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1
강한주 지음 / 디딤돌이야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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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깊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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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헤르만 크레버스 에디션 (필립스 레코딩) [오리지널 커버 15CD]
브람스 (Johannes Brahms) 외 작곡, 오테를로 (Willem van Otter / Australian Eloquenc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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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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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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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에 작품성은 엉망인 요즘 일본 소설에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정말 명작이다. 사회에 금기시 되는 것을 30대 주부의 심리와 현실에 끼워 맞춰 공감시키는 능력은 오롯이 이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이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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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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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록해야할 청춘의 반짝임과 부서짐의 이야기. 오가와 요코의 초기작으로, 투명하게 밝은 것과 슬프게 어두운 것의 대비가 분명한, 그녀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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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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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어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186)

인간은 사랑은, 어쩌면 혼자만의 궤도를 도는 고독한 위성과도 같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참 좋아한다.  

두어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뮤, 스미레, 상징… 몇 가지 키워드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들은 없다. 다만, ‘인간은 결국 고독한 위성’이라는 강렬한 주제 만은 잊히지 않는다. 

60년대생 오가와 요코가 이야기하는 청춘의 ‘사랑’도 이와 비슷한 결을 띤다. 

사랑은 오로라같이 맑고 투명하게 빛나지만 결코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말은 비단 사랑뿐 아니라 청춘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청춘-사랑-식욕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서늘하지만 넓고 매끄러운 기분 좋은 그 빛의 막에 온몸이 푹 싸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들지. 그래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힘껏 뻗는 거야. 하지만 오로라를 잡을 수는 없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맑고 투명하니까. 갈 곳 없는 양손은 허무하게 허공만 헤맬 뿐이야.” (172) 

최근 오가와 요코의 소설론 에세이를 읽고 나서인지, 이제는 그녀의 소설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 구조나 연결 부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녀가 심어 놓은 장치라든지, 허무한 엔딩이라든지, 불친절한 요소들이 납득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소설들에는 비슷한 공식들이 존재한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사람들을 깊이 연민하는 슬픔. 그것에 대한 그녀 나름의 해설과 해결 방법에서 그녀의 마법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녀는 사진집이나 풍경, 논픽션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함몰되는 얘기는 쓰지 않는다고.

그래서인지 섬세하게 정제한 글들에는 특유의 생생함 그러나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감이 포개져 있다. 열려 있지만 닫혀 있는, 혹은 닫혀 있지만 열려 있는, 이 모순들을 아주 솜씨 좋게 배열하는 작가다.    

계속 읽다 보면 그녀가 즐겨 쓰는 기법들도 발견할 수 있다. 생물, 동물, 자연 현상에 대한 디테일하면서도 하드보일한 묘사다. 그러나 거기에도 그녀 만의 서정을 담아 멋지게 균형을 잡는다. 

가령, 우리는 ‘뚱뚱하다’ 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그녀는 뚱뚱하다는 표현 대신 ‘지방이 부드럽게 저마다의 곡선을 이루며… 그것을 만질 때 닿는 부드럽고도 푹신한 감촉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달까.  

오늘 아침에도 오가와 요코의 소설집 ‘바다’를 읽었다. 역시나 훌륭한 소설집이었다. 

한편, ’슈거타임’은 연재용으로 시작된 초기작으로, 내가 읽은 그녀의 소설 중 제일 덜 탁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식욕’과 ‘청춘’을 연결한 그녀다운 기발함과 신선함, 아름다운 문체와 풍경, 글의 단단함은 변함이 없었지만 일본의 90년대 청춘을 지금의 눈으로 읽기엔 다소 고루하고 진부한 느낌도 있었고, 탈일본적인 느낌을 갖고 있던 그녀의 소설이 여기선 ‘일본’이라는 틀에 갇혀서 그녀 스스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녀가 묘사하는 남동생이나 남성상에 매혹되곤 했다.  

언어만으로, 현실적으론 절대 멋있을 수 없는 사람을, 약하고 볼품 없는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그녀의 필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고헤이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순간 이대로 계속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속눈썹은 나비의 촉각처럼 가늘었다. 한 번 눈을 깜빡이면, 그 가느다란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며 눈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속눈썹이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31)

대학생 가오루의 병적인 ‘식욕 이상’과 미스터리한 연인, 가련한 남동생…. 그것에 얽힌 시리고 달콤한 청춘의 반짝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이야기로 남겨 두고 싶은 뭔가‘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던 것처럼, 내 조악한 평가야 어찌 되든 작가가 쥐어짜서 썼을 만큼 꼭 들려주고 싶은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제일 큰 의미이자, 핵심 아닐까.

남겨 주어 고맙소. 

사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어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186)

서늘하지만 넓고 매끄러운 기분 좋은 그 빛의 막에 온몸이 푹 싸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들지. 그래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힘껏 뻗는 거야. 하지만 오로라를 잡을 수는 없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맑고 투명하니까. 갈 곳 없는 양손은 허무하게 허공만 헤맬 뿐이야.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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