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공주와 고블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수진(번역가)

 

두려움을 이기는 법에 대하여

세상과 인간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아서, 살면 살수록 새로운 종류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곤 한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오는가, 이런 일을 꼭 겪어야만 하는가 싶었던 일들이 많지만,  그 끝에서는 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이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통과의례였구나.’


<공주와 고블린>은 두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바깥 세상에 맞서 싸우면서 성장하는 고귀한 어린 영혼의 성장기이다. 아무리 어른들이 울타리를 단단히 쳐서 보호하려 해도, 공주는 진흙투성이의 모험과 도전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관계를 통해 비로소 성장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탄한 삶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흔하디흔한 동화의 구조가 아니냐고? 맞다. <공주와 고블린>은 무려 1872년에 씌어진 판타지 동화의 원형이고,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판타지의 걸작들이 후대에 이어진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들을 이보다 먼저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야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나는 이 책을 오래전에 원서로도 읽었고, 다른 출판사에서 앞서 나왔던 판본도 보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을 보니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린이였을 때도,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삶의 모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화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닌 이유이다. 앞으로 닥쳐 올 또 다른 고난과 두려움을 슬기롭게 이겨 내기 위해 나는 140여 년 전 태어난 <공주와 고블린> 속 주인공들의 지혜와 용기를 계속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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