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인가, 이 책을 낸 출판사와 알라딘이 이벤트를 했다. 예약 주문을 하면 추첨해서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시사회 표를 준다는 것. 예약 주문이라니, 영화도 개봉 전에 예매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 영화를 만든 감독이 장 주네라는 사실에 홀랑 넘어갔다. 장 주네 감독의 영화라면 그동안 아주 좋았다. <델리카트슨 사람들>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도, 그리고 좀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아밀리에>도. 그러고 잊어버렸는데, 화요일에 시사회 당첨이 되었다고, 9일 저녁 피카디리극장으로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야호!

그리하여 어제 영화를 보았다. 새로 단장한 피카디리극장은 처음 가보았다. 피카디리극장에 가본 지도 사실 5년은 된 것 같다. 그래서 언제 건물을 새로 지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예쁘다. 아니, 전쟁을 다룬 영화를 예쁘다고 해도 좋을까? 1차대전 때 자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프랑스 병사 다섯 명의 행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쟁 중에 군인이 자해하는 건 전투를 기피하는 행위이므로 극형에 처했나 보다. 그런데 이 병사들은 총살되거나 하는 대신 전투가 치열한 최전방에 비무장 상태로 방치된다.

전쟁이 끝나고 한 젊은 여성이 이들의 행방을 쫓는다. 왜냐하면... 그 다섯 명 중 한 사람과 약혼을 했으므로. 징집되기 직전에. 그 젊은 여성, 마틸드 역할을 한 배우가 바로 <아밀리에>의 오드리 토투. 산뜻한 매력이 여전하다.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 참 귀여웠던 아저씨, 도미니크 피뇽이 조금 늙은 모습으로 마틸다의 따뜻한 아저씨 역할을 한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마틸드에게 “걸을 때 아프니?”라는 말로 다가온 마네크. 그가 바로 마틸드의 약혼자다. 마틸드는 마네크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알아볼 것이다. 왜냐하면, 마네크라면 다리가 불편한 마틸드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올 테니까. “걸을 때 아파요?” 하고.





아, 이 영화에서 티나(배우 이름은 Marion Cotillard, 마리옹 코티야르...라고 읽나? --a)를 빼놓을 수 없다. 다섯 병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들을 하나하나 응징하던... 여자. 그리고 조디 포스터도 짧지만 매우 인상 깊게 등장한다.

미국 전쟁영화의 박진감하고는 좀 다른, 품에 안기는 듯 다정한 영상으로 전쟁의 슬픔과 비참함을 보여주고, 미국 반전영화의 허무감하고는 많이 다른, 밝고 소소한 의지와 해학으로 긍정과 감동을 전한다.

원제는 UN LONG DIMANCHE DE FIANCAILLES. 소설과 같이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이다. 이 영화 제목을 왜 멋없게 “인게이지먼트”로 지었단 말인가. --; 영어로 번역된 제목이 Very Long Engagement라고 해서! 그리고 콧수염 난 군인들 얼굴이 다 고만고만해 보여서 끝까지 구별하지 못한 등장인물들도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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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3-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이라니 정말 낭만적인 제목이네요. 수입상이 미국통인가보넹. 쩝.

숨은아이 2005-03-1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이란 제목이 훨 나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