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형희(땅콩문고 대표)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 만화를 읽게 하세요”
(한국일보에 실린 조희연 교육감-데니스 홍 교수 대담 기사 제목을 패러디했습니다. 
기사 링크 http://www.hankookilbo.com/v/fb3d4cfe0b7247078f91f0b0e0e548cb)


서점에 온 손님들이 책 추천을 부탁하곤 하는데,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책 취향들이 어찌나 다양한지, 고심 끝에 책을 건넸는데 상대가 곤란한 표정을 지을 때도 많아서 책을 권하는 손이 갈수록 소심해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성공률 백 퍼센트로 자신 있게 권하는 책이 있으니, 하민석의 만화 『도깨비가 훔쳐 간 옛이야기』와 『안녕, 전우치?』다. 두 책은 우리 서점에서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안녕, 전우치?』 이후 10년이 다 되도록 신작 소식이 없어서 그동안 나도 손님들도 애가 탔는데, 드디어 나왔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하지만 이 책은 사실 반쪽짜리 신작이다. 몇 년 전부터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해서, 하민석 작가의 웬만한 팬이라면 이미 읽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연재 시작부터 열심히 따라 읽었던 터라, 이번에 단행본으로 나오자마자 반갑게 책을 받아 들기는 했지만 새 작품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덜했다. 흠, 난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 하며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는데 웬걸, 연재할 때 못 봤거나 기억에서 사라진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절로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진지한 어린이 탐정 ‘칸’과 천재 고양이 조수 ‘니발리우스’를 따라 기이한 사건들에 한참 빠져드는데, 옆에서 피식, 아이가 웃었다. 책에 열중한 내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어느새 내 옆자리에 다가앉은 아이는 책장을 훔쳐보다가 내용에 빠져들었나 보다. 급기야 아이는 다음 장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자기가 먼저 읽고 주겠다며 책을 뺏어 들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그 뒤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은 열다섯 쪽 안팎의 단편 스무 편을 실은 어린이 추리 만화다. 자극적인 장치 없이 고전적인 방식으로 ‘의문의 사건-추리-범인 검거’로 이어지는 추리물의 공식을 반복하지만, 인물의 개성과 매력이 출중하고 사건 자체가 기발해서 읽는 맛이 깔끔하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통 이야기로 승부하는 것, 어린이 독자를 얕잡아 보지 않고 사건 배치와 해결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 어린이 만화지만 아이에게는 물론이고 어른에게 건네도 금세 매력을 느끼고 빠져드는 하민석 만화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학습’이라는 키워드가 어린이 만화 시장을 삼켜 버린 탓에,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같은 어린이 만화는 멸종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동네 서점 스테디셀러에 올라 봤자 전체로 따지면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의 판매고를 올리며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이 만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르를 꿋꿋이 지키는 하민석의 신작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을 불티나게 팔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신문 기사 하나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한국 코딩 교육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세계적 로봇 학자 데니스 홍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술 교육에 앞서 ‘추리소설’을 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미래 사회에 걸맞은 사고를 하는 데 있어서 단계적이고 논리적인 단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만큼 유용한 교재가 또 있을까. 어린이 만화의 ‘재미’에 눈뜬 순수 독자들도, 책이라면 무릇 읽고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실용 독자들도,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을 읽어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그나저나 하민석 작가님,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2권은 언제 나오나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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