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진선(서울은평초등학교 사서)

 

드러나는 큰 상처만이 아픔은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의 크기는 누가 쉽게 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따듯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잘 담아냈다. 주인공 주경이는 반장에다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활발한 성격의 혜수에게 말 못할 괴롭힘을 당한다. 오직 혜수의 눈초리가 다른 아이에게로 넘어가길 바라며 묵묵히 학교를 다닐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혜수의 새로운 타깃이 된 명인이가 나타나지만 이제 벗어날 줄 알았던 주경이는 오히려 혜수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되고 만다. 명인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 주경이는 전보다 더욱 큰 괴로움과 죄책감에 빠져든다.

 

 ‘기역자 소풍’, 아이들이 제각각 신게 되는 장화 등 책에 나오는 소품들이 위안과 위로를   준다. 특히 모퉁이에 위치한 기역자 소풍 가게 언니의 모습에서는 무심히 말 한마디의 위로로 마음을 달래 주는 어른의 모습이 보였다. 신지수 작가의 그림에서 또한 마음 짠한 위로의 색감이 느껴진다. 상처를 주고받던 아이들이 결국 자기들끼리 박자를 맞춰 가며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기역자 소풍의 ‘햇볕을 받고 잘 자란 토마토’처럼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그 미묘한 관계에서 흐르는 주경이의 마음에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 후에도, 남들 눈에는 별것 아닌 작아 보이는 상처도 개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작가의 말’에 나온 황선미 작가의 한마디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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