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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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신 책은 잘 읽었어요.감사합니다.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는동안 다시 깨달은 게 있어요.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니, 힘내서 살아 보아요.'하며 다독이는 글보다는 '세상이 지옥이고 천지에 쓰레기들인데, 너라고 다를쏘냐.'하고 엿을 먹이는 글을 더 사랑한다는거.

똑같은 굴뚝을 타고 왔어도 누구 얼굴은 새하얗고 반대로 검댕이 잔뜩 묻은 얼굴도 있을텐데, 전 그 시꺼먼 얼굴 보는게 더 좋아요. 현실 속 대개의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있으니, 실제로 제가 얼마나 검은지는 이런 글을 통해서가 아니면 알 방법이 없으니까요.

뭐, 아니면 제가 정말로 그런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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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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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2년 가까이 사귄 여자 친구의 집에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찾아갔을 때 일입니다. 변변찮은 가정 환경이 켕겨 차일피일 미루었던 가정 방문이었는데 여자 친구가 하도 조르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과의 Q&A에 시간에 대비해 예상 질문을 뽑아가며 준비를 잔뜩 해 갔지만 막상 밥상을 사이에 둔 거리에 앉자 제 머리는 공갈빵 속처럼 맹랑해져 버렸습니다. 밥상이 물러가고 간소한 술상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 쯤, '미트 페어런츠'를 대비해 준비한 예상 문제집의 첫번째 질문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래 집안 어르신은 다 잘계시고?"

 

출제 확률이 100%였던 이 질문에 대해선 여자친구와 미리 얘기가 있었지만 내일이면 들통날 거짓말을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할 수는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오래 전에 이혼하셨고 저는 따로 나와 있습니다."

 

제 말이 끝나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스타트 라인을 떠나 피니쉬를 통과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처럼 느껴졌던 10초가 흐르자 아버님께서 급히 비우신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시더니 "얘기들 나누게"하고는 안방으로 사라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도 뒤를 따랐습니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며 다섯자녀를 키우신 분들이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일찍 나가떨어지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씁쓸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그나마 아버님께서 제 싹수를 일찌감치 알아보시고 물러난 것이 피차 불편했던 저녁식사 이후의 소화촉진에 도움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데체 가족이란게 뭐지?" 제 부모님이 별거에 들어가셨던 초등학교 5학년때 이후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각이었지만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그 그림자의 길이가 웬지 더 늘어져 보였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라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일어난 4인가족 살해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 각각의 개인사와 그 개인들이 구성원으로 속해있는 가족들의 가족사의 나열이기도 합니다.

 

'재연'과 '인터뷰''나레이션'으로 구성 되어있는 다큐멘타리 형식의 작품인데 - '나오키상' 심사위원은 '르포르타쥬'라는 말을 썼는데 그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일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보다 구성이 훨씬 꼼꼼하고 치밀합니다. ]

 

[...]을 부분을 몽땅 들어내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주울줄 써내려갔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혹시나 갈 곳없는 이 글이 퇴출될까 무서워 그냥 몇줄 끼워넣습니다. 그리고 위에 늘어놓은 다소 막되먹은 제 에피소드는 이 작품 <이유>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중 한명인 '살인범'의 심금을 울리는(?) '살해동기'에 마음이 동해 옛 생각에 빠져 적어본 글입니다.

 

길이가 제법 되었지만 시간 날 때마다 펼치고 싶었고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등장인물들 이야기에 빠져 제 시름을 잊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덧붙임 1 :

 

만약 출산율이 이대로 간다면 어쩌면 십수년 이내에, 이혼은 금지되고 정해진 나이 이전에 이성과 결혼해 2명이상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국민의 7대의무로 헌법에 규정될 지도 모른다. '사랑의 스튜디오'가 우리동네 동사무소에 차려지는 그런 때가 만약 온다면 '가족'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까?

 

덧붙임 2 :

 

동네 어린이집에 쳐박혀 우글거리는 애들을 볼때마다 '대체 저 어린이집이 <핸드메이즈>의 '길리아드 공화국'이나 <이퀄리브리엄>의 '미래세계'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 가족이란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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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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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전대미문의 논문 조작 스캔들로 2002 월드컵 이후로 온 국민을 단 하나의 키워드에 집결시킨 황우석 교수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허위 논문으로 인해 TV, 신문에서 밤낮없이 국민들에게 생명 공학 교육을 시켜준 덕택에 이 책 <레몬>에 언급된 인간 복제 기술과 관련된 다소 낯선 설명에 대한 충분한 예습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

 

 

 

<레몬>은 주인공 두명의 이야기를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진행시켜나가는 병렬식(이런 표현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이야기 구성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전개가 웬지 구닥다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마도 저 멀리 '찰리 채플린'의 <독재자>로 부터 비교적 최근작인 '류승완'감독의 <주먹이 운다>까지 이런 형식을 띈 일련의 영화들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종말 부분에 가서 챕터의 길이를 짧게 가져가며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방법도 역시 식상합니다. 1992년에 씌어진 작품이긴 하지만 소재가 '인간복제'(사실 이 단어도 일종의 '고자질'일 수 있는데요. 책 뒤 표지에 대놓고 써져 있으니까 뭐 그냥 적겠습니다.)라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감안하면 좀더 신선한 방법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이제까지 읽은 세권(<호숫가 살인사건>,<g@me>,<레몬>)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통해서 본 작가의 취향으로 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 작품 <레몬>의 경우, 뒷부분에 가서 등장인물들끼리 얼키고 설키는 이런 식의 설정이라면 차라리 '스크루볼 코미디'풍으로 갔으면 - 그러기엔 소재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 훨씬 더 '엔터테인먼트'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추측도 해 봅니다.

