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초희의 글방 동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정아(초등학교 교사)

 

위대한 여성 책벌레, 허난설헌
최근에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명량 해전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살려 이순신 장군과 승전의 모습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 냈더군요. 영화가 끝나자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척 고무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영화가 보여 준 내용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알고 싶어서 질문하기에 바빴습니다. 4학년인 아들은 조선 수군의 배가 진짜 12척이었는지, 어떤 전술로 싸웠고 왜 울돌목에 소용돌이가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토로했고, 2학년인 딸은 백성들이 손에 피를 흘리며 밧줄로 이순신 장군의 배를 끌어당기는 부분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두 아이들은 계속해서 이순신 장군은 정말 용감하고, 전술이 진짜 ‘짱’이며, 나라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는 진정한 ‘전쟁의 신’이라고 자기들만의 대사를 주고받았습니다. 비록 표현은 거칠지만 어찌 보면 아이들은 핵심을 뚫고 있는 것 같았지요.

 

그러다 문득 이 책의 주인공 초희(허난설헌)가 어쩐지 이순신 장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희는 행동에 제약이 많았던 여자이고, 이순신 장군과 살던 연대와 집안 배경도 다르지만 오로지 독서와 글공부에만 몰두했던 모습이 나라를 지키는 일에만 전념했던 이순신 장군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허난설헌은 8살에〈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시를 지었을 만큼 탁월한 글재주를 지닌 신동이었지만 시대적 상황 때문에 빛을 발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딸의 재능을 안타까워 한 아버지 허엽의 영향으로 글과 그림을 계속 배울 수 있었지요. 덕분에 허난설헌은 조선 시대 여느 남자보다 높은 학식과 훌륭한 시를 자랑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시인이자, 명나라는 물론 후대 일본에서까지 칭송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문인이었지요. 그것은 항상 학문을 가까이하는 집안 분위기도 있지만,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글공부에 대한 열정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 열정을 바탕으로 허난설헌은 짧은 생을 마감한 것에 비해 방을 한가득 채울 만큼 방대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결혼 후 삶이 힘들지 않았다면 ‘선녀의 글재주’라 일컫는 그의 뛰어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초희의 글방동무>에서 허난설헌이 보여 준 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학문 탐구의 자세도 본받을 만하지만,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의미가 또 있습니다. ‘위대한 책벌레 시리즈’의 다른 책도 다 읽은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왜 여자가 주인공인 것은 이거 하나 뿐이야?”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위인 중에 여성 문인들을 얼마나 더 꼽을 수 있을까요? 저는 딸아이의 질문에 시대적인 상황과 여성에게 바라는 역할 때문에 여자들은 글공부를 할 기회가 적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희의 글방동무>는 훌륭한 책벌레에 여성도 있다는 사실과 자칫 남자가 훨씬 책을 많이 읽고 학식이 뛰어나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해 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성별에 관계없이 책을 사랑하고, 책을 통해 삶을 배우는 법 그리고 무엇을 하더라도 몸과 마음을 다하여 몰두하는 자세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전해 주지요.

 

유년 시절 글방 동무와 함께 행복하게 책을 읽었던 초희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oskhj 2014-08-0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예쁠것 같아요. 궁금해 지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