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평화의 소녀상>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홍준희(작가)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러나 지난여름 발표된 아베 담화는 과거의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좌절, 분노를 안겼습니다. 20년이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를 이어 갔던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게 아베 담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는커녕, 전쟁 범죄를 미화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태도로 깊은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1992년 첫 집회를 시작할 때는 200명이 넘었지만 그동안 노환과 질병으로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이제 약 47명의 할머니들이 아직도 외롭게 집회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저도 1000번째 집회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말이 1000번이지, 매주 한 번씩 천 번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 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천 번을 외치는 동안 한 번도 반성과 사죄의 대답조차 없던 일본의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할머니들의 고통에 함께하게 된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날은 일본대사관 앞에 첫 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날이기도 했지요. 일본 대사관을 마주 보고주먹을 꼭 쥔 채 앉아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이 부른 참혹한 피해와 반성 없는 역사의 비극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용서와 화해를 기원하는 상징으로서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카메라로 줌 인 하듯 소녀상의 뒷모습부터 거칠게 잘려 나간 단발머리, 둥근 얼굴, 해맑은 눈동자, 꼭 움켜쥔 두 손, 발뒤꿈치가 들린 맨발, 어깨에 앉아 있는 작은 새, 소녀 옆에 놓인 빈 의자까지, 그 안에 숨은 의미를 간결한 문장과 함께 세밀한 그림으로 한 장 한 장 그려 나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만약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모두 세상을 떠나신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누가 할머니들의 억울한 마음을 대신하여 사과를 요구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까요?  저는 추운 겨울 날 소녀상의 머리에 따뜻한 털모자를 씌워 주는 여자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그런 아이들이야말로 이 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인공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그림책이 탄생한 의의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미국에 9개, 일본에 1개, 그리고 우리나라에 24개나 세워졌다는 사실은 저도 이 정보 페이지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또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 표시된 지도를 보고, 이번 겨울 방학 때는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는 평화 투어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또 각 페이지마다 영문을 함께 실어 놓아서, 외국에서 한국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자는 그것을 또다시 반복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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