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최악의 해였다. 일년의 반을 극심한 우울증에 잠겨 보내고. 나머지 반은 직장에서 새까만 후배에게 무시당하며 시련을 겪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릴 것을 알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속일 수 없나보다, 최근 나는 재미있는 책만 찾아 읽고 있다. 내 마음은 분명 휴식을, 웃음을 원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 웃자 제발! 웃으며 살자!
어느날 아침 출근 전, 미묘하게 남은 시간을 때우려고 오랜만에 '허니와 클로버'를 집어 들었다. 몇 개월동안 가슴이 무겁고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나의 감정의 실타래가 엉켜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허니와 클로버'가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분명 3번은 읽은 내용인네도 눈물이 나올만큼 웃었다. 그렇게 웃긴 에피소드가 아닌데도 미친듯이 웃음이 나왔다. 이상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역설적이게도 웃는 도중에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많이 우울하구나, 웃음에 이렇게나 목말라 있었구나. 나는 웃다가 울었다. 그리고 '허니와 클로버'를 읽으며 다시 웃었다.
책이 작다. 덕분에 마음이 편하다. 도전해야 될 과제가 아니라 즐길거리라는 인상을 풍긴다. 일기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오츠 이치'가 쓴 일기.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어도 된다. 좋다.
오츠 이치는 진실과 거짓을 섞어 일기를 쓴다. 이것이 너무 재미있다. 자신을 소생이라 낮추어 부르며 한없이 비굴해한다. 350엔 초밥을 먹는 친구에게 경악하고, 스노보드의 화려함에 주늑든다. 사인회를 무서워하고 동료 작가들과 만나면 작아진다. 미팅도 실패다.
소생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불어 작가의 비굴함에서 비롯된 웃음이 유쾌해다. 그래,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때때로 자신을 한 없이 작고 초라한 존재로 여기는데 나도 엄청 비굴해 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을 읽으면 언제나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전개가 어떻게 가능하지?". 던져저 있던 설정이 뒤에 불쑥 튀어나와 이야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구성을 좋아하는 나기에 '은하수를 여행하는...'을 무척 좋한다.
게다가 영국식 유머. 비틀린 개그. 최고다! 개인적으로 우울증 걸린 로봇 마빈이 나올 때가 가장 즐겁다. 몇번이나 배를 붙잡고 쓰러진다. 문제는 영국식 유머는 호불호가 확실히 나뉜다는 것.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이게 뭐가 재미있냐고 묻더라. 그건 취향의 문제고.
'키켄'은 아직 안 샀지만. 1월 독서 구입비로 살 예정이다.
작가인 아리카와 히로의 도서관 전쟁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고. 열혈 공대생들의 좌충우돌 대학생활 이라는 설정 자체가 팍! 하고 꽂힌다. "아아, 이런 내용이라면 웃지 않을 수 없겠는걸" 하는 생각이 퐁퐁 솟아나온다.
엉뚱 유쾌한 대학 생활을 다루는데 정통인 작가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의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지만 아리카와 히로의 필력도 만만치 않으니 기대해보련다.
제발 날 웃게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