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강아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속 깊은 놀기 대장 노마 이야기
작가 현덕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창조한 주인공 ‘노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노마’라는 이름은 지금도 수많은 동화 작가가 즐겨 쓰고 있으며, 상품 광고에까지 등장했습니다. 노마는 말썽꾸러기지만 속이 깊고 영리한 아이입니다. 아주 매력적인 아이이지요. 그런데 ‘노마’라는 이름이 외래어인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마’는 ‘이놈아’에서 유래한 순우리말로서 ‘돌쇠’처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입니다.

 

‘노마’라는 이름에 똘망똘망한 성격을 부여한 작가 현덕은 한국 전쟁 때 월북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습니다. 현덕은 〈동백꽃〉, 〈봄봄〉으로 유명한 김유정의 단짝 친구이며 〈남생이〉라는 소설로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입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노마 이야기를 서른 편 넘게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강아지〉입니다.

 

현덕의 동화는 노마, 기동이, 영이, 똘똘이가 동네에서 서로 어울려 노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부잣집 아이 기동이와 가난한 노마가 서로 티격태격 맞서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강아지〉도 그런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마든 기동이든 천진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똑같지만, 기동이는 늘 돈으로 살 수 있는 장난감이나 과자 같은 것을 가지고 뽐내면서 노마를 골립니다. 형편이 어려운 노마는 부러워하며 구경만 하고 있을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마가 계속 기죽어 있지는 않습니다. 노마는 놀기 대장이거든요. 노마가 앞장서서 재미있는 놀이판을 벌이면 영이와 똘똘이는 물론이고 기동이도 따라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강아지〉에서도 처음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온 기동이가 대장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강아지는 노마의 차지가 되고 맙니다. 기동이는 강아지에게 금세 싫증을 내고 세발자전거에 정신이 팔려 버리지만, 노마는 정말로 강아지를 아끼고 사랑하니까요. 그러니 강아지도 노마를 주인처럼 따르지요.

 

노마의 움직임을 쫓아가다 보면, 왜 노마가 속이 깊고 영리한 아이인지 훤히 알 수 있습니다. 노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늘 골똘히 생각해서 무엇을 창조해 냅니다. 제 손으로 상자 갑을 오려서 강아지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림책에서 본 것을 기억해서 강아지를 데리고 호랑이를 잡으러 가는 상상 놀이도 해 봅니다. 그러니 노마와 기동이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하고 창조적인 아이로 자랄까요? 게다가 노마는 자연과 더불어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현덕의 동화는 깊은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읽는 재미도 대단합니다. “손 다우. 손 다우.” “일없어. 일없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생생한지 모릅니다. 입에 착 달라붙어서 자꾸 따라하게 되지 않나요?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이 아주 또렷하게 그려져 있으면서도 독자가 소리 내어 낭송하기 좋게 간결한 문장이 돋보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티격태격 어울려 노는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동화를 읽노라면 제 마음속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됩니다. 다른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이해심도 깊어지고요. 재미있고 흐뭇한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한 뼘씩 자라게 해 줍니다. 정말이지 현덕은 동화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훌륭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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