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날개님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궁금한 점 몇가지.."

제 짧은 생각으로는...  ^^ (영화를 이미 본 분이나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분만 읽으시기를... <(__)> 

1. 원작을 읽지 않아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미야자키판 미녀와 야수"입니다. 원작도 그러한지, 원작의 어떤 요소를 미야자키가 나름대로 해석했는지 모르지만요. 유치하게 표현해서, "소피의 진정한 사랑과 이해"가 하울에게 내린 저주를 풀었잖아요. 그리고 소피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스스로의 저주를 푼 거라고 봅니다. 소피는 황야의 마녀에게서 하울의 심장을 억지로 빼앗지 않습니다. 마녀는 하울에 대한 집착 때문에 소피에게 마법을 걸었는데, 소피는 마녀의 집착에 폭력적으로 대응하지 않고(디즈니 만화라면 아마 허수아비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녀를 호되게 혼냈을 텐데), 도리어 마녀를 껴안고 호소하여 마녀 스스로 심장을 건네주도록 합니다. 소피의 이해와 평화적인 호소 덕분에 마녀는 스스로 집착을 버리지요. 소피에게 내린 저주의 원인(집착)이 사라졌기 때문에 저주도 풀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소피와 하울이 언제 그런 사이가 되었는지 저도 선뜻 감정 이입이 안 되었는데요. ^^ 저는 소피가 하울의 어머니인 척하고 왕궁의 마법사(하울의 스승)에게 가서, 당당히 하울을 변호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괴물이 되어버린 하울 그 자체를 인정하고, 믿어주었으니까요.

3. 소피의 변화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 건, 하울 마르클 마녀가 다 마법사이고, 허수아비는 스스로 마법에 걸린 몸이라서가 아닐까요. ^^ 소피는 자신의 외모가 수시로 변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고. 그리고 제 생각에는 "늙음"이 벗어버려야 할 저주로, "젊음을 되찾는 것"이 구원으로 인식되는 걸 감독이 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늙은이 속에 젊음이 있고, 젊음은 늙음을 그림자처럼 데리고 있다는 것... 그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요?

4. 저도 영화 보면서 '다시 들어갈 걸 왜 나왔어?' 했어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첫째는, 급한 마음에 나오고 보니 하울에게 빨리 갈 방법이 없었다. --;  둘째는, 처음의 성과 다시 들어가서 지은 성은 이미 같은 성이 아니다. 처음의 성은 하울이 캘시퍼에게 심장을 내주어, 그러니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지은 성입니다. 소피가 캘시퍼를 데리고 나옴으로써 그 성은 무너졌지요. 그러고 나서 캘시퍼가 다시 일으킨 성은 소피의... (음... 뭐였지요? 윽, 치매... 반지였나요?)  아무튼 그걸로 지은 겁니다. 성을 다시 일으킨 캘시퍼를 소피가 칭찬했을 때, 캘시퍼는 "네 심장을 주면 더 잘할 수 있어!"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피는 심장을 주지 않잖아요. 소피는 캘시퍼를 성 밖으로 데리고 나감으로써 하울이 맺은 "악마적인 계약"의 고리를 끊고, 다시 캘시퍼와 "악마적이지 않은 계약"을 맺은 거예요.

5. 결론이 맺어지는 과정은 좀 갑작스럽고 허탈하지요. ^^ 기껏 마법사와 이웃나라 왕자의 한마디로 전쟁이 끝나다니... 장편소설을 두 시간가량 되는 영화로 압축하다 보니 나온 문제 같아요. 그런데 그 마법사의 힘이 크기는 큰가 봅니다. 국왕이 전쟁 수행을 위해 마법사들을 소집하게 하고, 또 국왕을 지키는 여러 가지 일을 다 마법으로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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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1-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댓글에 대해 날개님이 다시 달아주신 댓글)












