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인형의 비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노경실(작가)

 

<파피는 쭉 뻗은 아스팔트 길 한 쪽에 인형 하나를 내려놓았다. 세 친구가 ‘암흑바다’라고 이름 지은 자리였다. 놀이에 쓰이는 인형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낡은 것들이었다. 커다란 머리통은 손때가 타서 번들거렸고, 머리칼은 정신없이 뻗쳤으며, 고리는 색깔이 알록달록했다.>


홀리 블랙의 ‘인형의 비밀’은 이렇게 으스스하게 시작된다. 작품 가득 기묘함과 공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험과 판타지가 담겨 있다. 작은 마을에 사는 자크, 파피, 앨리스. 가난이나 방치, 숨막히는 엄격함 등등의 이유로 세 친구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한다는 건 인형놀이다. 아이들 수준에서 더 이상 뭘 하랴! 인형놀이를 통해서 세상과 어른들에게 하지 못했던 울분과 항변, 소망을 소리친다.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건 없지만, 이렇게라도 하고 나면 살 것 같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놓치는 게 있었다. 이런 놀이 안에서는 자신들의 ‘생의 성장’은 어렵다는 것을!


결국은 스스로 극복하고, 헤치고, 무너뜨릴 건 무너뜨리고,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면서 상처도 입고, 딱지도 생기고,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자기 인형인 엘리너의 원혼이 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침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던 아이들은 이스트 리버풀로 향한다. 야간 버스를 탄 그 때부터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쏟아진다. 아이들은 환상같은 인형세계에서 빠져나와 치열한 리얼의 현장에 떨어진 듯한 일들을 겪는다. 판타지조차 리얼하다니! 어찌 보면 진짜 삶답게 사는 것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파피의 두 눈이 새로운 희망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애들아, 한 번 더 놀아볼까?”>
공포스럽게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이런 경쾌함으로 바뀌었을까? -사람은 아픈 만큼 자라고, 눈물 흘린 만큼 깊어지며, 부딪힌 만큼 단단해지나 보다.- 오랜만에 마음이 저리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상한 매력을 가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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