 

제 경우엔 세권의 작품중 <g@me>과 <레몬>이 <호숫가 살인사건>에 비해 후반부로 갈 수록 흥미가가 조금씩 떨어지는것 같다는 느낌이었는데요, <호숫가...>가 다른 두편보다 본격 추리소설에 가까워 그런 것인지 아니면 <g@me>과 <레몬>이 연작 소설이라 그런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소설에 장르를 따진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아직 인간복제가 실현되지 않았고 복제양이 탄생한 것도 이 책이 씌어지고 난 후의 일이니까 이 작품은 당시까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과학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건데, 그렇다면 이 책은 SF 소설장르에 해당되나요? 유치한 질문이긴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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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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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콜렉터>를 읽으면서 다섯번 놀랐습니다.

결말의 반전 때문에 두번 놀랐고, '링컨 라임'이 20~30년 안에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보았던 일을 우리나라의 '황우석' 교수가 10년도 채 안걸려 해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으며,('링컨 라임'이 '아멜리아 색스'에게 "배아줄기 세포 이식 어쩌고 저쩌고..."하며 이야기하는 부분이 '황우석'교수의 현재 연구와 같을 것이라는 제 추측이 맞다면) 영화가 아닌 원작의 주인공 '링컨 라임'이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끝으로,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영화속의 그 흑인 주인공이 바로 '덴젤 워싱턴'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다스럽고 괴팍한 원작 속의 '링컨 라임'과 비교해 중후하고 묵직한 인상을 주는 영화 속의 '덴젤 워싱턴'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옮긴이 역시 역자후기에서 영화를 먼저 본 것이 원작을 읽는데 다소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로빈 윌리엄스'가 조금만 젊었더라면 이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작사 (혹은 감독)는 '덴젤 워싱턴' 아니, 백인이 아닌 흑인을 기용한 것일까요? 추측입니만 이 영화가 스릴러 물이라는 점을 감안 멜로(혹은 에로틱)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원천봉쇄 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성관계 장면은 영화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하드코어'가 아닌 이상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헐리웃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금기시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요, 여하튼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성관계 장면이 삽입된 영화는 제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는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정글피버>와 역시 그가 주인공을 맡고 '나스타샤 킨스키'가 공연한 <원 나잇 스탠드>뿐입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배역을 맡은 여 주인공의 이름 '아멜리아 색스'의 '색스'란 성이 '섹스'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른 성으로 바꾸었다고 한 역자의 후기 또한 제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우기고 싶습니다.

사실 '덴젤 워싱턴'이 이런 용도(?)로 사용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이것 때문에 깜짝 놀랐죠.) 제가 <펠리컨 브리프>를 건성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면요. 그 작품을 읽으면서도 줄곧 "왜 주인공 남자가 흑인이라는 말이 없지?" 하고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링컨 라임'의 링컨 과 '덴젤 워싱턴'의 워싱턴이 모두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름이란 것도 재미있습니다. (철자까지 같은 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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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리스트 1 블랙 캣(Black Cat) 10
새러 패러츠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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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워쇼스키'를 만난건 '캐서린 터너'가 주연한 란 영화(비디오)를 통해서였습니다. 지금이야 저 유명한 영화 <매트릭스>의 형제 감독 때문에 '워쇼스키'라는 이름이 그다지 낯설지 않지만 당시엔, "사람 이름치곤 괴팍하네."하고 갸우뚱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소설을 통해 진즉 그녀를 알았더라면 그때 그렇게 대충 흘려보지는 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당시에 전 '캐서린 터너'를 '샤논 트위드'보단 한 등급 위, '킴 베신저'보다는 한 등급 아래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블랙 리스트>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책장이 - 적어도 저에겐 - 수월케 넘어가는 책도 아닌것 같습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첫째. 미합중국 시카고를 근거지로한 대부호 세가문의 4대에 걸친 가계도를 그리는 작업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는 점.

둘째. 작년에 씌어진 책이라 그런지 - 특히 비유법에 사용된 단어들 중에 - 낯선 인물이나 생소한 단어들이 자주 사용됐다는 점. ('탐폰'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드디어 나도 아는게 하나 나왔구나!"하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세째. 본디 영어의 문법 구조가 한글과 사맛디 않아 - 비록 번역'이라는 정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 숨이 긴 문장일 수록 해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법인데<블랙 리스트>의 문장들이 여타 추리소설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길게 느껴져 애를 먹었다는 점.

만약 위의 것들이 단점이 아니라면 적어도 겉멋만 잔뜩 부린 '콘웰'의 <카인의 아들>보다는 이 작품이 훨씬 뛰어나다는데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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