날개

숨은아이님, 대단한 코멘트라 감격했습니다..ㅜ.ㅜ 읽다보니 얼핏 이해가 가기도 하는군요.. 한데,


1. 소피의 저주가 다 풀렸다고 하기에는 머리색깔이 어정쩡하지 않습니까? 저도 스스로 저주를 풀었다고 이해를 하고 싶었는데, 머리색이 할머니때의 색이랑 똑같으니(하울은 별빛머리색이라 했나요? ) 이걸 제대로 풀렸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더라구요...-.-;;


2. 영화를 다시 훑다가 생각해보니, 소피가 과거로 갔던 장면요.. 거기서 빠져나오기 직전에 하울에게 소리치죠






현재로 돌아오자마자, 소피는 깃털로 덮힌채 바로 앞에 서있던 하울에게 말합니다..








역시 하울이 소피를 저 먼 과거에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울은 이미 처음부터 소피를 사랑했다.. 라는게 어울리지 않나요? ^^


3은 이해가 좀 가는군요..


4. 이미 다른 성이라는 설정이  괜찮은것 같습니다만, 아직 뭔가 빠진듯한 기분이 드는건...-.-;;


5. 역시 셜리반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걸로 이해해야겠죠?

- 2005-01-13 13:27

2005-01-13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1-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날개님 댓글에 대해 다시 내가 쓴 것)

날개님, 으아 일일이 캡처하시고... O.O 멋져용.
첫번째 문제에서요, 머리 색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것은 3번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것-늙음을 버려야 할 것으로 상정하지 않고 젊음의 그림자로 놓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늙음이란 건 인간이 영원히 풀 수 없는 저주인지도... 두 번째 문제는, 그렇군요. 날개님 생각이 맞는가 봐요. 저는 "애초부터 정해진 운명적 사랑" 같은 설정을 안 좋아해서 그냥 대충 보고  넘어갔나 봅니다. --; - 2005-01-13 14:49

숨은아이 2005-01-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반갑습니다. 아 그런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숨은아이 2005-01-1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이 쓰신 댓글)

LAYLA
저 알아요!!!!!!!!!!!!!(흐뭇!!)
저주가 풀리고도 소피의 머리색깔이 변하지 않은것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원래 초반 작업에서는 저주가 풀리면서 머리 색깔도 다시 갈색으로 돌아오도록 했는데
그걸 만들어서 보니 뭔가 이상하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하얀머리로 작업을 했데요.
그건...저주에 걸린동안 소피가 경험한 모험.사랑 그런것들을 통해 성장했다는걸 나타낸다고 봐요.
^^ - 2005-01-13 19:26


조선인 2005-01-1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치매 맞아요. 반지가 아니라 머리카락이었어요. ㅋㅋㅋ

소피는 애처럼 머리를 땋고 꼭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빨간 머리 앤의 소녀적 모습과 닮은 듯한), 캐스퍼에게 땋은 머리를 끊어주죠. 이 역시 성장의 모티브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자유의 모티브일 수도 있어요. 소피는 아버지께서 물려주셨다는 이유로 모자가게 점원으로 성실하게만 살았잖아요? 정석대로 꼭꼭 땋은 머리를 내주면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하울의 모습과 닮게 되죠.

하울은 하울대로 겉멋의 자유만을 추구하다가 소피 덕분에 용기있는 자유의 모습을 보이고. 그렇게 둘이 닮아가면서 갈색머리 소피와 노랑머리 하울 대식 검은밤빛머리 하울과 별빛머리 소피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둘의 과거 속의 아름다웠던 밤처럼.

숨은아이 2005-01-1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보이던 댓글이 보인다. 감격! 조선인님 댓글 읽으니 정말 소피가 머리채 잘라낸 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군요. 그걸 까먹다니. ㅠ.ㅠ 자유와 성장, 그 결과인 "검은 밤빛 머리"와 "별빛 머리", 그렇군요. 고마워요.

조선인 2005-01-1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맘대로 해석에 고맙다는 말씀은 지나치게 황공합니다.
사실 라일라님의 댓글 보고 이럴 수가 철퍼덕... 하는 심정이었답니다. *^^*

숨은아이 2005-01-1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셨으니, 고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