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감자 좀 달라고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소희(서울신림초등학교 교사)


퐁퐁, 아주 작고 사소한 사랑을 샘솟게 하는 책

저는 그림책을 좋아해요.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서점에 갈 때마다 그림책 매대 앞에서 한참동안 떠나지 못해요. 표지만 봐도 심장이 쿵쿵 뛰고요, 책장을 넘길 때면 책속에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버리지요. 그림책은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어른인 제게도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줘요.


 『감자 좀 달라고요!』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왜 그림자만 보이는 아이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마구 생겼어요.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된 걸까요? 감자는 왜 달라고 하는 걸까요? 이 책의 주인공 빌은 식사 시간 가족들에게 “감자 좀 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아빠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형은 책을 읽고, 동생은 텔레비전을 보느라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았어요. 그러다 빌이 사라지지요. 가족들은 빌을 찾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노력했고, 결국은 빌이 사라지게 된 건 자기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가족들이 빌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그 순간, 빌이 다시 가족들 앞에 나타났어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우리 반 아이가 생각났어요. 엄마한테 관심 좀 많이 가져달라고 이야기해 달라던 아이 말이에요. 물론 우리 반 아이는 사라지지 않고 학교에서 늘 웃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빌처럼 엄마와 식구들의 관심을 항상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졌어요. 그런 아이들이 더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죠.


가장 가깝고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 관계예요. 나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들,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 그래서 때로는 남들보다 더 소홀해지기도 하고 더 상처를 주기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죠.


요즘에는 각자 바쁜 일상 때문에 서로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 주기 힘들어요. 이런 때 아이들, 혹은 아이들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관심’과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그리고 ‘반응’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빌이 저녁 식사 시간에 “감자 좀 주세요!”라는 말에 웃으며 감자를 내밀어 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랑받고, 관심 받고 있구나 하고 느끼며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오늘부터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가족, 우리 반 아이들, 친구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는 것 말이죠.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막 샘솟거든요. 그러니 이 책을 엄마, 아빠와 혹은 아이와 꼭 함께 읽어 보세요. 함께 읽고 나면 서로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하게 될 거예요. 더 끈끈해지고 다정해진 서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거고요.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퐁퐁 샘솟는 『감자 좀 달라고요!』를 함께 읽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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