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재원(한국외국어대 그리스 학과 명예교수, 한국 그리스협회 회장, 한국 그리스학 연구소 소장)


지난해 여름 조지아공화국 여행은 내게 아주 특별했다. 세계에서 히말라야 산맥 다음으로 높다는 코카서스 산맥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계의 동쪽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그들은 바로 이곳 어딘가에 제우스 신에게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매달려 있던 바위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조지아공화국은 이아손이 이끄는 아르고호의 50명의 영웅들이 황금 양털을 찾기 위해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는 나에게 이 나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여행 전에 나름대로 책들과 인터넷을 통해 힘껏 준비를 하고 왔지만 정작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읽고 본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 것인지 실감이 났다. 흑해에 있는 항구 바투미에 갔을 때 현지인 안내자가 내게 고니온이란 곳으로 가 보자고 했다. 그곳에 무슨 신화적 존재의 무덤이 있다고 했다. 나는 별 기대도 없이 동의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 그 무덤이 바로 메데이아가 자신의 애인 이아손과 무사히 도망치기 위하여 유인해 살해한 오빠 압시르토스의 것이라는 안내문을 보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신화 속의 허구라고 생각했던 사건과 인물들이 이렇게 엄연한 현실로 나타나는 경험이 처음도 아니지만 그 충격은 유난히 컸다.


이어서 옛 콜키스 왕국 수도였던 바니라는 곳에 갔을 때, 그곳 박물관 관장은 바로 이곳이 이아손과 메데이아가 만난 궁전 자리라고 알려 주었다. 이곳은 예전에 사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며 당시 사람들은 양털을 강 바닥에 깔아 놓고 침전물을 모은 다음 끄집어 내서 말린 다음에 이 양털에 붙어 있던 금을 채취했다. 이게 바로 황금 양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파른 경사의 산들이 야만스럽게 솟아 오르고 그 산들 사이를 거칠게 포효하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강은 용모양으로 이리저리 굽이쳤다. 이 울창한 숲이 황금 양털이 걸려 있던 나무들이요, 이 꾸불꾸불한 강이 그 양털을 지키던 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그곳 여인들이 모두 메데이아 같았고 그녀들 아버지가 모두 아이에테스 왕 같았다.


만약에 내가 어려서 아르고호의 신화를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아손이나 메데이아가 누군지도 모르고 황금 양털이 무언지도 몰랐다면 이렇게 멋진 여행을 꿈꿀 수가 있었을까? 우연히 조지아공화국을 여행하게 됐더라도 이렇게 감동하고 재미있어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신화를 읽는 일은 그래서 신나는 일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에 나서게 하는 것이 신화다. 꿈이 없는 삶은 비참하고 지겹다. 세상의 모든 보화를 다 가지고 있더라도 꿈을 잃으면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그리스인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모험의 꿈을 키워준 이야기가 바로 아르고호 영웅들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학생들을 위해 아주 실감나는 그림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꾸민 멋있는 책이 나왔다. 반갑기 그지없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조지아공화국으로 여행을 가자. 가서 현장을 확인해 보자. 그래서 신화는 신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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