려운 책이라고 했는지 음미하며 그 이유를 저마다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카이투스』를 읽으면서 코르착이 자기 분신으로 안톤 카이투스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마법을 걸어 소년 안톤 카이투스가 된 코르착. 동화책에서 펼쳐 보인 마법의 세계를 먼저 경험하며 신났을 코르착을 떠올리니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코르착은 한없이 진지하지만 유머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투스처럼 장난치기와 비밀스러운 수수께끼 같은 일을 좋아하고, 이 세상에 있는 마법이란 마법은 모두 해 보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꿈꾸고 탐구하는 사람이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코르착은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코르착은 카이투스가 여자 선생님에게 쓴 편지 내용처럼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해 주길 바랐습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잘 해 주세요. 우리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또 그것이 때때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른들은 잘 몰라요. … 우리들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과 소원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어른들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될 수는 없어요. … 저를 믿어 주세요.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코르착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의지를 훈련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늘 강조했습니다. 그가 최고로 생각하는 인간은 “굳센 의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결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인생은 아름다운 꿈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그런 신념에 따라 아이들이 죽음의 수용소로 가는 길을 기꺼이 동행했습니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이 되었습니다. 코르착은 “참 이상한 게 인생”이고 “꼭 신기한 꿈 같은 게 인생”이라고,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일러 줍니다. 『카이투스』는 어른이든 아이든 꿈꾸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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