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곽미영(어린이책 작가, <짜장 줄넘기>)

 

라디오는 희망을 싣고

삼일 운동이 일어난 뒤, 일제는 무력을 일삼던 식민지 지배 전략을 문화 정치로 바꾸었고  여러 근대 문물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종로 거리에는 전차가 다니고, 교환원을 통해 전화가 연결되었다. 라디오도 그런 아픈 역사와 함께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 당시에 ‘무선 전화’라 불리던 라디오의 시작은 어찌 보면 암울하고 씁쓸했다. 하지만 라디오라는 신문물은 우리 민족에게 경이로움을 떠나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1924년, 조선일보사는 수표교 근처에 홑이불을 치고 마이크를 설치한 간이 방송실을 만들어 민영방송국 설치를 위한 시험 방송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최은희 여기자가 사회를 보고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인사로 시작된 방송은 극장 우미관 앞에 수천 명을 불러 모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소리의 힘은 강했다. 진심이 담긴 소리이기에 그 힘은 더 강했다. 보이지 않는 선을 통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이야기와 노래와 연주는 식민지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다친 마음에 위안을 주고, 포기하는 마음에 자극을 주고, 절망하는 마음에 희망을 전했다.


호아가 독립운동을 하느라 쫓기는 아빠를 찾기 위해 전화 교환수가 된 것도, 조선일보사의 라디오 시험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뜨거운 희망을 가지게 된 것도, 조선을 떠나 머나먼 곳에서 라디오를 통해 마지막까지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경수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호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독립 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소리의 힘이었다.


마음대로 우리말을 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만날 수도 없고, 마음대로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엄마, 아빠와 함께할 수도 없었던 그 시절의 슬픈 호아와 우리 민족에게 라디오는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하고, 마음껏 독립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매개체였다. 심 봉사가 심청이의 목소리에 두 눈이 뜨이듯, 라디오는 우리 민족을 한 곳에 모이게 했고, 마음을 통하게 했고, 힘을 모으게 했다. 또한 퍼져 나가는 소리의 힘처럼 독립을 향한 목소리를 세상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했다.


작가는 독립 운동에 ‘라디오’라는 신문물을 결합하여 ‘보이지 않지만 강한 민족의 힘’을 탄탄한 문장 속에 잘 담아낸 듯하다. 또한 시각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소리의 힘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그 시절을 일제 시대가 아닌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는 희망찬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빼앗긴 봄을 되찾는 그날까지 라디오 방송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조선의 동포 여러분, 지금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고, 당신과 내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지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니까요.” -본문 중에서

 

 

전문가가 선택한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