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동물의 대이동>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그림책 작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수많은 동물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움과 함께 궁금증이 생긴다. ‘저 동물들은 왜 저렇게 이동을 할까?’ 하고 말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 사실적인 그림과 흡인력 강한 글로 구성된 그림책이 나왔다. 작가 김황이 글을 쓰고, 화가 백남원이 그림을 그린 《동물의 대이동》이 바로 그것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물이 이동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여행’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실상은 어떨까.

 

이 책에서는 누, 황제펭귄, 제비, 아프리카코끼리, 붉은게, 모나크나비, 된장잠자리, 살오징어, 귀신고래, 북극곰, 홍부리황새, 저어새처럼 대이동으로 유명한 동물을 다루고 있다. 책의 본문 구성을 보면, 우선 어떤 동물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그다음에 그 동물이 이동하는 이유를 알려 주고, 마지막으로 그 동물과 연관된 상세한 정보를 제시한다. 정보는 동물의 이동 경로를 보여 주는 지도, 동물과 연관된 환경적인 정보는 물론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의미까지 담고 있다. 본문 뒤에 이 책에서 다룬 동물에 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제시한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대이동하는 동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동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망을 제시한다. 누의 대이동을 다루면서 사이좋게 이동하는 초식동물에 대해 언급하여 공존의 의미를 일깨우고, 황제펭귄 수컷이 알을 품는 모습에서 육아는 여성만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하며, 아프리카코끼리가 새끼들을 무리 한가운데 두고 이동하는 모습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섬세함을 발견하게 하고, 4세대에 걸쳐 이동하는 모나크나비에게서 세대를 이어 전달되는 생존 비법을 보게 한다.

 

둘째,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이동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이동을 많이 다룬다. 된장잠자리, 살오징어, 귀신고래, 저어새 등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대이동을 하는 동물들인데, 이들을 구체적으로 다룸으로써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더욱더 관심을 갖게 한다.

 

셋째, 대이동하는 동물과 인간의 문제를 함께 다루어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귀신고래는 바다를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지나친 포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북극곰은 지구 온난화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홍부리황새가 이동하는 길은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 분쟁이 그치지 않는 팔레스타인,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아프리카에 걸쳐 있다. 저어새가 이동하는 길은 군사 분계선이 있는 우리나라, 미군이 주둔하는 오키나와, 중국 본토와 갈등이 있는 타이완, 중국과 전쟁까지 했던 베트남이다. 인간 때문에 동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새끼를 기르기 위해, 기후 변화 때문에 먼 길을 이동해요. 대이동은 아주 힘든 일이에요.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지요. 하지만 동물들은 끊임없이 이동할 거예요. 생존을 위해서요. 자연의 법칙을 따라서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 살기 위해 만주로, 일본으로 이동해야 했던 우리 선조들이 떠오른다. 우리 선조 가운데는 돈을 벌러 하와이로, 남미로, 중동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도 생존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이며 자연의 일부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동물의 대이동》은 우리가 대이동을 하는 동물들과는 물론이고,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공존해야 함을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모든 생물이 사라진다면, 인간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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