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황선미(동화작가)

 

나만의 오라니를 찾아가는 시간
도시 아이가 아버지의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매우 담담하고 간결하게 담은 작품이에요. 그러나 낯선 풍경과 색감 속에 우리 모두의 고향을 담아 두었으니 굉장히 풍요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향이라는 정서를 갖기 어려운 도시 아이들, 혹은 바쁜 일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휴식 같은 그림이면서도 이면에 보다 근원적인 내용이 다채롭게 깔려 있어서 나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연결되어 살아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니 마지막 책장을 덮지 못하고 다시 첫 장을 확인하게 됩니다.

 

풍경으로서의 자연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는 바위투성이 삶, 살갗을 찌르는 쐐기풀, 독을 가진 전갈, 야생돼지와 도둑이 숨어 있게 마련이지요. 그런 골짜기를 지나 중심으로 가면 나를 태어나게 해 준 아버지의 고향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여전히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살아가지요.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기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자라고, 누군가는 결혼하고, 늙은 사람은 죽기도 합니다. 작지만 전체인 세상이지요.

 

천국의 맛이 나는 과일이 손만 뻗으면 닿고, 어느 골목에서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연히 들른 곳에서도 친숙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마을 전체가 꼭 내 것인 것 같은 평화로운 안정감. 잠결에도 어른들이 부스럭대며 잔치 준비하는 걸 느낄 수 있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삶이란 사람들이 서로의 팔짱을 끼고 원을 그리며 춤추는 살아 있는 고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풍요로운 공동체의 기억은 사람을 건강하게 지켜 주고, 도시 생활에 지쳐도 돌아갈 곳을 꿈꿀 수 있게 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둘러싼 관계를 이해하고, 내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여기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을 교실 혹은 누군가의 설명으로 배우기보다 가족과 어울려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면 평생의 영양분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언제든 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틀림없이 과거보다 편하고 부족한 게 없이 살아가는 것 같은데도 우리는 자주 고독해지곤 합니다. 내가 마을의 퍼즐 한 조각이고, 완벽한 어떤 집단의 구성원임을 믿을 수 있는 자부심을 우리는 언제 인식하게 될까요. 한집에 있어도 각자의 섬에 버려진 듯한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오라니가 있어요.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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